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해결책 제시 안돼 임차·신축은 농가 부담 커 공공주도 기숙사 설립 등 필요 외국인 근로자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유예기간이 약 한달 뒤 종료된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취업활동 기간을 내년까지 1년 연장해주기로 하면서, 유예기간 종료의 효력이 당장 발생하진 않을 전망이다. 다만 농가에 유예기간이 부여된 지 약 5개월이 흐르는 동안 정부가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고용노동부는 올 1월 농지 내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농가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설상가상으로 농가에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곧장 방침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농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고용부는 3월 숙소 개선 계획을 세운 농가에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한시적으로 ‘재고용’을 허용해주기로 했다. 숙소를 임차해서 제공하겠다는 농가에는 올 9월1일까지 6개월을, 신축하는 농가에는 내년 3월1일까지 1년의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그 이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입출국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올해 취업활동 기간이 만료되는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활동 기간을 1년 연장해주기로 하면서, 농가도 그만큼의 시간을 추가로 벌게 됐다.
문제는 고용부가 처음 제시한 유예기간이 종료를 한달 앞둔 현시점에서 숙소 개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농가가 숙소를 직접 마련하기는 어려운 현실만 거듭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버섯재배사를 숙소로 제공하는 경기 양평의 느타리버섯농가 김유철씨는 “외국인 근로자 22명이 머물 숙소를 구해야 하는데 비용 부담 때문에 알아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면서 “농가를 죽이는 정책”이라고 한탄했다.
농가가 의지할 만한 지원 정책도 부족하다. 사실상 유일한 지원 정책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외국인 근로자 주거지원사업’은 지원액이 숙소 한곳당 최대 1500만원에 그친다. 전남 보성에서 쪽파와 감자 등을 재배하는 문기현씨는 “20여명이 지낼 숙소를 지으려고 알아보니 땅을 구하는 데만 1억원이 넘게 들고 원자재값 상승으로 건축비도 덩달아 올랐다”면서 “1500만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사업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도 올해 지원 대상은 600여 농가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하는 7000여 농가 가운데 30∼40%만 농지 바깥의 기숙사 등을 숙소로 제공한다. 나머지 60∼70%가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원 대상이 극히 적은 셈이다.
농업계는 일방적으로 방침을 정한 정부가 유예기간 부여를 방패막 삼아 대안 마련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외국인정책반 과제’에 의하면 정부는 내년 하반기에야 외국인 근로자 주거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농촌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 건립 지원을 추진한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영세한 농가가 숙소로 사용할 땅과 건물을 직접 마련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근본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필수시설을 갖춘 숙소는 양성화하고,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기숙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공공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