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118 (월) 비 맞아도 “윤석열 퇴진”… 광화문, 시민 열기 가득
주말을 맞은 광화문 일대가 정권을 향한 분노의 외침으로 가득 찼다. 11월 1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려 주최쪽 추산 10만여 명의 시민들이 집결했다. 곧이어 같은 장소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등 시민단체가 연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 집회가 이어져 참석자들이 명동역 일대까지 행진했다.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두손 함께 꼭 잡고 제대로 된 세상, 제대로 된 이 나라를 위해서 함께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촛불 모형을 들고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비가 내린 11월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등의 주최로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열린 광화문 앞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여명(경찰 추산 2만5000명)이 모였다. 앞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이 연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와 시민단체 촛불행동의 ‘115차 촛불 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광화문 인근 도로 6개 차선과 북측 광장이 인파로 가득 찼다.
우비 차림을 한 시민들은 “국정농단 규명하라” “윤석열을 거부하라” 등이 적힌 붉은색 손팻말을 머리 위로 들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에 나서면서 광화문 일대 곳곳에 경찰들이 배치돼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과 차량을 통제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민생경제의 위기, 전쟁 위기를 마주하며 시민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데 대통령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며 “대통령에게 주어진 길은 국민의 뜻대로 선거 개입과 국정농단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것”이라 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 연습 논란’을 콕 집어 비판했다. 그는 “바닥 친 지지율과 등 돌린 민심에 반성하기는커녕 대통령 경호처는 골프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국민 중 ‘누가 대통령이 골프를 친 것을 제보했냐’고 캐물었다”라며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라고 마음대로 군 골프장 독점해 쓰고 수사에 개입해도 된다는 법이 대체 어디에 있나”라고 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관련된 각종 논란을 언급하며 정부를 향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경기 안성에서 온 이모씨(35)는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논란부터 최근 명태균씨 관련 논란이 매일 터지는 것을 보면서 뭐 하나 상식적인 게 없는 정부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민으로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다는 김모씨(56)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뽑았는데 사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20% 밑으로 떨어진 지지율이 국민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 이모씨(57)도 “국민은 IMF 때만큼 힘든데 대통령은 골프 치러 다니고 거짓 해명까지 하는 것을 보니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집회에 나선 촛불행동 측도 최근 연이은 대학가의 시국선언과 대자보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민심”이라 외쳤다.
조서영 윤석열 탄핵소추 촉구 대학생 시국 농성단장은 “최근 전국 대학에서 교수님들이 시국 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학생들은 곳곳에 대자보를 부착해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도 만들어졌다”며 “이는 민심은 탄핵이며 윤석열 정권의 폭압에 온 국민이 싸우고 있다는 것”이라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광화문 인근의 동화면세점과 서울시의회 일대에서는 맞불 집회 성격의 집회가 열렸다. 전국안보시민단체연합 등 보수 시민단체와 자유통일당도 오후 3시부터 집회를 열고 “이재명을 감옥으로” “대통령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동훈… "이재명 '위증교사' 판결 형량 무거울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1월 16일 더불어민주당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담당 판사를 겁박하는 최악의 양형사유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며 "오늘도 기어코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는 11월 25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위증교사 판결이 있다"며 "이재명 대표의 검사사칭 관련 형사재판에서 이재명 대표가 김 모 씨에게 위증해달라고 요구해 김 모 씨가 위증했다는 단순한 사건"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이 지난해 9월 27일 기각돼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그 논란 많던 구속영장 기각결정에서조차 위증교사는 인정된다고 했다"며 "그러니 많은 국민들께서도 이재명 대표 위증교사는 유죄가 날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다. 남은 건 형량일텐데 위증한 김 모 씨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형사 피고인이 담당 판사를 겁박하는 것은 단순히 반성 안하는 차원을 넘어선 최악의 양형가중 사유"라며 "만약 통상의 국민이 형사재판 받으면서 판사를 겁박한다면 그런 행동이 중형을 선고하는 양형사유로 고려될 것이 분명하다"고도 심려했다.
끝으로 "위증교사 사건은 제가 법무부장관 당시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때 체포동의요청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법부가 법정구속하더라도 별도로 국회의 체포동의안 통과가 필요하지 않다"고 부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오는 11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정 선 얼차려 중대장… “죄인이기 전 군인, 고통 속 참회”
“저에 대한 분노, 증오, 혐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고통 속에서 참회하겠습니다.”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강모(27·대위)씨는 이달 11월 12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재판부의 말에 강씨는 준비해온 쪽지를 펴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며 방청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던 강씨는 돌연 흐느끼면서 눈물을 쏟아냈다.
한동안 마음을 추스른 강씨는 “훈련병들을 건강하게 수료시켰어야 했는데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고통 받는 참담한 결과를 만들어 면목이 없다”며 “지난 과오에 대해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용서 받을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다. 비난과 질책 마땅히 받겠다”며 “단 한순간도 고인과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해 잊어본 적 없다. 앞으로 평생 잊지 않고 고통 속에서 참회하겠다”고 울먹였다.
그 순간 방청석에 있던 유가족들은 "왜 죽였냐"며 숨을 죽이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강씨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저는 죄인이기 전에 나라를 사랑하는, 자부심이 강한 군인이었다. 군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려고 노력했다”며 “잘못된 판단으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켜 큰 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상처받고 분노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합당한 처벌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앞으로는 죄를 짓지 않고 성실하게 살겠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강씨와 같은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를 받는 부중대장 남모(25·중위)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용서를 빌고 싶으나 죄책감을 덜기 위한 행동으로 보일까 두렵다”며 “그럼에도 잘못했기에 사과한다. 평생 후회하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사망한 훈련병의 어머니는 재판부에 발언권을 요청했다. 증인석에 선 그는 “오늘 재판 중 재생된 폐쇄회로(CC)TV 속에서 살아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까 좋기도 하면서 가슴이 아팠다”며 “아들은 우리가 40대에 얻은,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그런 아들”이라고 흐느꼈다.
이어 “의사가 아들에 대해 회생불가 판정을 한 후 중대장에게 이것저것 물었는데 그는 거짓말로 일관했다. 수사기관의 초동수사를 흐린 살인마”라며 “군 상관이 아군을 죽인 이적행위를 처벌해 달라. 한 가정을 50여분 만에 짓밟은 포악함을 처벌해 법이 우리를 두 번 죽이지 않는 다는 점을 보여 달라”고 재판부에 촉구했다. 앞서 강씨 변호인은 “피고인의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훈련병들을 군인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었을 뿐 괴롭히거나 학대해 고통을 가할 의도는 없었다”고 변론했다.
그는 “지금까지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으로 인한 사건에서 학대치사가 인정된 판례는 한 건도 없었다”며 “이를 학대행위로 인정하면 앞으로 군부대에서 조금이라도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을 시행하는 경우에 대한 부적절한 선례를 만들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어릴 때부터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고 명예로운 군인이 되고 싶었다. 잘못된 판단으로 꿈이 물거품 됐고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다”며 “수형생활을 성실히 수행한 점, 모범적인 군 장교였던 점, 만 27세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해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검찰은 의견 진술을 통해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대성이 크다"고 짚었다. 검찰은 "우선 피고인들은 사고 발생 직후 이 사건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와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건은 교통사고가 아니다. 지휘관으로서 법에 정해진 대로 했다면 사망이라는 결과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해자를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한다고 해도 사망한 피해자는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남겨진 이들의 고통이 치유될 수 없다는 점이 첫 번째 중대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잡한 국제 정세에서 우리나라에 국가 안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징병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입대 예정자들은 더는 군을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 사건은 우리나라 안보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점에서 역시 중대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중대장 강씨에게 징역 10년, 부중대장 남씨에게 징역 7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망한 훈련병과 피해 훈련병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여전히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고 있다.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기 때문에 진정한 사죄를 했다고도 볼 수 없다”며 “검찰이 구형한 형량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선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씨와 남씨는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학대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