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의 숨비소리
해녀(海女)는 바다 여자? 하지만 해녀는 바다 여자가 아니다. 영어로는 Sea Woman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여자가 해녀(Haenyeo)다. 해녀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말이다. 그만큼 특이하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존재‘라고까지 말한다.
해녀는 제주의 사람들, 수많은 여성의 삶 그 자체였다. 이르게는 열 살쯤부터 물질을 배우기
시작해서 정년도 없이 평생을 바닷속 물로 뛰어들었다. 겨우 8살에 물질을 시작한 이가
있었다고도 하고, 아기를 낳은 후 3일 만에 다시 물질을 시작했다고도 한다.
바닷물에 뛰어들어 미역을 채취하고 전복과 해삼을 따는 일은 그들의 생계 수단이자 직업이었다.
그것은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없었던 척박하고 험난한 환경의 제주 여성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던 숙명과도 같았다. 극한에 가까운 상황 속에서 뛰어들어야 하는 바닷속, 해녀들은
조금과 사리의 물때를 맞추고 파도와 바람을 이겨야만 했다. 그 많은 제주의 바람 – 갈바람,
샛바람, 마파람을 견뎌내야만 했다. 한편 해녀들이 있는 바닷가에서는 연신 그들이 뿜어내는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제주 해녀들이 장시간 물질을 하다가 수면 위로 떠 올라 막혔던,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는
휘파람 같은 소리가 숨비소리다. 1분, 2분... 바닷물 속 바닥에서 전복과 해삼, 조개를 따고
올라와 토해내는 모아둔 숨소리. 눈앞에 있는 또 다른 조개 하나를 더 따서 망사리에 담기 위해
가쁜 숨을 얼마나 더 참아야만 했을까? 바닷속 깊은 물은 얼마나 차가웠을까?
좀 더 좀 더 그들은 깊은 바닷속을 향해 거듭 거꾸로 자맥질하여 들어갔을 것이고, 오랫동안
참았던 숨만큼 더욱 큰 숨비소리를 토해냈을 것이다. 물 위로 박차고 올라와서 숨비소리를 내는
순간 다시금 살았다는 환희를 맛보며 햇빛과 공기의 크고 깊은 새 숨을 들이마셨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숨비소리를 낼 수 있는 한 자신이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심정으로 또다시 깊은
바닷속으로 발버둥 쳐 내려갔을 것이다. 지금은 3,000여 명으로 그 숫자가 줄어든 해녀들의
숨비소리는 아직은 오늘도 제주의 바다 어딘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을 것이다.
해녀들은 제주의 바다, 땅과 물, 바람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일부였다. 그들은 햇빛과
바람, 파도와 같은 자연 현상에 적응하여 이들과 함께 유영(遊泳)했다. 그리고 바닷속 자연이
만들어내는 신묘한 생명체들의 세계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갔다.
바닷속의 생명체들이 그러하듯이 그들 역시 살기 위해 움직이고 활동하며 먹을 것들을
취했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만큼, 숨비소리를 내서 생명의 끈을 이어가면서 생존을 위한
양식을 구할 정도의 자제하고 절제하는 삶의 방식을 살았다.
해녀들은 끈질긴 삶, 상생과 조화, 공존의 지혜를 살아냈다. 사회 주류의 흐름에서 살짝
비켜나 있었지만, 해녀의 삶은 가장 특징적인 제주 문화 현상의 하나가 되었다.
그 응축된 삶의 숨결과 애환은 제주 역사와 문화의 본질이자 원형의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