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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높아지나?
글 : 정혜연 / 숭의여자대학 식품영양과 교수 |
달걀이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혈액 콜레스테롤 농도가 짙으면 심장병의 위험이 커지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달걀을 먹으면 혈액 콜레스테롤 농도가 상승하고, 결국 심장병에 걸리게 될까?
▲ 계란은 '완전식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양가가 높지만, 콜레스테롤 때문에 먹기 꺼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심혈관계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도 하루에 계란 한 개 정도는 먹어도 괜찮다. 많은 사람들은 달걀을 먹으면 혈액 콜레스테롤 농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여러 연구는 이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걀 섭취와 심혈관계질환 위험 사이의 관련성을 밝히기 위해 행해진 많은 연구에서 이 두 가지 요인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몇몇 임상연구에서 식이 콜레스테롤 섭취가 증가하면 혈청 콜레스테롤이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주었으나, 그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달랐다.
하버드대학교의 월터 윌렛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달걀을 하나씩 먹는다고 해도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달걀을 비롯해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이 혈액 콜레스테롤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식사의 콜레스테롤 함량이 혈액 콜레스테롤 수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체내에서 생합성되는 콜레스테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식사에서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 생합성은 억제된다. 체내 총 콜레스테롤 양은 약 75g이고, 이 중 1200㎎이 매일 교체된다.
하루에 교체되는 양 중에서 300~500㎎은 식사에서 오고, 나머지 700~900㎎은 체내에서 합성된다. 미국 심장협회는 건강한 일반인의 경우 하루에 300㎎까지 콜레스테롤을 섭취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 전 세계에서 달걀을 가장 많이 먹는 국민 중 하나인 일본인은 미국인보다 심혈관계질환 발병률이 낮은 편이다. 이는 포화지방이 많은 소시지 등을 자주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이 촉진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 생합성의 원료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서 유래하는 ‘포화지방’이다. 다시 말해 혈청 콜레스테롤 농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지방, 특히 포화지방 섭취량이다.
달걀은 콜레스테롤 함량은 높지만, 포화지방 함량이 낮다. 이 덕에 달걀 섭취 시 체내에서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합성되지 않는다. 참고로 1인 1회 섭취분량에 해당하는 40g의 달걀에는 약 160㎎의 콜레스테롤과 3.3g의 지방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중 포화지방은 절반에 못 미친다.
일본인과 미국사람들을 비교해 보면 포화지방의 해악(害惡)이 명확해진다. 일본인들은 전 세계에서 달걀을 가장 많이 먹는 국민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지 않고, 심혈관계질환 발병률도 낮은 편이다.
이는 일본인들이 생선을 많이 먹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생선에는 불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지만, 포화지방 함량은 낮다. 반면 미국인들은 달걀과 함께 소시지, 버터 등 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을 섭취한다. 이런 식사 패턴은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린다.
한편, 달걀에는 콜레스테롤의 나쁜 영향을 상쇄되고도 남을 만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달걀은 단백질, 콜린(choline), 루테인(lutein) 및 지아잔틴(zeaxanthin), 비타민 D 등의 좋은 급원 식품이다.
▲ 사람에 따라 콜레스테롤 섭취에 따라 혈액 콜레스테롤 농도의 변화가 심한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환자의 경우 달걀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달걀의 단백질은 완전단백질로서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고 소화도 잘된다. 달걀은 콜린의 가장 좋은 급원 중 하나인데 콜린은 태아 두뇌발달에 필수적이다. 콜린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합성에도 필요해 적당한 양의 콜린 섭취는 성인의 두뇌기능 향상에도 좋다.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난황에서 발견되는 카로테노이드(carotenoid)의 일종으로 백내장과 노인성 황반변성 등 안(眼)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루테인, 지아잔틴의 함량은 케일이나 시금치 등이 더 높지만, 이들은 흡수율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루테인을 비롯한 캐로티노이드는 지용성 물질이기 때문에 원활한 소화 흡수를 위해서는 적당한 양의 지방이 필요하다. 달걀에는 루테인, 지아잔틴과 함께 적당한 양의 지방이 함유돼 있어 이들 캐로티노이드들의 흡수를 도와준다.
달걀에 풍부한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와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데 기여한다. 근래에는 비타민 D가 암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달걀을 마음껏 먹어도 될까? 반드시 그렇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사람에 따라 콜레스테롤 섭취에 따라 혈액 콜레스테롤 농도의 변화가 심한 사람이 있으므로 자기 자신이 어떤 체질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심혈관계질환이 있거나 심장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00㎎을 넘는 사람이라면 콜레스테롤 섭취를 200㎎(약 계란 1.5개) 이하로 제한하라고 권장한다. 또한 당뇨병환자의 경우 달걀을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관찰됐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필자 약력 - 정혜연
숭의여자대학 식품영양과 교수 E-mail : hchung02@sewc.ac.kr
출처 : 조선일보 201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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