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향후 5년간 일자리 1400만개 소멸, 은행원-데이터 입력 사무직 등 대체할것”
[AI 경고등]
세계경제포럼 미래직업 전망… “개발자 등 AI분야 고용 30% 증가”
할리우드 작가들 “AI대본 반대… 제작자측과 합의 안돼 파업”
AI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전문가들조차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AI 기술의 약점과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고 이용자들에게 주지시켜야 할 이유다. 게티이미지
《AI, 인간 일자리 1400만개 위협
인공지능(AI)으로 과연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인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무려 1400만 개가 없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세계 일자리의 2%다. 은행 창구 직원, 데이터 입력원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까지 “AI 대본이 판칠 것”이라며 파업에 나섰다. 》
인공지능(AI) 같은 혁신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앞으로 5년간 세계에서 일자리 1400만 개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면서 특정 직군에서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현지 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미래 직업 보고서 2023’에 따르면 2027년까지 일자리 8300만 개가 사라지고 6900만 개가 창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순감 일자리 1400만 개는 전 세계 일자리의 약 2%에 해당한다. 이번 보고서는 WEF가 세계 45개국 803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했다.
보고서는 일자리 감소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직군으로 은행원과 티켓 판매원, 데이터 입력 사무원 같은 기록 관리 및 행정직을 꼽았다. 해당 분야에서 5년간 일자리 2600만 개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입력 사무직은 일자리 800만 개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은행 창구 직원 및 관련 사무직도 10년 이내 약 40% 줄 것으로 예측됐다.
조사 대상 기업의 75% 이상은 ‘향후 5년 이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AI 기술을 구현하고 관리할 개발자 및 과학자, 데이터 분석가 그리고 기계학습 및 사이버 보안 전문가 고용은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많은 일자리가 AI로 대체되고 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5년간 업무 지원 부서 직원 2만6000명 중 30%를 AI로 대체하거나 자동화하겠다”며 “고용확인서 발급 및 부서 인사이동 같은 일상 업무는 자동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 할리우드 작가들은 AI가 일감을 잠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미 언론에 따르면 영화 텔레비전 및 엔터테인먼트 작가 1만1500명이 소속된 미국작가조합(WGA)은 “AI를 사용해 작가의 이전 작품을 새로운 대본으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며 “AI가 쓴 대본 초안을 재가공하라는 요청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WGA 측은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로 구성된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새 협약이 체결되지 않아 파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WGA 파업은 2007∼2008년 ‘100일 파업’ 이후 15년 만의 파업으로 심야 TV 토크쇼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고 낮 시간대 TV 연속극에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윤다빈 기자
정부, AI ‘저작권 침해’ 대응 나선다
[AI 경고등]
AI시대 글로벌 주도권 경쟁 가세
개인정보-지재권 등 쟁점 규범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 9월 마련 계획
과기장관 “글로벌 ‘룰 세터’ 될것”… EU-美-日, AI 질서 정립 ‘잰걸음’
개인정보 및 저작권 침해, 가짜뉴스 증가 등 인공지능(AI) 시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 미국, 일본이 AI 관련 규제 체계 마련에 나선 가운데 AI 시대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AI 질서’ 재편에 한국도 참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AI 기술 발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방안’을 보고했다. AI 개발 가속화가 불러올 새로운 디지털 세상에 대비하려면 AI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회적 쟁점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으로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과 개인정보 침해 △AI가 만든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인정 여부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뉴스 등을 꼽았다.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과 기준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9월에 마련할 계획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이 축이 된 ‘AI 질서’ 정립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990∼2000년대 정보화촉진기본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정책으로 PC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성공하며 ‘정보기술(IT) 강국’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미래 AI 시대에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취지다. EU, 미국 등이 주도해 AI 규범이 만들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입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결과다.
과기정통부는 구체적으로는 8월 중 국민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공론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미래 포럼’을 올해 안에 신설할 방침이다. 유엔 차원의 글로벌 디지털 협약 제정을 위한 국제포럼을 올해 하반기(7∼12월) 국내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디지털 규범과 관련한 글로벌 논의를 주도하는 ‘룰 세터(Rule Setter)’ 역할을 맡겠다”고 강조했다.
● ‘규제 중심’ 유럽 vs ‘활용 중심’ 미일
새로운 AI 질서를 만들기 위한 EU와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발걸음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 중 EU가 가장 적극적이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EU가 세계적으로 가장 강도 높은 규제 방안을 쏟아내며 미국 등의 AI 개발을 견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AI 규제 법안을 두고 “연내 정치적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의 뼈대는 오픈AI의 챗GPT 등 생성형 AI가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저작권 활용 여부와 출처 등을 밝히도록 한 것이다. 또 AI 위험도를 평가해 4단계로 나눠 이용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과 아직 디지털화가 더딘 일본은 EU와 달리 규제보다 AI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국가별 이해관계가 갈리며 지난달 29, 30일 일본 군마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디지털·기술장관회의에서 각국은 AI 활용을 위한 5가지 원칙에 합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한국은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정립하는 건 필요하지만 당장 법령 제정이나 개정으로 AI를 규제하는 것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나오는 새로운 AI 논의를 반영하면서 구체적인 (규제) 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