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립회관 토론회, '긴장, 공방, 혼돈, 허탈'

[박종선]

토론회

26일, ‘정립회관 사태로 바라본 사회복지시설문제 대토론회’ 열려
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 정립회관이소중한회원들의모임 양측토론자참석

[위드뉴스]      입력시간 : 2005. 12.26. 23:54

정립회관 이사장 결정을 철회하라며 사회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 전원퇴진을 요구하며 항의하고 있는 정립회관민주화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집행위원장 박경석, 아래 정립공대위)와 이에 맞서 정립회관이 투쟁의 장소가 되는 것을 볼 수 없다며 결성된 정립회관이소중한회원들의모임(아래 정소모)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립회관 사태에 대한 각 측의 입장을 밝히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26일 오후2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정립회관 사태로 바라본 사회복지시설문제 대토론회'

26일 오후2시, 정립공대위와 정소모, 에이블뉴스의 공동주관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하 강당에서 ‘정립회관 사태로 바라본 사회복지시설문제 대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004년 임기를 마친 관장 연임문제로 231일동안 농성을 진행한 바 있는 정립공대위는 이후 정립회관 이완수 전 관장이 관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합의함에 따라 농성을 풀었지만, 지난 6월 이 전 관장이 관장에서 물러나 이사장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이사장 결정을 철회하라며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 전원 퇴진을 요구하며 강력히 항의해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소아마비협회의 입장은 정립회관 이완수 전 관장은 합의내용대로 관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이사장으로 결정된 것은 합법적으로 이루어 졌기 때문에 정립공대위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 10월에 결정된 정소모는 “정립공대위의 주장과 투쟁은 정당성과 타당성을 잃었고, 더 이상 정립회관이 투쟁의 장소가 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일부 장애인들이 모임을 결성해 정립공대위에 맞선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개최된 이번 토론회는 현재 정립회관의 문제와 해결방안,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와 탈시설화 문제, 자립생활과 장애인당사자주의 및 노동운동의 문제 등에 대한 주제에 대해 정립공대위와 정소모 측의 입장을 밝히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임기마친 관장의 연임문제가 정립사태의 시작이다.”
“시설 운영에 있어서 정년제보다 임기제가 타당했을 뿐”

이 날 토론회는 정립공대위 측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 일하는사람들 남병준 활동가와 정소모 측 양천지체장애인협회 이안중 회장,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소장,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고관철 소장,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과 또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구현 교수가 토론자로 나선 가운데, 에이블뉴스 이석형 사장의 사회로 1,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왼쪽부터 박경석 교장, 남구현 교수, 이안중 회장

본격적인 1부 토론회의 시작으로 정립공대위 측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정립회관 사태의 시작은 임기를 마친 이완수 관장의 연임문제였다. 정년을 지키는 것은 시설민주화의 가장 기초이며, 이에 대해 노동조합과 이용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것이었다.”며, “그러나 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이완수 관장의 연임문제를 두고 ‘노인일자리창출’이라고 답변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립회관이 이용자들의 동의를 받은 것도 아니고 정립회관의 발전을 위한다는 것도 아닌, 노인복지를 위해서 관장을 연임한다고 답변한 것, 이러한 폐쇄적인 이사회의 결정이 가장 큰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소모 측 양천지체장애인협회 이안중 회장은 “정립회관 사태의 시작은 정년제와 임기제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정립회관은 정년제였고, 시설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정년제보다는 임기제가 타당하다고 생각했다.”며, “임기를 마친 이완수 관장의 연임문제가 있었지만, 그동안 정립회관은 자립생활 등 장애인복지를 위해 선진적인 역할을 해왔었고, 그러한 차원에서 이완수 관장이 2년을 더 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정립회관의 발전을 위해서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이사회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양 측의 입장에 대해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구현 교수는 “관장의 연임문제를 두고 정립공대위는 시설의 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정소모는 정년제에서 임기제로의 변화라고 설명하지만, 정립회관 사태는 초등학교에서 줄반장을 선출할 때 어떻게 선출해야하는지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문제이다.”라며, “이것이 당사자주의, 자립생활 등의 문제까지 번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정립회관의 관장 연임문제는 기본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상호 소장은 “줄반장을 아무리 잘 뽑아도 고쳐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이다. 공급자 중심의 전달체계에서 장애인이 권력이 없는데, 무슨 민주화를 말한단 말인가”라며, “관장을 잘 뽑는다면 일정부분 정립회관의 발전에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애초부터 민주화는 없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안중 회장은 “당시 정립회관은 수영장 건설 문제가 있었다. 이완수 관장이 수영장 문제를 해결하고 나가야 한다는 소아마비협회의 현실적인 고민들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정소모는 정년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박경석 교장은 “정립회관의 수영장은 아직도 지어지지 않았으며, 수영장 건설문제는 이완수 관장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이지, 그 해결을 위해서 관장을 연임한다는 것은 임기를 마친 관장의 연임문제를 합리화 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는 “가장 기본적으로 관장 연임문제에 대한 정소모의 입장이 있어야 토론회가 가능할 것”이라며, 정소모 측에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이안중 회장은 “관장 연임문제는 문제의 발단이 될 수 있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 당시 정립공대위의 농성에 동조하지 않은 것은 농성 방법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시설의 민주화는 자립생활과 탈시설화의 기본이다.”

이어진 토론회의 2부에서는 탈시설화 문제, 자립생활과 장애인당사자주의 및 노동운동의 문제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박영희 대표, 이상호 소장, 윤삼호 정책부장

정소모 측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은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탈시설화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시설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는 정립공대위의 주장대로 시설이 민주화가 되면 민주적인 이사들이 탈시설화 할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현 교수는 “예를 들어 에바다 사태의 경우, 갖은 폭력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시설 민주화를 이뤄냈으나 현재 탈시설화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탈시설화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시설 민주화가 무슨 의미냐고 하는 것은 너무 한쪽 측면에서만 본 것이다.”라며, “시설의 민주화는 기본적인 것이고, 이후 민주적인 이사들이 탈시설화와 자립생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조가 탈시설화의 장애물이라는 주장은 시설 종사자들의 일자리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생활시설에서 이용시설로 전환하면 된다.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시설이라면, 탈시설화의 걸림돌은 노조가 아니라 악덕 운영자의 문제이다.”라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이어진 토론자들의 토론에 이어, 이 날 참석한 100여명의 참석자들의 질문과 의견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정소모 측에 “시설 민주화가 탈시설화에 걸림돌이 된다면, 탈시설화의 실천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이안중 회장은 “정부의 시설정책이 재가 장애인시스템으로 전환되도록 투쟁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정립회관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매주 이러한 토론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앞으로 계속 토론회를 하려면 한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정립공대위의 투쟁이 노조의 사주를 받았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안중 회장은 “정소모가 정립공대위 투쟁에 참가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이 노조의 사주를 받았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경석 교장은 “정립회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이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한다. 소아마비협회 이사회에 정립회관 이용자인 장애인과 정립회관 직원들이 참여해야 하는 것은 민주적인 이사회의 기초이다.”라며, “이러한 자리에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들이 직접 나와서 같이 토론하고 정립회관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안중 회장은 “정립공대위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의 투쟁은 인정한다. 그러나 오늘 토론회를 통해 중증장애인들과 투쟁을 이끌어가는 지도부는 따로 있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앞으로 토론회 자리가 마련된다면 좀 더 객관성이 확보된 얘기들로 건설적인 해답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토론회에 대한 의견들도 제각각

정립회관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 날 토론회에서 정립공대위와 정소모는 정립회관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지 못한 채,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에서 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이 날 토론회에는 100여명의 중증장애인과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토론회가 끝나고 위드뉴스는 이 날 토론회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한 참석자는 “이안중 회장의 말대로 정립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과 투쟁을 이끌어가는 지도부는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립공대위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만을 분명히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4시간동안 한 토론회가 마지막 이안중 회장의 발언으로 물거품이 된 것 같다. 정소모는 여전히 이완수 관장의 연임문제를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안중 회장의 발언은 오늘 토론회에서 정립공대위의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황당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 정립공대위와 정소모는 해결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한 채 토론회를 마쳤다. 이 날 한 참석자의 제안대로 앞으로 이러한 토론회가 자주 마련되고, 또한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진들이 적극적으로 참석해 정립회관 사태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