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534) –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다
며칠 전 아파트 앞 큰 길에 나서니 차량들이 밀린다. 웬일인가 싶다가 되짚으니 인근에 있는 대학의 졸업식이 열리는 시간이다. 교문 입구에는 한 몫 보려는 꽃다발 상인들이 즐비한데 아침부터 비가 내려 가라앉은 분위기다. 교회의 졸업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격려하였다. '뜻깊은 졸업을 축하하며 더 아름답고 밝은 날들로 나아가기 바랍니다.' 형설의 공을 쌓은 젊은이들이여, 밝은 날들로 나아가라.
졸업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상념, 대학 4학년 2학기말시험을 치르며 쾌재를 불렀다. 지긋지긋한 시험감옥에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으로. 그것도 잠시,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하였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대학원 마치고 30여년 지나 다시 박사과정에 입학하여 후배교수들에게서 수강하기도 하였다. 정년에 즈음하여 사회교육프로그램인 노후생애설계지도자과정을 이수하였고 2년 전에는 사회단체가 주관하는 국제학술프로그램에 팀을 이뤄 참여하여 상을 받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수년 전부터 구청과 건강타운의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컴퓨터와 스마트 폰, 외국어를 배우고 있다. 집에서는 아침에 TV의 기초영어교육에 참여하는데 이번 주부터는 기독교방송의 오전 성경강좌(주 4회)를 열심히 청강하기도. 한 편 주민센터와 건강타운의 도서관에서 매주 2권의 책을 빌려 미진한 분야를 탐색한다.(이번 주에 읽은 책 중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 색다른 감흥을 준다.) 더불어 깨친 교훈, ‘배움에는 멈춤이 없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노익장들이 수강중인 건강타운의 중국어교실
면학에 얽힌 사연들, 초등학교 1학년 때 6.25가 터져 서울에서 고향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1학년은 3개월로 가름하고 이듬해 2학년으로 등교하였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결석을 많이 하였다. 중학 졸업 후 1년간 고향에서 집안일을 돕다가 4.19가 일어난 1960년에 고등학교에 진학, 2학년 때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공무원이 되었다. 공무원신분으로 대학에 들어가면서 두 가지 다짐을 하였다. 졸업 전에 고시합격, 졸업식장에서 총장과 악수하기. 운이 좋았던가, 4학년 2학기 때 고시에 합격하고 졸업식에서는 단과대학 수석졸업으로 총장과 악수할 수 있었다. 공직경험을 담아 작성한 대학원 논문은 유명 연구소가 그 일부를 소개하였는데 교수신분으로 임한 박사과정은 우여곡절 끝에 학위를 취득하는 등 면학의 길은 쉽지 않더라.
졸업시즌에 접한 안타까운 사연, 육사 생도 3명이 졸업을 하루 앞두고 교칙에 어긋나는 품행을 이유로 제적처분을 받았다는 뉴스다. 학업뿐이랴, 삿포로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0미터 결승에서 마지막주자가 골인을 앞두고 미끄러져 메달을 놓진 장면과 오늘(2월 25일)로 취임 4주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중인 것들이 겹쳐 면학이나 경주, 생업에서 끝까지 실족하지 아니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가 중요한 것임을 깨친다.
* 대학 졸업식에는 시골에서 상경한 아버지가 참석하여 격려하였는데 박사학위수여식에는 서울에 사는 아들과 친지가 참석하여 축하해주었다. 무릇 면학과 졸업에 이르는 과정은 당사자의 노고는 물론 가족들의 성원과 뒷받침에 힘입은 바 크다. 이를 상기하며 2009년 7월에 아들이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때 아내와 함께 참석하였다. 그때 살핀 유럽 대학의 졸업식 모습을 이렇게 적었다.
케임브리지의 졸업식
7월 18일, 아들의 케임브리지대학(경영대 석사) 졸업식에 참석하였다. 졸업식은 30여개가 넘는 칼리지(한국의 단과대학과 비슷하다.)를 몇 개로 묶어 한 장소에서 각 묶음으로 30여분씩 학위(석사, 박사)를 수여하는 방식으로 하루 종일 진행된다. 전체 학위 수여자 명단이 참석자와 불참자(우편으로 학위증을 추후 전달)로 나뉘어 인쇄물에 적혀 있고 식장에는 당사자와 입장권을 지닌 가족, 친지들이 참석한다. 학위수여식은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당사자가 수여자 앞으로 한 사람 씩 나아가 무릎을 꿇고 앉으면 의자에 앉아 있는 수여자가 손을 감싸 안고 구두로 학위취득을 선언한다. 식장 안에서는 촬영이 금지되고 식이 끝나면 밖으로 나와 사진을 찍고 축하인사를 나눈다. 오후 2시 15분으로 예정된 수여식은 순차적으로 30여분 지연되어 2시 45분경부터 약 40여 분간 진행되었다.
졸업식장에는 영국과 유럽인 외에도 동양인, 아랍인, 흑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북적대는데 기숙사 근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중년여인은 호주에서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러 왔다고 말한다. 우리처럼 멀리 날아온 사람들도 있구나. 아들에 하루 앞서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카딸이 파리정치대학(Science Po)에서 과 수석의 훌륭한 성적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그곳에서는 가족이나 친지들의 참석 없이 당사자들만 조촐하게 파티를 여는 방식으로 치렀다는 소식이다. 같은 시기에 영국과 프랑스에서 집안의 자제들이 학위를 받게 된 것을 축하하면서 세계가 하나로 묶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후학들이여, 정진하라.
첫댓글 교수님의 평생교육기...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건 알았지만, 파란만장 하셨네요^^
올 해의 교육계획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ㅎ화이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