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무엇이 치밀어오르는 것,
그러므로 오늘 밤의 목표는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 것.
이장욱, 로코코식 실내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지.
말없이. 손나팔을 불듯 두 손을 흔들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춤을 추면서.
머나먼 반도의 끝자락을 떠도는 이름 없는 유랑 악단처럼.
멈추면 사무칠까 봐 더 더 걸었지.
뒤처진 쪽을 슬쩍슬쩍 바라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면서.
언제나. 언제나 그렇게 걸었지.
언제나 그렇게 걸어왔지.
춥고 어두운 길에선 더더욱 더.
이제니, 먼 곳으로부터 바람
한 치의 여백도 없이 채우고 싶다고
더 없이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이제니, 파노라마 무한하게
아무리 사랑하고 가까운 사이에도
아주 먼 사이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비밀이 있는 거라네.
가까운 사이는 너무 미묘하고 오묘해서 꿰뚫기가 어렵지.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이런 삶은 낭비야, 이건 죄악이야,
날 놓아줘, 부탁해, 제발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날 놓아줘
최정례, 그녀의 입술은 따스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
우리는 마주하고, 천천히 말을 주고받는다.
잘 지냈어? 별 문제 없었던 것 같은데.
절망은 그렇게 말하고, 친근한 몸짓으로 내 무릎을 톡 톡 친다.
침대에 들어가 얌전히 베개에 등을 기대고 있는 내 무릎을.
에쿠니 가오리, 웨하스 의자
길을 건너는 두 사람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을 지나친다
두 사람은 그들이 그들 자신의 인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운명으로 묶여 있음을
그들이 죽기까지 모른다
황인찬, 종로이가
얘야 너도 언젠가 너와 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사람을
만난단다 분별할 수 없는 꽃들의 통로처럼
김경주, 당신의 잠든 눈을 만져본 적이 있다
아무런 목적도 의지도 없는 채로
우연히 거기 있었던 것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그때부터 이유를 만들어간다고 해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그애는 진심을 손에 잡히는 물건처럼 사용할 줄 알았지
그럴 때면 의심이 많은 나 역시도
그애에게서 그것을 건네받을 수밖에 없었어
정지향, 초록가죽소파 표류기
너는 내 표정을 읽고
나는 네 표정을 본다
너는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래서
나도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러다 너는 취해 운다
그래서 나는 취하지 않고 운다
눈물을 닦으며 너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너는 나를 두고 집으로 갈 것이다
나는 너를 두고 오래 밤길을 잃은 것이다
네 얼굴엔 무수한 표정들이 돛처럼 피어나고
내 얼굴엔 무수한 표정들이 닻처럼 잠겨 있다
이영광, 얼굴
-형. 비극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오?
과가 물었다.
-글쎄.
-무엇인가를 이해했다, 라 착각하는 순간에 다가온다는 것이오.
이상우, 객잔
죽지 말라고
살아 있으라고 내리는 비는 아름다웠다
비에 목을 맨 것도 처음이었다
여태천, 구멍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차로들에
신호등이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내 잔에 넘쳐 흐르던 시간은
언제나 절망과 비례했지
거짓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마음은 늘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어
이제 겨우 내 모습이 바로 보이는데
너는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한다
황경신, 청춘
나는 언제나 목표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다 과정이고 임시라고 여겼고
나의 진짜 삶은 언제나 미래에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결과 나에게 남은 것은 부서진 희망의 흔적뿐이었다.
천명관, 고령화 가족
이제 어떻게 하지? 이 실패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지금까지 참 많은 실수를 해왔지만, 설마 자살에 실패할 줄이야
세오 마이코, 천국은 아직 멀리
출구 없는 삶에
문을 그려 넣는 마음이었을
도처의 소리 소문 없는 죽음들을
사랑한다
계절을 잃어버린 계절에 피는
느닷없는 꽃망울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김소연, 걸리버
너를 갖기 전에도
너를 원했단다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너를 사랑했어
네가 태어나기 한 시간 전에도
너를 위해 죽을 수 있었단다
이건 분명 생명의 기적이야
모린 호킨스
고개만 돌리면 환한 햇살인데
그 한 발짝을 내딛지 못해 그늘에 갇혀 있어야 하는 날들이 있다.
이혜경, 그리고, 축제
제발 두려워하지 말고 두 팔로 나를 안아
이것이 재난이라 해도, 너를 원해
전경린,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 1Q84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들여다보았다
고은, 순간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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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daum.net/subdued20club/LxCT/212580
http://cafe.daum.net/subdued20club/LxCT/213046
안녕~~
첫댓글 좋다 위저드베이커리 잼게
읽었엉 ㅎㅎ
나중에 또 읽어 봐야지! 고마워!
고마워!
오 여시 글 엄청좋다.......많이올려줘ㅠㅠㅠㅠ
글 좋다 고마워!
좋다ㅠㅠㅜㅠㅜㅜ나중에 또 읽어봐야지
여샤 혹시 무라카미하루키글 위에짤 어디서나온건지알수잇으까ㅠㅠ
이거 말하는 거지? 영화 파이트클럽!
ㅠㅠㅠ마자ㅠㅠㅠㅠ고마워ㅓ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