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똥
낙엽이 지천에 깔리고
툭툭 낙엽비 맞으며 귀가한
어스름 저녁,
아무도 없는 집안에
한 뭉테기 멸치 대가리가
찌릿 날 노려보는 게 아닌가
그날, 어쩌면 낙엽과 어울리지 않는
진달래가 보란듯이 폈듯이
난 조금은 기분이 묘하고
그놈의 멸치대가리가 보기 싫어
모조리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훗,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내는 며칠이고 고독과 싸우며
누군가에게 먹일 맛난
육수를 위해 저린 발을
동동거리며 누구처럼 필요 없을
멸치똥을 떼버렸단다
사실, 인생은 며칠 동안 끓인
육수처럼 맛내기가 쉽지 않고
난 아내가 떼어논 멸치똥처럼
한 동안 쥐죽은 듯이
버려진 공간에 머물다가
찬바람이 부는 며칠이 지난 담에야
멸치대가리로 우려낸
잔치국수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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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사)
멸치똥
노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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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2
23.11.02 18:2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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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멸치똥은 좀 쓴맛이 나지만 몸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칼슘과 영양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대요.
'멸치똥' 같은 존재는 존귀한 존재라네~ㅋ
난 멸치 육수 좋아하는데
이번주 토요일엔 자네처럼 멸치로 우려낸 잔치국수를 먹으려네~
의미 깊은 시 배람합니다.
윤솀님 멸치똥이 영양분이 많이 들었다니 먹어야 겠네요
하지만 얼마나 쓴지
국수는 멸치물에 내어놓는 잔치국수가 최고지요
한 그릇 먹는데 시간이 10분
대부분의 사람들이 멸치똥이라고 표현 하는데
멸치 내장이 건조 되어서 똥처럼 보이는 것이지요
물론 내장 속에 똥이 들어 있긴 하겠지만...
예전엔 멸치 대가리 떼지 않고 통째로 멸치 볶음 하거나 시래기 국에 넣어서 먹었는데요
좋은 시 감상 잘 했습니다.
우릴 때는 아무 것도 떼지 말고 그대로 우려야 제맛.
그게 어디유.
멸치 똥 채로 안끓여주시는 어부인, 잘 받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