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쇼칸이여 안녕히(Ashokan Farewell)
- Jay Ungar
이 음악은 제이 웅가(Jay Ungar) 부부에 의해 1982년에 처음 발표되었다고 하니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긴 쪼매 거시기하긴 한 듯한데...그것도 미국 뉴욕주에 있는 아쇼칸 호수(reservoir라 했으니 호수라기보단 저수지가 맞는 말이긋지?) 주변에서 매년 치러지던「Ashokan fiddle & dance camp」의 굳나잇 인사 또는 이별의 왈츠곡으로 연주되다가 대중들에게 차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니까 출생부터가 클래식과는 거리가 먼 듯하지만...
이 음악이 결정적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하게 된 것은 1990년 미국 PBS방송국의 미니시리즈「남북전쟁(The Civil War)」에서 메인 타이틀 곡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라는데, 포연(砲煙)이 쓸고 간 저녁 언덕에 누워 별이 뜬 하늘을 보며 떠나온 고향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병사의 애절한 모습에 실려오는 처연한 바이올린의 멜로디라니...이 곡의 멜로디에 붙인 가사의 첫 연을 보면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전쟁영화의 삽입곡으로 쓰였다니 쪼매 거시기하긴 하지?
The sun is sinking low
In the sky above Ashokan
The pines and the willows
Know soon we will part
There's a whisper in the wind
Of promises unspoken
And a love that will always
Remain in my heart(以下 略)
2. 샤콘느(Chaconne in G minor)
- Tomaso Antonio Vitali
스페인과 프랑스 남부 지방의 춤곡에서 유래된 악곡 형식으로 느린 3박자의 기악곡이 샤콘느라 하는데 바로크 시대에 많이 작곡·연주되었다고 한다. 초창기 바이올린이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곡의 초반부 멜로디를 들어보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는구만. 우리 나잇대의 사람들은 헨리크 셰링(Henryk Bolesław Szeryng)의 연주로 녹음된 샤콘느를 많이들 들었다고 하던데...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의 여러 곳에서 비탈리의「샤콘느」를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으로 꼽고 있더만, 작곡가가 누구인지도 확실치 않으니 작곡 동기도 모르는 데다 가사조차도 없는데 웬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곡?
3. 에우리디체 없이 우째 살꺼나(Che farò senza Euridice)
- Christoph Willibald Gluck
글룩의 오페라『오르페와 에우리디체 (Orfeo ed Euridice)』에서 오르페는 죽은 에우리디체를 지하세계까지 내려가 구출해 내지만, 의심 많은 여인의 한 순간 실수는 자신을 다시 죽음의 세계로 떨어뜨리고 만다. 집념의 사나이 오르페도 이젠 어쩔 도리가 없어 자살을 결심하고 이 노래를 부르는데, 근디 맘씨 고운 신은 또 다시 마음이 약해져서리 에우리디체를 살려줬대나 뭐래나...
여기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이 시대 카운터테너(countertenor)로 유명한 자루스키(Philippe Jaroussky)인데, 원래 이 곡은 여성의 음역대에 속하기 때문에 파리넬리와 같은 카스트라토(castrato)가 불렀으나 거세(去勢)가 금지된 오늘날에는 남자들이 팔세토(falsetto) 창법으로 이 음역대를 소화해 낸다고 한다...근디 이 남자 목소리 정말 곱더만...
4. 피아노 협주곡 2번 3악장(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18, Mov.3)
- Sergei Rachmaninoff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그는 분명 간첩이리라. 그 중에서도 3악장은 간첩이 아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흥얼거리는 멜로디가 아닌가. 왜 이 음악이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가에 대해선 영국의 저명한 음악인 휴(Stephen Hough)가 가디언(Guardian)에 기고한 글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려는데... 그는 기고문에서 '라흐마니노프의 이 곡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빈번히 연주될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가장 완벽하다. 또한 음악 자체가 곡을 쓰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들리는 게 그의 음악이다.'라고 극찬하고 있더만...
3악장은 allegro scherzando로 연주하라 했듯 피아노와 관현악이 서로 얼르고 달래며 정점을 향해 치닫는 느낌을 주다 이윽고 벼락이 내리치듯 끝을 맺으니... 와일더(Billy Wilder) 감독의「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에 그의 멜로디가 삽입되었으며, 팝 가수 에릭 카먼(Eric Carmen)이 부른「All by myself」에는 이 곡 제2악장의 멜로디가 변주되어 흐른다고 하더만. 특이하게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의 피겨스케이팅 종목의 배경음악으로 아주 자주 연주된다고 하네.
5.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Piano Sonata No.8, 'Pathétique', Mov.2)
- Ludwig van Beethoven
클래식을 쪼매 들어본 사람 치고 '비창'이란 부제를 단 곡을 감상해 보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을 터. '비창(悲愴)'이란 낱말이 사전적 의미로 '마음이 몹시 상하고 슬픔'이라고 하는데, 뭐 내가 듣기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은 슬프다기보다는 비장(悲壯)한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혹자는 두 낱말의 뜻이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베토벤의 소나타 '비창'의 악장 중 제2악장은 cantabile로(노래하듯이 부드럽게) 연주하라 했으니 그 장중한 맛은 쉬이 잊혀질 멜로디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무려 37년 동안이나 미국에서 전국으로 송출된 라디오 방송의 클래식 프로그램인「Adventure in Good Music」의 오프닝 음악이 이거였다니 현재 미국의 30~40대는 비창 2악장을 들으며 자랐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이걸 또 빠른 템포로 연주하면서 전혀 색다른 곡이 된 사례로 엘범「Midnight Blue」에 수록된 터커(louise Tucker)의 'Only for you'를 들 수 있으리니...
6. 영화 '쉰들러 리스트' 삽입곡(Theme from movie 'Schindler's list')
- John Williams
600만 명에 이르는 유태인들이 독일의 나치에 의해 죽음을 당하는 가운데, 독일 출신으로 폴란드에서 사업을 하던 냉혈한(冷血漢) 쉰들러는 아무 죄책감 없이 유태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었는데...우연히 유태인 회계사 스턴과 가까이 지내는 가운데 나치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되는 유태인들의 참상을 알게 되면서 그의 양심이 흔들리게 되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모든 재산, 심지어는 생명까지 담보하고 죽음 직전에 내몰린 1,100명의 유태인을 구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쉰들러 리스트(Schindler list』는 무려 3시간에 걸친 암울한 삶과 죽음의 암울한 상황에서 쉰들러는 시대에 맞선 용기를 가진 위대한 사람이었다고 하겠는데...존 윌리암스(John Williams)가 맡은 배경음악은 희망이라곤 없는 유태인들이 처한 아픔을 잘 그려내고 있다더만.
7. 자클린의 눈물(Jacqueline's Tears)
- Jacques Offenbach(Werner Thomas)
오펜바흐가 작곡한 이 곡만큼 많은 사연을 가진 음악도 없을 듯한데, 슬픈 멜로디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곡의 제목에 '눈물'이란 단어가 들어간 듯하지만 사실 곡의 제목은 작곡자가 죽은지 100년이 지나서 다른 사람에 의해 붙여진 거라는구만. 긍까 이 음악을 감상하려면 먼저 비운의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jacquline du Pre)의 이야기를 먼저 알아두는 게 좋을 듯한데...
17세의 나이에 엘가(Edward Elgar)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함으로서 일순간에 영국을 황홀경에 빠뜨렸다는 그녀는 이후 활발한 연주활동과 함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바렌보임(Daniel Barenboim)과의 결혼으로 행복의 정점에 올랐으나 신의 질투는 그녀를 그냥 놓아주지 않았으니...연주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다발성 경화증으로 뒤 프레는 서서히 몸이 굳어져 가게 되고 그런 그녀를 두고 바렌보임도 새로운 사랑을 찾아 떠나버린다. 해서리 토마스(Werner Thomas)가 오펜바흐 사후 100년이 지나 찾아낸 그의 첼로 소품에「자클린의 눈물(Jacquline's tears)」이란 제목을 달아 요절한 천재 첼리스트 뒤 프레를 추모하고 있단다.
8. 가슴 설렘(I Palpiti, op.13)
- Nicolo Paganini
파가니니의「I Palpiti (가슴 설렘)」은 초연 당시 대단한 히트를 친 로시니(Gioacchino Rossini)의 오페라 데뷔작인 『탄크레디(Tancredi)』의 1막 2장에서 고향에 돌아온 탄크레디가 아메나이데를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아리아 'Di Tante Palpiti (그토록 심장을 뛰게 하고 고통을 준 후에)'의 주선율을 변주곡으로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파가니니라고 하면 으레 신의 손이라 불릴 정도로 바이올린의 극한 기술을 보여 주었다고 하는데, 이 곡에서도 그의 갖가지 절정 기교들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연주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는데...여기에서는 프란체스카티(Zino Francescatti)의 연주로 들어본다. 뱀의 달구지(蛇足) 얘긴지 모르겠지만 그 옛날 내게 이 음악을 갤카 준(가르쳐 준) 여인과의 한 때의 추억을 음미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