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Labor Day이다.
Labor Day는 미국의 노동절로 9월 첫째주 월요일이다. 한국의 근로자의 날(5얼1일)과 같은 것이다.
이날은 휴무로써 우리 세탁소도 쉬는 날이다.
1년에 몇 안되는 연휴라서 토요일에 교회집사님들과 송어낚시를 가기로 했다.
내쉬빌의 큰누님과 아침에 통화를 했는데 내쉬빌도 워낙 대식구라서 한번 움직일때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번에는
각자 보내기로 했단다.
그런데 토요일 점심때 쯤 내쉬빌에서 고등학교에 유학중인 조카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갑자기 출발한다는 것이다.
나는 교회집사님들에게 양해를 구해 송어낚시를 취소하고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5시에 모여 식사를 하고 인근에 쟌스브리지 파크에 갔다.
미국의 공원은 워낙 커서 공연시설, 운동시설, 바베큐 시설등이 다 갖춰져 있다.
야구장이 아홉개나 있는 공원도 있고 1,000 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스탠드가 갖춰진 축구 잔디구장이 네면이나 있는
공원도 있다.
쟌스브리지 공원도 차타누히강을 끼고 있어서 강에 발을 담글 수도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저녁 8시까지 강가에서 산책을 하다 오는데 큰누님이 전화가 왔다.
지금 도착해서 저녁식사를 하고 우리집으로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카네 프라이드 세탁소까지 오면 둘째가 마중나간다고 했다.
지금 아파트로 이사하고는 처음 방문하는 것이다.
큰누님과 켄터키에 있는 둘째 조카네 식구하고 함께 왔다.
조금있으니까 다른 조카들도 속속 도착했다.
내쉬빌에서 애틀란타까지는 4시간 반정도 걸린다.
우리는 맥주 한잔씩 하면서 밤 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야기라야 모두 세탁소를 하니 세탁소 이야기들이다.
다음날 아침 갑자기 내려온 탓에 식사준비가 안되어 있어서 그냥 있는 것으로 준비했다.
얼마전 아씨에서 오픈기념 세일할 때 배추 한박스(12포기)에 99¢샀다.
그 배추로 배추국을 끊이고 느타리 버섯과 두부를 넣고 된장찌게를 끓이고 돼지고기 김치찌게와
배추를 데쳐서 된장과 고추장에 무치고 한통에 99¢짜리 김치와 집에서 담근 물김치 이렇게 하니 모두 배추 일색이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늦은 아침을 먹으니 모두 맛있다고 한다.(실제로 속은 모르지만..ㅋㅋ)
점심은 모밀국수를 해먹고 저녁을 함께 외식을 하려는데 스톤 마운틴에 놀러간 조카들이 전화를 안받는다.
저녁 8시쯤 해서야 전화가 왔다.
술이나 한잔 하자고 모두 집합하라고 했다.
H마트에 있는 처갓집 양념치킨에 전화해서 양념치킨 3마리를 주문하고 장충동 족발집에다가도 왕족발 하나를
예약했다. 그리고 김치전도 부치고 맥주를 사려다 보니 일요일은 술을 안파는 날이다.
H마트에서 사정을 해 봤는데 안된다는 것이다. 마침 집에 먹던 캔맥주 12개가 있었는데 조카가 어디서 맥주를
한박스 구해왔다..
우리 가족이 모두 모이니 23명이다. 와~정말 대식구다.
휴가 떠난 조카네와 내쉬빌에 남아있는 조카까지 합치면 28명이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모이기 힘들다.
한쪽에서는 노래방을 틀고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어른들은 술마시고....
그런데 술은 전처럼 못 마시겠다. 미국와서 안마시다보니 술이 안들어간다.
켄터키에 있는 조카가 다음달 11월 28일이면 은행 론 졸업을 한단다.
이제 나이 서른 다섯에 100만불짜리 세탁소의 주인이 되는 날이다.
모두 축하 박수를 치고 이달 19일이면 우리도 1주년 되는 날이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큰조카가 지난 1년동안 삼촌 년봉이 얼마나 되냐고 묻는다.
대충 20만불정도 된다고 하니까 원화로 환산하면 2억5천이라면서 이제 큰소리 치고 살란다.
이 불경기에 그정도면 엄청 선방한 것이란다.
나는 내 바지 혁대를 보여주었다. 더 이상 줄일래야 줄일 눈금이 없다고...
경기가 어려우면 혁대 눈금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기분좋게 술마시며 떠들고 놀았다.
다음날 점심은 내가 살테니 메뉴를 고르라고 하니 '방가네'서 흑염소전골과 수육을 먹자고 한다.
미국에는 보신탕이 없는 대신에 염소전골이 유명하다.
냄새도 없고 담백한 것이 괜찮다. 염소를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갈비도 있고 냉면, 비빔밥 등도 있다.
월요일 12시에 23명이 간다고 예약을 했다.
아마 주인이 전화를 받고는 횡재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요즘 불경기에 누가 감히 23명씩 단체를 예약하겠는가...ㅋㅋ
아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조금 실망하겠지만...그래도 요즘 아이들은 어른 못지않게 똑 같이 먹는다.
사촌동생 제수씨가 약식도 만들어 왔다.
꺼내 놓고 조금 먹다가 내쉬빌 식구들 올라가면서 차에서 먹으라고 싸주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제 작별의 시간이 왔다.
각자 시장을 봐가지고 올라간단다.
모두 보내놓고 집에 오니 집안이 텅빈 것 같은게 허전하다.
저녁 9시쯤 큰누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잘 도착했다는 것이다.
이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토,일,월요일 3일동안 어떻게 보냇는지 모르겠다.
나도 노동자인데 Labor Day에 쉰건지 일한건지 모르겠다.
집사람에게 특근 수당을 청구해야겠다.ㅋㅋㅋ
첫댓글 외국에서도 친지들과 어울려 보내실 수 잇는 여유가 얼마나 좋아요..저는 국내에서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형제간 만나기도 소홀히 하는데요`
아우님, 큰소리치고 당당하게 그리고 가슴 펴고 사세요. 그리하여 어느 날 우리가 오래전 배웠던 큰 바위 얼굴처럼 그 동네에서 가장 멋진 동양의 노 신사가 되기 바랍니다.
여기선 배추 두 포기면 7불 정도 하고 연봉은 평균으로 2만불 정도인데..노동할만 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