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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화산 오르는 도중 뒤돌아본 치악산 비로봉
날인 바위 끝이
발아래 떨고 있고
봉마다 골마다
제여곰 다른 모양
한눈에 모여드나니
다만 어질하여라
――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 1891~1968), 「迦葉峰-金剛山 한 봉오리」 3수 중 제3수
▶ 산행일시 : 2021년 6월 27일(일), 맑음, 더운 날
▶ 산행인원 : 2명(광인, 악수)
▶ 산행시간 : 10시간 25분
▶ 산행거리 : 도상 15.9km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KTX-산천 열차 타고 만종으로 가서, 택시 타고 황골탐방지원센터로 감
▶ 올 때 : 오원리 버스정류장에서 택시 타고 횡성터미널로 와서, 시외버스 타고 용문으로 와서 저녁 먹고,
전철로 상봉역에 옴
▶ 구간별 시간
05 : 32 - 청량리역, 만종 가는 KTX-산천 열차 출발
06 : 21 - 만종
06 : 55 ~ 07 : 00 - 황골탐방지원센터, 산행준비, 산행시작
07 : 21 - 입석사(立石寺)
08 : 20 - 치악주릉, 이정표(비로봉 1.3km, 입석사 1.2km)
08 : 30 - 쥐너미재 전망대
08 : 40 - 1.247m봉
08 : 47 - ┫자 갈림길 안부, 이정표(비로봉 0.3km, 구룡사 4.7km)
08 : 55 - 비로봉(飛盧峰, 1,282.0m)
10 : 00 - 배너미재
10 : 15 - 1,103.1m봉
10 : 37 - 1,104m봉
11 : 27 - 1,120.3m봉
12 : 20 ~ 12 : 58 - 천지봉(△1,085.8m), 점심
13 : 55 - 수래너미재
15 : 20 - 매화산(梅花山, △1,083.1m)
15 : 53 - 995m봉, 헬기장
16 : 20 - 644.7m봉
17 : 13 - 농로
17 : 25 - 오원리 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8 : 03 - 횡성터미널
18 : 56 ~ 20 : 39 - 용문, 저녁
21 : 57 - 상봉역, 해산
2-1. 산행지도(비로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2-2. 산행지도(천지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2-3. 산행지도(매화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2-4. 산행지도(오원리,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안흥 1/25,000)
▶ 비로봉(飛盧峰, 1,282.0m)
이른 아침 강릉 가는 첫 열차는 한산하다. 산촌의 아침 풍경은 어떠한지 졸린 눈 비비고 차창 밖 파노라마를 자
세히 보려했으나 별 소득이 없다. 양동 지날 때는 자욱한 안개 속이고 얼마 안 가 우리가 내릴 만종이다. 당초에
는 만종에서 51번 버스 타고 원주 시내로 가서 거기서 또 버스로 황골을 가려고 했는데 버스가 막연하다. 전광
판에 도착정보가 뜨지 않고 안내판에는 코로나 사태로 운행회수를 단축한다고만 한다.
시간은 돈이다. 택시 타고 아예 황골탐방지원센터까지 가기로 한다. 들머리에 최대한 일찍 가는 것은 산행에 여
러모로 바람직하다. 첫째, 산을 많이 또는 오래 탈 수 있다. 시간에 쫓겨 중간에 그만 탈출한다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둘째, (운이 좋다면) 햇빛이 익기 전에 운해 넘실대는 첩첩 산의 조망을 볼 수 있다. 셋째, 아직
마르지 않은 풀숲의 이슬을 헤치며 한갓진 산길을 걷는다는 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썩 좋다.
내친 김에 입석사까지 택시로 가면 좋으련만 황골주차장(황골탐방지원센터) 위로는 바리케이드 치고 막았고
7시도 되지 않았는데 국공은 출근했다. 입석사까지 아스팔트길 1.6km이다. 줄곧 오르막이다. 3주전에 관설동에
서 향로봉을 올랐다가 이 길을 내려올 때는 이렇게 가파른 줄을 몰랐다. 산길이 아니라서 더 팍팍하다. 오른쪽
사면 아래 깊은 황골 계류는 밤을 지새워 법문하고도 낭랑하다. 비록 이마와 앙가슴에 비지땀이 흐르지만 계류
물소리는 아주 시원하다.
입석사 앞마당을 지나 비탈길 계단 오르는 입석대는 들르지 않기로 한다. 그 근처에 가보았자 나무숲이 우거지
고 너무 가까워 그 전모를 살피기 어렵다. 입석사가 빈 절처럼 조용하다. 입석사 지나 소로의 산길이 이어진다.
여태 늘어지다 일어서는 오르막이다. 너덜이거나 돌계단이다. 스님들은 자고(?) 우리는 고행한다. 어제 내린 비
로 길은 질척이고 바위는 미끄럽다. 내 거친 숨에 너덜이 들썩이는 것 같다.
3주전에 이 길을 내려올 때 여기를 오르지 않아 무척 다행이다고 혼자 생각했다. 저축하지 아니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다 보니(그 때 그 때 산행지를 정하다 보니)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함부로 재단할 일이 아니
다. 입석사에서 0.6km 오르면 지능선 마루이고 쉼터가 있다. 첫 휴식한다. 아침 요기한다. 새벽부터 서두느라
아침밥을 먹을 틈이 없었다. 어제 저녁에 산 절편이 약간 굳었다. 씹어 삼키기 힘들 지경이다.
다시 0.6km 오르면 치악주릉이다. 가파름은 한풀 꺾였다. 잔돌 쌓아 계단 만들고 그 위에 야자매트로 덮어씌운
계단길이 푹신하여 오히려 걷기에 불편하다. 골 건너 삼봉이 보일까 수렴을 걷으려고 등로 벗어나 수풀 헤치고
봉봉을 오르는 게 헛 발품이다. 치악주릉. 곧바로 비로봉을 향한다. 그다지 굴곡이 깊지 않은 부드러운 산길이
다. 곁눈질하여 펑퍼짐한 사면을 지날 때면 누비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풀숲이 어제 온 비로 흠뻑 젖었다.
쥐넘이재 전망대. 미세먼지인지 연무인지 칙칙하여 전망할 것이 없다. 쥐너미재는 북서쪽 삼봉(三峰, 1,073.5m)
가기 전 안부다. 쥐너미재(鼠翻岭)에 대한 안내판이다.
“이 고개는 옛날 쥐 떼가 넘어간 고개라 하여 쥐너미재라고 합니다. 옛날 범골에 범사(凡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쥐가 너무 많아 스님들이 쥐 등쌀에 견디지 못하고 절을 떠났다고 합니다. 하루는 그 많은 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지어 범사를 떠났는데 그 후로는 이 절을 찾는 사람이 없어졌고 절은 폐사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서는 원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10분 정도 가면 1,247m봉 공터가 나오고 내리막에 황장금표 데크 쉼터가 있다. 목책 넘어 암봉에 기어올랐으
나 짙은 연무는 여전하다. 한 피치 내린 안부는 ┫자 갈림길이다. 산행교통의 요충지다. 이정표에 왼쪽은 구룡
사 4.7km. 직진은 비로봉 0.3km다. 가파른 데크계단 오르막이다. 숨 가쁠만하니 치악산의 주봉인 비로봉이다.
우리가 1착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오른 등산객들이 여럿이다.
비로봉이 사방이 훤히 트인 치악산 제1의 경점이지만 오늘은 원경은 물론 근경조차 흐릿하다. 이곳 비로봉은
한자로 ‘飛盧峰’이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아마 ‘毘盧峰’의 오기이리라. “비로(毘盧)”는 불교에서 “높다”는 뜻
으로 우리나라 금강산, 소백산, 팔공산 등의 주봉은 “비로봉”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비로자나(毘盧遮那”는 모
든 곳에 두루 비치는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의미하고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은 법신불을 뜻한다.
3. 북한강의 아침, 양수대교를 건너며
4. 초롱꽃, 황골탐방지원센터 화단에서
5. 금마타리(Patrinia saniculaefolia Hemsl.)
국내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6. 비로봉 남릉
7. 치악산 서쪽 주릉
8. 오른쪽 뒤는 투구봉
9. 치악주릉, 멀리 가운데는 향로봉
▶ 천지봉(△1,085.8m)
비로봉 오르막에 ‘음주행위 금지’라는 안내판을 보았거니 타는 목마름에 맨입으로 휴식하기가 어려워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한적을 곳을 찾아 좀 더 가기로 한다. 부곡, 강림 쪽으로 가는 길도 데크계단을 놓고 잘 다듬었다.
배너미재 또는 천지봉 가는 길은 비지정탐방로다. 출입금지 팻말이 있다면 오히려 그게 길을 안내할까봐 아무
런 표시를 하지 않았나 보다. 사면 돌아 주릉에 이를 풀숲에 가린 소로를 감각으로 찾아내고 얼른 목책을 넘는다.
십여 년 전 영춘기맥 종주시절보다 인적이 더 뜸하다. 그때는 덕순이도 모르고 막 달렸다. 풀숲이 우거져 발로
더듬어 길을 찾는다. 더구나 빗물이 아직 마르지 않아 바지자락이 휘감기도록 금방 젖는다. 영춘기맥은 이 치악
산 구간(싸리재를 지나 매봉산, 남대봉을 넘어 매화산에 이르는)이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하다. 영춘기맥은 영월
태화산에서 시작하여 춘천 봉화산을 넘어 춘성대교에서 맥을 놓는 도상거리 275km에 달하는 산줄기이다.
허리께 차는 산죽 숲도 헤친다. 금방일 것 같던 배너미재가 여러 구비 넘어야 한다. 어쩌면 비로봉에서 바라볼
때 운해가 흐르고 그에 배가 넘을 듯하여 배너미재라고 하지 않았을까 한다. 왼쪽 세렴폭포 쪽으로 내리는 길
이 옛날의 자취로 흐릿하다. 배너미재 지나 바로 오르게 되는 1,103.1m봉이 첨봉이다. 직등은 암릉이라 남들처
럼 왼쪽 사면을 길게 돌아 오르는데 가파르고 젖어 있어 몇 번이나 뒷걸음질한다.
등로는 1,103.1m봉 오른쪽 사면을 돌아간다. 그래도 조망이 트일까 하여 등로 벗어나 잡목 숲 헤치고 슬랩을
빡빡 기어 기어이 정상을 올랐으나 수렴에 가렸다. 이다음 봉우리인 1,104m봉 정상의 펑퍼짐한 풀밭에서 비로
봉에서 미루었던 휴식한다. 걸으면 덥고 쉬면 시원하다. 풀숲이지만 산기운이 서늘하여 파리, 모기가 얼씬하지
못한다. 둘이니 휴식이랬자 잠시다. 탁주 한 잔씩 마시고 나면 하릴없어 그저 걷는다.
1,120.3m봉을 암봉이다. 또다시 조망을 찾아 오르려고 시도했으나 바위가 미끄럽기도 하여 오르다말고 뒤돌아
섰다. 1,041.3m봉 넘고 야트막한 안부이자 ┫자 갈림길인 세렴재를 지나 천지봉 너른 품에 든다. 좌우의 풀숲
사면 누벼 향긋한 손맛을 보며 오른다. 천지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노브랜드다. 삼각점은 ‘안흥 444,
1985 재설’이다. 사방 나무숲에 둘러싸여 아무 조망이 없고 바람 막아 후덥지근하다. 정상을 약간 벗어나 휴식
할 겸 점심밥 먹는다.
10. 참조팝나무(Spiraea fritschiana C.K.Schneid.)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영명은 Korean spiraea이다.
11. 비로봉
12. 왼쪽 멀리는 매화산
13. 뒤가 매화산
14. 배너미재 지나 천지봉 가는 능선
15. 산죽지대
16. 가운데 뒤가 투구봉, 맨 오른쪽은 토끼봉
▶ 매화산(梅花山, △1,083.1m)
수래너미재 가는 길. 천지봉에서 북동쪽으로 방향 틀어 내린다. 완만한 숲속 길이다. 배도 부르것다 느긋하다.
수래너미재까지 한 차례 쭉 내리면 될 줄 알았는데 봉봉을 넘는다. 어설프게 사면 풀숲 누비다가 여러 지능선
을 넘고 넘어 주릉에 이르기도 한다. 길 한가운데 떠억 하니 버티고 있는 큰 독사를 본다. 꼬리를 흔들며 고개
들고 빤히 쳐다본다. 앞서 두 번에 걸쳐 독사를 보았으나 그들은 길을 잽싸게 비켜주었다. 광인 님이 스틱으로
멀리 내치고 간다.
수래너미재에서 천지봉 오르내리는 길도 비지정탐방로다. 방금 전에 마주 오는 홀로 등산객 한 분을 만났다. 서
로의 산행정보를 교환했다. 수래너미재에도 국공이 없더란다. 그래도 숨소리 발소리 죽이고 살금살금 내린다.
수래너미재는 학곡리와 강림리를 오가는 둘레길이 생겼다. 고갯마루에는 필기구와 엽서를 비치하고 느린 우체
통을 설치해 놓았다. 둘레길 가는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을 만난다.
수래너미재는 수레넘이재의 오기다. 영춘기맥 종주시절에는 수레가 지날 수 있을 묵은 임도가 지났다. 지금은
야자매트를 깔고 가파른 데는 계단을 만들었다. 국토정보플랫폼 지명사전의 수래너미재(車踰峙)에 대한 설명이다.
“조선시대 태종이 운곡 선생을 찾아오실 적에나 환궁하실 때 수래 타고 넘은 고개라 하여 수래너미재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성호 이익(星湖 李瀷, 1681~1763)의 의견은 다르다. 그는 『성호사설(星湖僿說)』의 ‘원운곡(元耘谷)’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에 전하기를 “원운곡 천석(天錫)이 치악산(雉嶽山)에 숨어 살 적에 태종(太宗)이 친히 가서 방문했으나 피하
고 보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운곡은 고려 말기의 진사로서 원주(原州) 변암(弁巖)에 살았
으며, 처음 목조(穆祖)가 전주로부터 영동(嶺東)으로 이거한 것은 그 외가(外家)가 평창(平昌)에 있었기 때문이
었고 그 고비(考妣)의 능(陵)이 삼척(三陟)에 있었는데 지금 나라에서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태종이 영동을 왕래하게 되었는데 길이 원주를 경유하게 되므로 그를 찾아 자문한 바 있었고 지금
치악산 각림사(覺林寺)에는 태종대(太宗臺)가 있는데 태종이 등극하기 이전에 책을 끼고 다니며 휴식하던 곳이
며, 신씨(辛氏) 부자와 최영(崔瑩) 장군의 죽음에 그가 다 시를 지어 곡(哭)한 적이 있었고, 태종이 즉위해서는
사제 간의 옛 정의로 역마(驛馬)를 달려 방문한바, 그때는 운곡이 이미 사망한 뒤이므로, 그 아들 형(泂)을 불러
특별히 기천현감(基川縣監)에 제수한 것이다.
운곡은 37세에 상처하여 다시 장가를 들지 않고 첩도 두지 않았으며, 그 학문이 조리(操履)가 있고 시권(詩卷)
이 본기에 남아 있는데 혁명에 관한 말이 많으므로 그 자손들이 비밀히 감춰 두었다 한다.
(世傳元耘谷天錫隱居雉嶽山太宗親臨訪之而逃不見者非也元麗季進士居原州之弁巖始穆祖之自全州移嶺東者以外
家在平昌故也考妣之陵在三陟今朝家訪之不得者是也太宗亦甞徃来嶺東而路由原州就而咨訪今雉岳之覺林寺有太
宗臺即㣲時挾卷逰息之所也至辛氏父子及崔瑩之死皆有詩哭之及太宗即位以甘盤之舊馳驛訪之則已沒矣召其子泂
至特授基川縣監耘谷三十七䘮配不復娶亦不畜妾學有操𡳐有詩卷蔵扵家多言革代事子孫秘之云)
ⓒ 한국고전번역원 | 이진영 (역) | 1978
17. 비로봉
18. 비로봉, 왼쪽 멀리는 남대봉
19. 등로 한가운데에서 비키지 않고 버티고 있는 독사
20. 수래너미재, 가운데 거목은 엄나무(Kalopanax septemlobus (Thunb.) Koidz.)
21. 수래너미재 거목인 엄나무
22. 매화산 정상
23. 매화산 전망바위에서 남쪽 조망
매화산 오르는 길도 철조망 치고 안내문을 달고 막았다. 철조망이 끝난 오른쪽에 소로가 아주 잘났다. 매화산
정상까지 도상 1km를 고도 300m로 올려쳐야 한다. 소로는 10분 정도 워밍업 하느라 서서히 오르다 벌떡 일어
선다. 땀 뺀다. 협곡 슬랩의 오르막 중간쯤 올랐을 때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킬문 님과 수영 님을 만난다. 온몸이
땀에 전 모습이다. 반갑다. 술잔 나눈다. 이러니 여기 또한 석파령(席破嶺)이다.
협곡 오르고도 가파른 오르막은 계속 이어진다. 암릉이 나온다. 대뜸 덤볐으나 의외로 까다롭다. 더럭 겁이 난
다. 외길일까? 오르다말고 내려서서 좌우사면의 인적은 살핀다. 오른쪽 사면 깊이 떨어졌다가 길게 돌아 오르
는 길이 있다. 주릉에 올라 가파름이 수그러들고 이윽고 매화산 정상이다. 조그만 정상 표지석이 풀밭 한가운데
있고 그 뒤에 2등 삼각점(25 재설, 77.8 건설부)이 있다. 매화산 정상은 사방 나무숲에 가려 아무 조망이 없다.
킬문 님과 수영 님을 만났을 때 매화산의 조망처를 묻기 잘했다. 남쪽으로 잘난 길을 따라 50m쯤 가면 절벽 위
의 암반이 나오고 일대 경점이라고 했다. 그랬다. 연무는 많이 걷혔다. 백덕산에서 삿갓봉, 송학산, 매봉산, 남대
봉, 치악산 비로봉까지 첩첩 산을 일람할 수 있다. 눈이 시원하다. 이제 하산이다. 북진한다. 길이 잘났다.
1,000m 넘는 고지에 이런 길은 드문 경우다. 돌멩이 하나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줄달음하기 차마 아
깝다.
당초에는 995m봉 너른 헬기장에서 이 잘난 길을 벗어나 서쪽 능선을 타려고 했으나 귀찮아졌다. 그냥 이 길을
따라 가기로 한다. 800m봉 직전에서는 잘난 길이 오른쪽 사면을 뚝 떨어지기에 이제는 길 없는 우리 길을 가야
하나보다 하고 스틱 치켜들고 밀림을 뚫는데 뒤에 오던 광인 님이 지도 들여다보고는 이 길이 800m봉을 우회
하여 넘을 것 같다고 한다. 맞았다. 괜히 곤욕을 치를 뻔했다. 노송 숲이 보기 좋은 644.7m봉을 지나고 Y자 갈
림길이다.
농로를 감안하면 왼쪽이 가깝다. 왼쪽으로 간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가 반갑다. 마을이 가까워지고 계곡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다가가니 육담 혹은 팔담을 넘쳐 암반을 훑는 옥계다. 담 하나씩 차지하고 자맥질한
다. 여름산행의 쾌미다. 계류를 건너면 농로다. 그곳 주민이다. 여기는 사유지인데 함부로 오면 안 된다고 야단
한다. 그런 줄을 모르고 매화산을 올랐다가 산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미안하게 되었다고 하자, 길을 잃으면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잘 가시라 배웅한다. 아무튼 공손할 일이다. 농로는 곧 차도와 만나고 오원리 버스정류장
이다.
부기) 서울 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원리 버스정류장에는 새말 지나 횡성의 만세공원으로 가는 여러 버스가
지나는데 시간표대로 올 기미가 없다. 일단 학곡리로 가서 구룡사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고 원주로 갈 요량으로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택시 도착 예정시간이 10분이었다. 횡성에서 오는 택시였다. 오원리에서 학곡리까지는
택시요금이 8,000원 상당이다. 택시기사님은 취소할 줄을 몰라 어쩔 수 없이 왔다고 한다.
우리 사정을 얘기하자 횡성에는 원주 가는 버스가 자주 있고 또 가까우니 차라리 횡성으로 가자고 한다. 원주
역 열차시간(19시 09분)은 1시간 정도 남았다. 열차시간을 늦추자 해도 모두 매진이다. 원주역까지 택시 요금은
5만원이 넘는다. 택시기사님 의견대로 횡성으로 갔다. 요금은 2만원이다. 횡성터미널에 도착하니 원주 가는 버
스가 15분 후에 있으나 원주역 열차시간에 맞추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택시기사님이 미안해서인지 대안을 제시한다. 동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타라고 권한다. 소요시간 1시간 50분,
요금 13,000원이다. 동서울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출발하자 버스기사님이 새삼스레 어제 이 시간대에 양평
에서 동서울까지 3시간이 걸렸고, 속초에서 동서울까지는 4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서울까지 이 버
스로 가느니 용문에서 전철을 타는 편이 낫다. 용문에서 내렸다. 배도 고팠다. 용문역이 가까운 음식점에 들러
반주로 맥주 1병, 덕순이주 3병을 분음하고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왔다.
24. 멀리는 백덕산
25. 오른쪽 멀리 흐릿한 산은 송학산
26. 앞 오른쪽은 천지봉, 가운데 뒤는 비로봉
27. 멀리 왼쪽은 남대봉
28. 왼쪽 멀리 흐릿한 산은 배거리산
29. 천남성 뒤태
30. 고비사막
31. 노루발(Pyrola japonica Klenze ex Alef.)
첫댓글 와~~가보고 싶었던 능선이었는데 다녀오셨군요...근데 너무 긴데요..살살다니시죠^^
주릉은 평탄한 비단길입니다.^^
역쉬 마이 드셨네~ 그럼 치악표 덕수니를 구하셨구만요~
저만 아는(?) 비처가 있지요.
곰취도.
산행기 따라 저도 장쾌하게 달린 느낌입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고비사막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