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이 시집가는날, 자야의 부산나들이

[자야崔玉子(팀장)]

얼마만이었을까?....한 10년도 넘은 듯하다...내가 부산을 다시 찾은 것은...

금요일 퇴근을 하고, 친구들과 가늘게 내리는 비의 쓸쓸함을 즐기며
종로에서 가볍게 한 잔 하고, 토요일에 있을 회사동료 후배의 결혼식을 위해,
큰언니 생일도, 하양샘의 개업식도 과감히(?) 불참하고서 선약을 지키기 위해
밤 11시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비좁은 자리로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 4시 반, 아직도 어둠이 점령하고 있는 부산엘 도착해 찾아간 해운대 바닷가...
그새 많이 단장된 도시에도 불구하고, 바다는 그대로 여전히 너울대며 철썩이고 있었다.

전날 내렸던 비 탓인지 몰라도 흐릿함에 일출은 비록 보지 못했지만,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찜질방을 찾아가 전날의 피로를 말끔히 풀었다.

찜질방 안에서 알게 된 부산 아지매와 부산 한 총각과의 즐거운 1시간 가량의
찜질방 데이트(?)는 모처럼 낯선 곳에서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들이 추천하는 해동 용궁사 방문을 위해, 다시 꽃단장(?!)을 하고서
거금을 들여 택시 타고 가보니....허컥....정말 너무 환상적인 장소에 있는 사찰!

바닷가 절벽 위에 근엄하게 펼쳐진 용궁사, 마치 관광코스를 생각해 만든 듯한
절경과 그외 사찰 구조 및 장식들이 참으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시 바닷가라 그런지 쉼없이 몰아치는 바닷바람으로
갈기 사자머리로는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는 것이 못내 서운하다..ㅠ.ㅠ

서둘러 다시 택시를 타고 결혼식에 앞서 2차 꽃단장을 위해 부산 동의대 앞

미용실에서 갈기머리를 우아머리로 사뿐히 탈바꿈하고 부페를 먼저 찾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대단한 음식들로 그간의 배고픔과 영양실조를(?)
충분히 보충하고, 찾아간 결혼식장에서 난 그만 기절하는 줄 알았다.

세상에....그냥 이쁜 동생으로만 알았던 그녀가, 알고 보니 바비 인형이었다!!
어쩜 그리도 천상 선녀처럼 아름다운지......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ㅠ.ㅠ
그러니 자연 새 신랑의 입이야 귀까지 걸릴만큼 찢어져 있고......
신부는 모두 아름답다 했지만, 그것도 기본이 없으면 예의상 하는 말 뿐인 것을!

목사님의 주례 하에 거행 중 "신랑은 신부를 평생 어쩌구 저쩌구~~ 하겠는가?"라는
서약 맹세에 신랑이 갑자기 장내가 떠나가는 소리로, "네~에!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고, 늘 그렇게 졸던 모든 축하객들은 한바탕 떠나가라 웃어댔다.
축가와 길고 긴 결혼 순서가 끝나고 드디어 사진 촬영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사진만 찍으려고 하면, 갑자기 코카콜라를 들고 앞을 지나가는 아이~
제지하는 어른들도 감당치 못한 그 녀석은 연신 코카콜라를 마셔 대면서.......^^;
결국 화가 난 사진기사, "야, 너 코카콜라....저리 안 비키면 정말 그냥 안 놔둔다"
순간 장내는 분위기 험악해지고... 결국 코카콜라는 씁쓸한 얼굴로 뒷전으로 물러나고
원래 그런 것인가 보다...아이들은........ㅎㅎ

나도 한 컷 멋내게 맨 끝에서 찍고... 한 번에 끝날 부케 던지는 것이 신부의 성급함으로
연거푸 던져지는 해프닝이 늘상 그렇듯 빚어지고...드뎌 폐백시간......
폐백이 끝나고 신부가 대기실에 들어갔는데, 어머...이런 일이....신부의 양장을 그만
여행가방에 넣고 차량에 넣어 둔 것이다. 허컥....

친구들과 신랑 남동생(무지 잘생김. 인기 짱이었음)은 옷을 찾으러 왔다리 갔다리,
신부는 속옷 차림으로 어쩔 줄 모르고... 중간에 우린 더욱 곤란하고.....
여하튼 이렇게 결혼식은 끝나고, 화창한 봄 날씨에 풍성들과 꽃다발을 매단 차량이
신랑 신부의 새출발을 함뿍 축하해 주었다.^^

기차 시간이 조금 남아 부산역 광장에서 전도를 위해 노래하는 친구들도 보고,
비둘기 떼를 쫓아 다니며 먹이 주느라 바쁜 꼬마 녀석들도 사진 찍고,
가까이 있는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 우아하게 커피 한 잔 마시기도 하면서
짧지만 느낌 강한 부산 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한 번 정말로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이 쫓기지 않게 다시금 부산을 찾아와 보고 싶다.
부산 갈매기와 다정한 얘기도 하고, 회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바다를 바라보며 다시 찜질방에서 오손도손 새로운 사람들도 사궈보고 싶다.

아~.... 오늘 당직 서러 출근을 했지만, 피곤함도 잊은 채
자꾸 내 시야에는 바다가 철썩인다.....ㅎㅎ...

그래서 여행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리라.

나를 내려 놓고, 자연을 가슴에 넣고, 여유를 머리에 넣을 수 있으니..........

[무사(양기문)]

역쉬..자야누님이 더 어려보이네요...ㅋㅋㅋ 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