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와 열역학 제2법칙
엎질러진 물이라는 속담이 있다. 한 번 엎질러지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깨진 항아리는 아무리 기다려도 원래 모양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얼음을 냉장고에서 꺼내 놓으면 그것은 녹아서 물이 되는데 그것이 스스로 다시 얼어서 얼음이 되지는 않는다. 쇠는 오래 지나면 녹슬고 푸석푸석해지는데 그것이 다시 처음처럼 말짱하게 되지 않는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 등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늙는데 한 번 늙으면 다시 젊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죽은 생명을 살리는 길은 없다. 한 번 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가게 해주는 타임머신은 만들 수 없다. 이런 모든 일들이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은 지나간 일들을 그리워하고 젊음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왜 이런 일들이 세상에 일어나지 않는가? 사실 우리는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엔진의 열효율에 대한 경험 법칙인 열역학 제2법칙이 이런 일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열역학 제2법칙은 여러 가지 다른 표현들로 나타낼 수 있는데 엔트로피를 써서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고립된 계(또는 우주)의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한다.
고립된 계란 외부와 에너지와 물질을 교환하지 않는 계를 말한다. 우주는 정의에 의해 고립된 계이다. 따라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것일 때만 일어날 수 있다. 어떠한 물리적인 현상이나 화학 반응도 그것이 전체 계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일 때만 일어날 수 있다. 앞서 예로든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은 하나 같이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왜 고립된 계의 엔트로피는 증가해야만 하는가? 우리는 아직도 그 답을 모른다. 열역학 제2법칙은 우리가 지금껏 경험한 것들을 법칙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아직 어떠한 실험 결과도 이 법칙에 어긋나지는 못했다. 앞서 살펴본 카르노 기관이나 이상적인 냉장고는 모두 머리 속에서만 가능한 일들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는 가역적인 과정은 하나도 없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비가역적인(되돌릴 수 없는) 현상에 대해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가 실제로 얼마나 변하는지 계산해 보겠다. 엔트로피는 상태 함수이므로 엔트로피 변화는 처음 상태와 나중 상태에만 상관하지 그 중간에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비가역과정에서 엔트로피 변화를 직접 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처음 상태와 나중 상태를 연결하는 가역과정을 찾아내서 그 과정에서 엔트로피 변화를 계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