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재생, 31억원→322억원 농업재해보험 6857억원으로 탄소중립·스마트농업 예산 투입 국산 농축산물 수요확보 기여 농식품바우처 등 3건 예산 無 농신보 기금 겨우 500억 책정 영세농 디딤돌…‘증액 0순위’ 정부가 8월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예산안은 포스트 코로나, 기후변화 등 새로운 정책환경에 대응해 농촌재생, 식량안보, 농업경영 안정 등에 중점을 뒀다. 또 탄소중립, 스마트농업 확산, 취약계층 복지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정부의 농업관을 의심케 하는 대목도 적지 않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이 필요한 사업이 많다는 얘기다.
◆농촌재생·식량안보·농업경영 안정=예산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농촌재생’이다. 농촌을 살고 싶은 쾌적한 공간으로 재조성하는 데 투입되는 예산이 올해 31억원에서 내년엔 32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공간계획 수립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5곳에서 40곳이 늘어난 45곳으로 확대되고 해당 지자체 내의 축사·공장을 이전하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76억원을 들여 ‘귀농·귀촌 통합플랫폼’을 신규 구축하고, 영농정착지원금을 지원하는 청년농 규모를 올해 1800명에서 내년엔 2000명으로 늘린다.
식량안보 위협과 자연재해, 가축질병 확산에도 맞선다. 쌀 비축량을 35만t에서 45만t으로, 밀 비축량도 1만t에서 1만4000t으로 각각 확대한다. 두류 2만t에 대해선 공동선별비 11억원을 지원한다. 농업재해보험 예산을 4755억원에서 6857억원으로, 재해대책비는 1285억원에서 2285억원으로 각각 높였다. 배수개선사업 예산도 3245억원에서 3751억원으로 확충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취약한 어미돼지(모돈) 이력을 관리하는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농지 소유·이용 실태, 거래 현황 등을 상시 관리하는 ‘농지은행관리원’을 신설한다.
◆탄소중립·스마트농업·포용성 제고=‘2050 탄소중립’ 이행기반도 구축한다. 소 사육 때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 사육 모델을 마련하고, 전력 사용량을 재생에너지로 전부 충당하는 ‘RE100(알이백)’을 농촌마을 4곳에 18억원을 들여 실증 지원한다. 또 29억원을 투입해 지열·폐열 등 재생에너지 공동이용시설 2곳을 설치한다.
스마트농업과 ‘데이터 경제’도 활성화한다. 임대형 스마트팜을 내년엔 6곳 추가해 12곳으로 늘리고,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17곳은 ‘스마트 산지유통시설’로 탈바꿈한다.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결제자금도 300억원 융자 지원한다. 기존엔 오프라인 도매시장·공판장 거래 참여자만 받을 수 있었다. 현장 문제해결형 데이터기반 서비스를 농가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도 62억원을 편성했다. 병해충을 인공지능(AI)이 감지해 방제하는 식의 스마트 관리가 가능해진다.
내년 예산안의 특징은 취약 농업종사자의 복지를 확대했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여성농의 농작업 질환 건강검진을 처음으로 지원하고, 농지연금 가입 기준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낮췄다. 농업분야 외국인 근로자가 머무는 기숙사를 10곳 시범 건립하고 이들 2만가구에 대한 건강보험료 90억원을 지원한다. 이밖에 민간동물보호시설 환경 개선에 18억원을 지원한다. ◆증액 필요한 사업은=농업계에선 농촌공간계획 수립 지원을 확대하고 여성농 취약질환에 대한 특수건강검진을 신규로 실시하는 등 일부 측면에선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농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할 만한 대목 또한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취약계층 농식품 지원사업 3총사’다. 농업정책의 한축으로 자리매김해온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농식품바우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등 3개 사업에 단 한푼의 예산도 반영되지 않았다. 수혜자 만족도가 높은 데다 국산 농축산물의 수요처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는 만큼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부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영세농·소농의 농업 진출 발판이 되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도 필수 증액 사안 0순위다. 예산안에는 달랑 500억원이 책정됐다.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건립 지원사업 대상을 10곳에서 대폭 늘리고 국산 밀 수매단가를 높이는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메탄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논물관리 기술 보급, 농공단지 재생 등에도 예산 투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소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