º 가보르 보디 특별전
평소라면 상영이 없었을 지난 월요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한국에선 소개될 기회가 드물었던 헝가리 감독 가보르 보디의 작품을 상영하는 “가보르 보디 특별전”이 한 기획자(@joejaeyun)의 주최로 열렸다. 단편 <네 개의 바가텔>(1975)과 <은밀한 역사>(1978), 장편 <아메리카의 엽서>(1975)를 상영한 후에는 가보르 보디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상영작이었던 <네 개의 바가텔>은 벨라 발라즈 스튜디오의 “영화 언어 시리즈”의 하나로 제작된 작품이다. 제작 연도를 보지 않았다면 여지없이 1920년대의 전위 영화 중 한 편이라고 여겼을 만큼 초기 실험 영화의 형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이 작품에서 드러난 일종의 메타 영화사적 관심은 아카이브 영화의 선구자적 작품으로 평가받는 <은밀한 역사>나 1848년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총이 아닌 측량 도구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아메리카의 엽서>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아메리카의 엽서>는 그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퇴장한 영화로 기록된 한편, 만하임영화제에서는 대상을 받으면서 가보르 보디의 이름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엄격한 문화적 검열이 이루어졌던 시기에도 보디가 이처럼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영화적 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벨라 발라즈 스튜디오의 존재 덕분이었다. 오는 10월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특별전을 진행하는 또 다른 헝가리 시네아스트 유디트 엘레크 역시 벨라 발라즈 스튜디오의 일원이었다고 하는데, 영화의 스타일은 무척 다르다고 한다. 지금까지 내가 헝가리 영화의 풍부한 토양의 지극히 일부만 알고 있었구나 싶어 놀랍다. (김나영)
º 『도리스 위시먼의 영화들』(알리시아 코즈마 등 / 김효정 옮김 / 교유서가)
도리스 위시먼(1912~2002)은 <사탄은 여인이었다>(1975), <여자로 죽게 하라>(1977) 등의 영화를 연출하며 ‘세계 최초의 여성 성인 영화감독’으로 평가받는 이름이다. 김효정 평론가가 글과 번역으로 참여한 이 책은 도리스 위시먼의 주요 활동을 정리하는 한편, 그가 제기한 젠더 재현의 문제들을 꼼꼼하게 짚어본다. 이해영 감독이 추천사를 썼으며 가격은 28,000원이다.
º “2025 폴란드 영화제-보이치에흐 하스 탄생 백주년 회고전” @광주극장
보이치에흐 하스 감독의 탄생 백주년을 맞아 열리는 “2025 폴란드 영화제”가 서울아트시네마에 이어 광주극장에서도 9월 17일(수)부터 28일(일)까지 진행된다. 하스 감독의 장편 14편을 모두 상영하며 18일(목)에는 <작별> 상영 후 카롤 샤프라니에츠 평론가의 시네토크도 준비되어 있다.
도손도손 사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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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 영화 중 서아시 직원분들이 알고는 계셔도 안 보셨을 만한 거 추천해보겠습니다...
<컴패니언> - 일절 정보없이 보시는 걸 추천
<블랙 백> - 오랜만에 국내 극장 개봉한 소더버그 신작
<곤돌라> - 무성영화인지 모르고 본 흥미로운 여성영화
<리플렉션> - 부천영화제 상영작. 수입돼서 개봉 예정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 서아시 상영작들과는 대척점에 있는 공포상업영화 시리즈인데 시리즈 중 제일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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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꼭 보고 싶은 <흑인 오르페>를 상영한다고 해서 예약했습니다. 음 왜 2개를 상영하지 의문은 들었지만, 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으로만 알던 1959년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흥분되었습니다. 당시 브라질의 풍경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주인공 오르페의 음성으로 듣는 주제곡은 너무 아름답고, 끝난 후에도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덕분에 머리 속으로만 알던 음악과 영화를 직접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아트시네마 방문이 잦아질 것 같습니다. 이제 지독한 여름도 고개를 숙이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즈음 여러분에게도 <흑인 오르페>의 카니발의 아침을 선사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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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군단> 예전에 봤지만 최근에 다시 스크린으로 보니 넘 좋더라구요. 뭐랄까... 레지스탕스 영화중 세계 최고의 영화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다시 봐도 가슴 떨리는 고전 중의 고전이지요. 죽음의 문턱에서 언제 잡힐지 모르는 두려움, 아슬아슬함, 동지애, 인간적인 고뇌, 그 외에 형언할 수 없는 인물들의 감정들이 눈빛과 표정과 음악으로 다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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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 영화를 다섯 편 정도 봤는데, 하스에게 개인의 정념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에 의한 완전한 절망을 향한 심연(<사라고사의 메뉴스크립트>, <올가미>)이면서, 반대로 외부 정치적 상황에 대한 해방구(<사랑받는 방법>, <과거와의 이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죄수의 회고록>은 후자의 희망이 다시 외부 세계에 의해 심판 받기는 하지만...
디제시스를 넘나드는 재치있는 음악 사용이나(특히 <과거와의 이별>!) 전경에는 역광의 자연물을, 후경에 주요 인물을 배치하는 트래킹 숏들은 충분히 봤으니 남은 영화들에서는 눈을 뜨이게 하는 다른 특기를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