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전세계 탄소가격제 통합 방법론' 제안에 각국 대표 즉각 반발
O 전 세계적으로 탄소 가격 체계를 통일하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안에 각국 외교관들이 난색을 보이며 탄소 배출량 감축을 둘러싼 무역 전쟁이 우려되고 있음.
- 각국은 철강 및 시멘트 생산의 부문의 탄소 배출에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음. WTO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Ngozi Okonjo-Iweala) 사무총장은 국가별로 상이한 탄소 가격을 일원화하기 위해 일종의 경제적 전환 도구를 모델로 제안했음.
- 지난 3월,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친환경 철강 표준에 관한 한 행사에서 현존하는 약 70개의 각기 다른 가격 책정법을 통합하기 위한 방법론의 필요성을 지적한 후 다른 비공식 회의에서 더 구체적인 모델을 발표했음.
- 이에 각국의 외교관들은 그녀가 회원국의 요청 없이 이러한 이니셔티브를 주도한 것에 대해 비판하고 있음.
- WTO의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과 랄프 오사(Ralph Ossa)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제안한 이 모델은 개발 현황과 과거 배출량에 따라 각국을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함. 이 모델에 따르면, 최빈국에는 톤당 최저 27달러를, 가장 부유한 국가에는 톤당 최대 181달러까지가 부과될 수 있음. 이 가격은 상이한 기후 정책의 동등성을 계산하기 위한 기반으로 사용됨.
- 이에 대한 반발은 즉각적으로 일어났음. 우선 선진국들은 과거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중국과 인도와 같은 국가에 불균등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토로하고, 탄소 국경세로 거둔 이익을 개발도상국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함.
- 미국, EU, 영국은 현재 전 세계 대기 중 과잉 CO2의 절반 이상에 대한 책임이 있음. 따라서 탄소 가격 모델을 만들 때 과거 배출량을 고려하면 부유한 국가는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함.
- 반면, 일부 개발도상국은 오콘조이웨알라의 이니셔티브가 부유한 국가들이 추진하는 탄소 국경세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음. 특히 인도는 탄소 국경세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선진국들의 일방적인 비전이라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함.
- 일부 개발도상국 출신 UN 무역 외교관은 이 같은 문제는 WTO가 아닌 UN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며, WTO와 그 사무총장의 권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
- 이에 대해 랄프 오사 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안한 이니셔티브가 탄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지 개별 회원국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WTO의 프레임워크가 회원국의 권리와 의무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함. 이어서 “WTO 사무국에서 비판에 대응하여 추가 연구를 수행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겠다”고 약속함.
- 탄소 가격 책정에 대한 논란은 각 국가와 수출업체들이 탄소 가격을 얼마나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라고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줌. EU는 올가을부터 알루미늄, 철강, 비료와 같은 일부 제품에 적용될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며, 중국, 캐나다, 영국, 한국 등도 탄소 가격 책정을 위한 단계를 진행하고 있음.
- 반면, 미국은 기후 친화적 생산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반대의 접근 방식을 취하며 EU와의 무역 긴장을 조장하고 있음.
- 또한 탄소 가격 책정의 배후에는 보호 무역주의 목적이라는 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함. 제네바의 한 고위 무역 외교관은 탄소 국경세에 대해 “진정한 위험성은 이 제도가 보호주의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말함.
- 기후와 탄소 가격 정책을 둘러싼 무역 분쟁은 이미 벌어지고 있으며, 각국이 원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WTO의 소관인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음. EU의 탄소 국경세는 WTO 회원국들의 비판을 받고 있고, 인도는 개발도상국 무역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EU의 CBAM을 WTO에 제소할 계획임.
-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후 정책과 탄소 가격 책정을 조정할 권한을 어떤 국제기구에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탄소 가격 측정 연구를 주도하기 위한 기술적 전문성과 자원을 보유함. 그러나 OECD 회원국 38개국은 WTO의 164개 회원국에 비하면 대표성이 떨어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도 비슷한 주제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기구 간에 기후와 탄소 정책에 관한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함.
- 거침없고 과감한 업무 추진 스타일로 유명한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기후 논쟁의 주도권을 WTO 소관으로 가져오고자 함. 그러나 그녀가 각국에 탄소 가격 책정 모델을 발표한 이후 이상하게도 제네바에서 침묵이 흘렀음. 이제 각국이 WTO를 주도 기관으로 인정하고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녀의 실험이 실패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임.
출처: 폴리티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