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탈사업 모델인 가전은 인수희망자 10개 이상..레미콘은 업황불황이 걸림돌
동양그룹의 핵심 자산 매각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재무 리스크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동양그룹은 주력사업인 레미콘과 가전사업 부문(옛 동양매직)부터 매물로 내놓았다. 이어 추가적으로 자산 매각을 단행해 총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장기 전략을 세워놓은 상태다.
◇가전사업부, IB업계 '핫딜' 부상19일 금융권 및 업계에 따르면 (주)
동양 (783원
33 4.4%)의 가전사업부 인수에만 10곳 이상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양의 가전 브랜드인 '매직'은 과거 주방가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을 만큼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렌탈사업 모델로 현금이 꾸준히 들어오는 사업 구조도 강점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렌탈이나 방문판매 등의 조직망을 갖추고 있어 기존 사업 뿐 아니라 신사업 확장에도 유리하기 때문에 인수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동양매직도 이미 다수의 원매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비수기 IB(기업금융)업계에 '핫딜'로 떠올랐다. IB업계에 따르면 전략적 투자자(SI)로는 교원, 쿠쿠, 귀뚜라미가 거론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는 IMM이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최대 사모펀드(PEF)인 씨티벤처캐피탈(CVC)가 최대주주인 위니아만도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매직의 경우 국내외 사모펀드와 SI 등 10개 이상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펀드의 관심이 높고 가전과 레미콘사업을 한꺼번에 묶어 사겠다는 펀드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동양매직의 '새주인'을 엮어줄 인수자문사로 선정되기 위한 증권사 등 IB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경기부진 탓에 건자재부문은 '난항'동양은 한편 건자재 사업부문 매각을 위해 레미콘 업계 1,2위인 유진기업과 삼표에 매수 의사를 타진한 상태다. 하지만 레미콘 산업이 몇 년째 역성장을 보일 정도로 업황이 부진한 것이 걸림돌이다.
유진기업의 경우 지난 10월 하이마트를 매각해 6500억여원의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 또 시멘트 사업에서 손을 완전히 떼고 레미콘에만 집중하기로 밝혀 이번 딜의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유진기업이 동양의 건자재사업부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레미콘 업계의 시각이다. 동양의 레미콘 사업장은 40여개에 달하지만 유진기업의 주력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과 수도권은 4개에 불과하다.
아울러 유경선 그룹 회장이 검찰 뇌물 비리에 연루된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회사 측도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삼표는 인수 가능성을 당장 점치기가 어렵다. 레미콘 사업에 대한 업력도 길고 의지도 강하기 때문에 인수후보로는 꼽힌다. 인수할 경우 유진기업을 누르고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으며 재무부분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레미콘 경기가 워낙 부진해 사업 확장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삼표와 동양이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사업장이 겹쳐 인수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시간없는 동양, 매각 서둘러 진행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동양그룹은 최대한 빨리 두 사업부의 인수를 매듭짓는 게 목표다. 지주회사인 (주)동양의 차입금 1조2398억원(10월말 기준) 중 90%가 단기차입금이다. (주)동양의 100%자회사인 동양인터내셔널도 7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만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동양증권은 신속한 매각 작업을 위해 외국계 증권사와 손잡고 매각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외국계 증권사 선정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로 공동 주관 업무 계약 체결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M&A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인수할 경우 실사도 거쳐야 하고 매각 일정이 최소 2달은 걸리기 때문에 펀드 쪽으로 인수될 가능성도 적잖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각 방식으로는 레미콘과 가전 부문이 (주)동양의 사업부 형태로 있기 때문에 물적 분할보다는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과 동양매직은 별도 법인이 아니라 사업부 형태라 매각 구조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동양측에서는 최대 8000억원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