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수도권의 대리운전 프로그램사들 중에서는 로지소프트가 기술력이나 프로그래머들의 실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건 진짜 칭찬이다.
최근 몇 달 전부터 설치되어 있던 지역별 상세보기 설정을 더욱 세분화해서 손님에게서 가까운 기사에서 오더를 먼저 보여주는 근거리 배차시스템이 출시되었다. “두~~둥”
이 New Arrival System에서 손님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고, 대리기사는 가까운 거리에서 오더를 잡으니 택시비 절약돼서 좋고, 당연히 오더 수행시간이 줄어서 운 좋으면 한 콜 더 운행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이득인 듯 보인다. “봐바바 이렇게 하니 좋잖아. 우린 졸라 공정하다니깐…” 로지에서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도대체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팬티와 글러브만 끼고 싸우는 K-1에서 최홍만과 마이티 모는 공정한가. 프로야구에서 삼성과 롯데의 경기는 공정한가. 스타에서 테란과 저그는 공정한가. 모든 게임이나 규칙(더군다나 돈이 걸려있는)은 공정하지 않다. 같은 규칙이라도 당사자의 기량과 약간의 운이 결과를 좌우하기 마련이다. 이번 시스템이 고수에게 유리하다 또는 초보에게 유리하다는 말이 돌긴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 무조건(어떤 시스템이건, 핸디를 주던) 고수가 유리하기 마련이다. 로지 측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이란 이유로 이번 시스템을 개발했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론 예전과 그리 차이가 없어지고 오히려 기사들에게 더욱 부담만 될 듯하다. 매우 공정하다고 생각되시는 분은 지금 바로 좌측 상단의 “뒤로” 버튼을 누르시길 바란다.
필자의 서식지가 강서지역인 관계로 가까운 홍대 주변을 예로 들어본다. 홍대가 위치한 서교동 주변은 비교적 조그마한 동네임에도 엄청난 설정지역이 있다. 동교동삼거리, 청기와주유소, 홍대입구역, 홍대 교차로, 홍대주차골목, 극동방송, 상수역, 서교동사거리, 서교동 주차빌딩, 서교호텔, 홍대앞(교차로), 경성고교, 합정역등등… 아마도 위 지역들은 홍대 정문에서 500M 반경에 있는 지역들일 것이다. 각 위치에 로지를 사용하는 기사가 2명씩 있다고 치고, 주변엔 성산동 아파트 언덕, 마포구청, 연희동 삼거리, 당산역에서 홍대방향으로 걸어오면서 “홍대앞(교차로)”에 세팅한 기사가 있다고 하자. 이때 “홍대정문 – 분당 서현 25K”의 오더가 하나만 달랑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론적으론 모두 반경 500미터에 있으므로 30명 모두에게 동시에 오더가 보여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로지는 369시스템으로 오더가 갱신되며 같은 장소, 같은 회사, 같은 기종의 기계를 사용해서 세팅을 해도 동시에 오더가 갱신되지 않는다. 즉 산술적으로 내가 오더를 잡을 확률은 1/30 정도지만 특유의 369시스템에선 최대 1/10에서 거의 없음에 가깝다. 그러나 실제로는 내가 오더를 수행할 확률이 얼마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누군가 화장실서 지퍼를 내리고 있을 수도 있고, 담배를 꺼내려고 주머니를 뒤지고 있을 수도 있다. 아님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죽어도 분당엔 가지 않는 기사가 있거나, 지나가는 아가씨 다리를 보고 있을 수도 있다.
대리기사는 근무시간 내내 끊임없이 이동하고 끊임없이 생각(그래 잔머리를 굴린다)한다. 그날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지에 가면 셔틀이나 택시를 타더라도 목 좋은 곳으로 이동하고, 택시비를 아끼려고 오더가 많은 지역으로 걸어서라도 이동한다. 이러한 이유로 근거리 배차 시스템이 유지되면 기사들은 오더가 많은 지역(확률이 높은)으로 모이게 되어있다. 어차피 오더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왕이면 목 좋은 곳으로 가야 오더를 수행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주요 장소에만 모이게 될 것이다. 요지의 오더를 일 초라도 늦게 본다면 그날은 거의 죽음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손님에게는 유리하지만 기사에게는 엄청 부담이 되는 시스템이 과연 공정한가. 내가 이대입구 사거리에 있다면 세팅을 홍대로 할 것인가, 신촌로타리로 할 것인가, 이대입구로 할 것인가 고민될 것이다. 어차피 나머지 두 군데의 오더는 2초나 늦게 갱신되므로 포기해야 할 판이다. 예전엔 신촌로타리에 있으면 세 군데 모두 5분거리(택시로 이동한다면 기본요금에)에 이동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한 곳만 선택해야 한다. 여의도 안에서는 어느 곳이라도 10분 안에 이동이 가능하지만 이제는 국회와 KBS별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래도 공정한가. 500미터 주변에 기사가 없어서 영역이 넓어지면 어차피 택시로 이동해야 하고 결국 이전 시스템보다 “더 좋다” 라고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대리기사에게 2초는 영겁의 시간이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란 말이다.
더 좋은 환경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로지측의 노고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로지측의 노고와 선량한 의도는 충분히 알고 있으며 모든 직원들에게 박수라도 보내고 싶다. 그러나 이번 근거리 배차 시스템으로 인하여 콜 수행도가 높아진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미 기존 대리기사의 조력을 받았다고 하지만 공개적으로 의견을 구한 적은 없는 듯 하다. 어떤 좋은 법이나 규칙이 만들어져도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 심지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개개인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것이 전체의 이익이 되어 장기적으로 나의 이익으로 되돌아 올 때에만 수용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현재의 기기와 통신환경에서 근거리 배차는 골대 앞에서 헛발질 한 꼴이다. 선량한 의도였지만 결과는 이전보다 더욱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할 뿐이다.
참고로 근거리배차가 활성화 되려면 일부 택시의 콜배차 시스템을 벤치마킹 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GPS와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근거리 배차시스템을 적용하여 반경 300미터 이내의 기사들에게 먼저 오더가 보이고 점차적으로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물론 설정 범위 안에 기사들이 많으면 먼저 터치하는 기사에게 오더가 수행되며, 가끔은 오지의 강제배차도 가능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강제배차를 거부하면 패널티가 적용(일정기간 배차정지등)되고 강제배차를 수행하면 약간의 당근을 주는 방식(이후 고가 콜 우선배차)이다. 묻지마도 필요 없고, 기사 위치가 확인되니 무리한 콜도 수행할 수 없다.
단점은 기존의 PDA나 핸드폰의 메모리로는 이 시스템을 돌릴 수 없고 만약 실용화 된다면 작은 노트북이나 최소 PMP 정도의 기기가 필요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터이다. 일단 통신비는 기사가 부담하지만 기존의 PDA나 핸드폰을 새 기기와 바꾸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의 문제와 회비는 월 2만에서 3만원에 액수에 따라 1콜 당 300원 에서 800원의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걸 수용할 대리회사가 있을까 의심된다. 20%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시스템이 활성화 되면 아예 로지 측에서 대리회사를 설립해도 된다. 프로그램 사용료 15000원에 이리저리 “삥” 뜯기는 것 보다 차라리 기사들에게 월 회비 2만5천원씩 받고 콜 당 수수료 받는 것이 프로그램 파는 것보다 낳지.)
마지막으로 로지에 아쉬운 것은 실제 사용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 쓰는 기능이 없고 이-메일 형식을 취하게 되어 있다. 개개인이 매일 똑 같은 질문을 하고 일일이 메일로 답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비 효율적인가. 인터넷과 컴퓨터는 사무실 장식품이 아니다. 물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건전한 토론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악풀이 겁난다면 기존의 로지에 접속하는 전화번호나 기사번호로 회원 가입 후 로그인하는 방식을 취해도 될 터인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 이번 시스템도 6개월을 준비 했다는데, 미리 게시판에 공지를 했다면 시행착오가 적고 적확한 상세기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터… 그래, 바보는 아닐거야.
첫댓글 예리하고 아주 훌륭한 글 입니다^^언제 새벽소주 한잔 합시다(010-9379-3450)
구구절절..이 글을읽고 로지에서 생각좀 하셔야할듯
짝짝짝~~글을읽기는 힘들엇지만 너무나 논리정연하게 잘쓰셧네요....일부특정 기사보다 좀더많은 기사들의 의견을반영 햇드라면 하는아쉬움이 잇네요...그리고 어짜피 시행할거라면 거리를 600~700m 정도로 햇엇드라면하는 생각이 드네요..300은 도토리가 두번굴러면 갈수잇는시간과 거린데ㅔㅔㅔㅔ
이번 시스템의 문제점은 몇 미터가 중요한게 아니라.....손님 위치를 어찌 그리 정확히 파악할수 있냐 라고 생각합니다....바로 앞인데 멀어서 안 잡힌다 합니다....몬가 시스템을 쓰기엔 아직 문제점이 보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아직 택시의 콜시스템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파석관님이 신촌로터리에 대기하고 있다면 홍대정문의 오더를 홍대주변에 있는 기사들 보다 2초 늦게 본다는 얘기입니다. 아마도 파석관님의 PDA에는 이 오더가 보이지도 않을 것 입니다.
파석관님이 말씀한 부분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첫째, 택시로 이동한다고 저가화라 할수없을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예)센터에서 올리는 금액이 기본거리 15K라고 했을때 홍대기사가 오더수행하나 신촌기사가 수행하나 고객에게 받는 금액은 15K이고 각각의 기사님들이 순이익만 차이가 나는것이죠. 걸어가든 뛰어가든,택시타든 그부분은 기사님 스스로의 선택사항일뿐 기사님들이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아니란 것입니다. 둘째,수입을 얻기위해서 3인조로 일하던, 통신장비 5개를 목과손에 들고 다니던, 자전거로 이동하든 그런것은 업체에서 상관이나 판단할 문제가 아닌 사항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사님들이 판단하고 행동할 뿐이죠
물론, 예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일부 지역업주, 팀장에게 오더받고 일일이 간섭을 받으면 운신에 폭이 줄수도 있겠죠. 셋째, 택시시스템을 대리쪽에 이용할려고 2년전부터 여러IT벤처업체에서 개발시작 했었고 상용화에 실용성이 떨어진다하여 접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현재도 개발중인 업체도 있구요. 문제는 출시된 시스템이 기사님들에게 얼마나 좋은 호응을 얻어서 성공하느냐 실패냐가 중요한거죠. 저 역시도 작고 가벼우며 실용성과 일하기좋고 수입에 도움이 될수있는 좋은 시스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