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득하위 80% 지급 추진 건보료 납부 근거로 산출 땐 농가 4명 중 1명 대상서 제외 서삼석 의원 “터무니없는 결과 모든 농가와 국민 줘야 마땅”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당정이 합의한 대로 소득 하위 80% 가구에 ‘선별 지급’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지만 여당을 중심으로 ‘전 국민 지급’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안대로 선별 지급이 이뤄지면 농민 4명 중 1명이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란 분석이 나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건강보험료 납부 상황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면 도시가구에 견줘 소득이 훨씬 낮은 농가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할 수 있어서다. 행정 편의를 이유로 건보료 잣대를 무리하게 적용했다간 농업현장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본지가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으로부터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코로나19 피해지원 자금 지급 대상 농가비율 검토’ 자료에 따르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농가는 약 76만6000가구로, 전체 102만농가의 75.1%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농식품부는 2018년 건강보험료 납부 자료를 활용해 기준 중위소득 180%에 해당하는 농가를 산출했다. 중위소득이란 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으로, 중위소득 180%는 가운데 가구보다 소득이 1.8배 높다는 의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업인 국민건강보험 지원사업’ 대상 농가는 모두 31만7000가구다. 이 중 19만6000가구가 중위소득 180% 이내에 들었다. 농식품부는 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달해 건보료를 납부하지 않는 57만농가도 재난지원금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봤다. 전체 농가 중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와 의료급여 수급권자 비율을 55.8%로 추산한 2018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을 근거로 삼았다.
이에 따라 건보료 납부 농가 중 19만6000가구와 미납부 농가 57만가구를 합한 76만6000가구가 소득 하위 80%로 인정돼 재난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저소득층 소비플러스 자금’을 지급받는 기초수급자·한부모가족 등의 농가는 약 26만3000가구일 것으로 예측됐다. 해당 가구는 가구원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에 더해 소비플러스 자금 10만원씩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재난지원금 대상인 ‘소득 하위 80%’에 대부분의 농가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 농업계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농가소득이 전년보다 크게 올랐다 해도 평균 4500만원 수준에 불과한데, 농가의 25%가량이 전 국민 소득 상위 20% 범위에 속한다는 셈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확정된 기준이 나오진 않았지만 중위소득 180%를 초과하려면 4인가구 기준 연소득이 1억원을 넘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농축산물 판매대금이 1억원 이상인 농가는 3만5000가구로, 전체의 3.5%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농식품부가 재난지원금을 받을 농가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추경안을 세웠다”며 “2㏊ 이상 쌀농사를 짓는 농가가 14%에 불과한 데다 2㏊라 해도 쌀소득은 1500만원 남짓일 텐데 25만가구에 달하는 농가가 (4인가구 기준) 억대 소득을 올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터무니없는 추계에서 보듯 추경에서 활용하려는 건보료 기준은 농가에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재난지원금은 모든 농가, 나아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주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소득 하위 80% 판별 기준은 언론 등을 통해 파악된 상황을 반영해 검토한 것으로, 향후 ‘국민지원금 범부처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며 “농사짓고 있지만 ‘농업인 건강보험 지원사업’ 대상이 아닌 직장가입자나 도시 거주 농민 등은 분석에서 제외돼 실제 지급 농가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홍경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