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땅에서 난 사람은 땅에 속하고 땅에
속한 것을 말하지만, 하늘에서 오시는 분은 모든 것 위에 계신다." (31)
요한 복음 3장 31~36절을 세례자 요한의 말로 본다면, 요한 복음 3장 31절은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자신과 구체적으로 차별화시키고 있는 내용이 된다.
그분은 자신과 달리 '위에서' 오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위에서'로 번역된 '아노텐'
(anothen; from above)은 장소를 가리켜서 쓰일 때에 '위로부터'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시간을 가리키는 부사로 쓰일 때는 '새로'(anew)라는 뜻을 가진다.
그러나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이것은 근본 출신이나 출처 등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며 탄생을 묘사하기 때문에(요한1,13; 1요한2,29) '하느님께로부터'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위에서 오시는 분'의 사상은 구약을 잘 알고 있는 유대인들에게는 낯선 용어가 아니다.
특히 '~안으로 들어가다'는 뜻으로 흔하게 쓰이는 히브리어 '뽀'(bo)는 당신
백성에게로 오시는 분인 주님과 관련되어 자주 발견되었다.
그분은 짙은 구름 속에서 시나이 산에 오셨고(탈출19,9; 20,20), 수만 수천 성도와
함께 시나이 산에서 시온산으로 오신다(시편68,18).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에 수많은 군중이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마태21,9)을 외치면서 대대적으로 환영한 것은 '오시는 분'에 관한 믿음과 관계된다
(시편118,26).
세례자 요한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예수님을 가리켜 '위에서 오시는 분'에
해당하는 '호 아노텐 에르코메노스
'(ho anothen erchomenos; The one who comes from above) 라고 불렀을 것이다.
또한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과 현저히 구별되는 것은 위에서 오셨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 위에 계신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계신다'로 번역된 동사 '에스틴'(estin; is)이다.
이 동사의 시제가 현재라는 사실은 예수님께서 모든 것 위에 계속하여 계시며, 만물에
대하여 지배권을 가지는 것을 나타낸다.
반면에 세례자 요한은 땅에서 났으며 땅에 속하였으므로, 땅에 속한 것을 말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땅에서 난 사람'에 해당하는 '호 온 에크 테스 게스'(ho on ek tes ges; the
one who is from the earth)라는 표현은 '위에서 오시는 분'과 대구를 이루는
표현으로서, 예수님과 자신은 근본부터 다름을 증거한다.
이것은 세례자 요한 자신이 육(肉)으로 난 자요, 죄 아래 있는 자라는 뜻이다.
'땅'으로 번역된 '게스'(ges; earth)는 인간의 거처이며 세상의 일부로서의 땅을
가리키는데, 특히 하느님과 관련지어 볼 때 그것은 그분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분의
뜻에 의해 존재하므로 그분께 시작과 끝이 있다.
하늘과 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땅이 죄의 활동 장소라는 것인데,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근본이 바로 이곳임을 밝힘으로써, 인간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 오셨지만 무죄하신
예수님(히브4,15)과 자신을 철저히 차별화시킨 것이다.
이와같이 세례자 요한은 자신을 낮추고 예수님을 높임으로써, 당시 그가 얻고 있던
명성과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끝까지 주님의 길을 예비하는 자신의 사명을 잘
감당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