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에 ‘주유소 사업 신규 진출 지양 권고’ 공문 발송 전체 주유소 중 6.3% 점유, 한때 1농협 1주유소 캠페인 벌이기도 경쟁 심화 등 수익 악화·면세유 사용 농기계도 전동화 예고 |
농협 NH-OIL 주유소 전경.(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우리나라 최대 석유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 중인 농협이 지역단위농협 등의 주유소 신규 진출을 자제하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쟁 심화와 전기차 등의 비 내연기관차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유소 사업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확보한 농협중앙회 내부 문건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지난 5월 전국 지역농협에 ‘주유소 사업 신규진출 지양(止揚) 권고’ 공문을 발송했다.
농협경제지주의 농협주유소 신규 진출 지양 권고 공문 표지 사본.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으로 유류를 판매하는 주유소 사업은 점차 축소할 것으로 진단하며 주유소 사업을 신규로 설치하거나 매입하는 등의 신규 진출을 지양하도록 권고한다는 것이 해당 공문의 주요 내용이다.
사업성 등에 대한 컨설팅 절차나 사전 협의 없이 신규 주유소 진출 등을 추진하면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지원되는 장려금과 시설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도 못박았다.
조합원들의 석유 구매 편의와 수익성 확대를 위해 ‘1농협 1주유소 캠페인’을 추진하며 지역농협의 주유소 사업 확대를 지원하던 농협중앙회가 현재는 수익 악화를 우려하며 신규 진출 자제로 방향을 선회했다.
◇ 에너지전환과 주유소 사양화에 주유소 신설 지양 권고
우리나라 최대 석유 유통 네트워크인 농협은 8월 현재 전체 주유소의 6.3%에 해당되는 682곳을 운영중이다.
1농협 1주유소 캠페인 영향으로 주유소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10년 12월 기준 198곳에 불과했지만 알뜰주유소 참여와 동시에 ‘NHOIL’ 브랜드를 런칭하며 주유소 확대에 나서 2023년 8월 11일 기준 682곳으로 13년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석유 취급 물량도 절대적인 수준으로 2022년 기준 전체 주유소 판매량 중 NH알뜰주유소는 7.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면세유 유통량 중 80% 이상을 취급하고 있으며, 면유세 주요 유종인 등유는 전체 유통량 18.4억리터 중 5.8억리터를 판매, 31.5%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주유소 퇴출 등의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는 점을 농협중앙회는 우려하고 있다.
면세 석유를 사용하는 농기계가 ‘전동화(電動化)’되면서 조합원인 농민들의 주유 편의 제공 명분도 줄게 된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농협경제지주는 지역농협에 발송한 공문에서 ‘2022년 말 기준으로 국내 주유소 수는 1만1,026곳에 그치며 2013년 이후 연평균 1.3%에 해당되는 약 100~200곳이 매년 폐업중’이라고 언급했다.
전기차가 확대 보급되는데 더해 면세 석유제품의 주요 사용 대상인 농기계도 전동화 제품으로 교체 예정돼 있다.
2021년 수립된 정부의 ‘농식품 탄소중립전략’에 따르면 2025년까지 노후 농기계 3만2,000대를 조기 폐차하고 전기 트랙터 상용화를 추진하며 2050년까지 모두 전기동력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유소가 2019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0년에는 현재의 74%인 8,529곳이 퇴출돼야 하고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2040년까지 주유소 한 곳 당 12억 6,000만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농협경제지주는 ‘불가피하게 주유소 신설 등을 추진할 때 사업성, 투자 비용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컨설팅 절차 및 중앙회와 사전 협의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면 장려금, 시설물 등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주유소 신설 지양 권고는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고 농촌 인구가 점점 감소해가면서 주유소는 사양산업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무분별한 신설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다만 부득이하게 주유소를 신설해야 할 경우 하나로마트 등 경제사업이나 전기차 등 에너지 복합 등 융복합 형태로 신설하도록 지도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