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까지 했을때, "짜짜짜짜짜장가 엄청난 기운이~"하시는 분은 연식이 좀 된 만화영화 "짱가" 주제가를 아는 사람... "짜짜짜짜짜장면 한 그릇 주세요~"하는 분은 좀 유치한 농담을 아직 기억하는 사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라는 긴 영화 제목을 대는 사람은, 그냥 신세대거나 영화좋아하는 구세대...
PD로 일하며 사는 낙 중 하나는, 우리 시대 가장 매력적이고, 재미나고, 재주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거다. 얼마전 "러브하우스"에 특별출연한 엄정화와 김주혁과의 만남도 그런 점에서 아주 즐거웠다. 엄정화의 넘치는 끼와 매력은 예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김주혁이란 연기자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 복된 경험이었다.
"...홍반장"이란 영화는 단언컨대 김주혁이란 연기자의 보석같은 매력을 발견하는 장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불쑥 불쑥 변신놀이하듯이 다양한 직업으로 나타나는 남자, 홍반장. 미심쩍은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을 디밀고 "야매"로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해대더니, 짜장면을 시키면 "중국집 배달부"로, 카페에 갔더니 "짝퉁 통기타 가수"로... 정말 갖가지 직업으로 여기저기 디밀고 나타나는 이 남자.
흔히 품성이 아름답지못한 조폭 역을 맡아 인상 찡그리며 육두문자를 뱉어내는 연기자를 보고 "코믹" 연기를 맛깔나게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홍반장"에서 시침 뚝 떼고 능청을 떤 김주혁의 연기가 진정한 코미디 연기라고 생각한다. 아주 독한 코미디 설정에 익숙해진 한국 영화 관객에게, 어찌보면 좀 심심한 내용 전개라 할 수 있는 이 영화가, 소소하지만 싱긋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오로지 능청스럽지만 결코 밉지않은 표정 연기를 보여준 김주혁의 공이다.
"...홍반장"이 새로운 보석 김주혁을 발견케 한 영화라면, "마지막 늑대"는 연기자 양동근을 아끼는 내가 조금은 아쉬움을 느끼며 본 영화다.
"...홍반장"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늑대" 역시 기존의 조폭 코미디나 섹스 코미디와는 다른 잔잔한 웃음을 선보이는 장점이 많은 영화다. "나, 이제부터 일안해!"하고 강원도 산골로 찾아내려간 서울 경찰이 나중에는 사건을 만들려고 발버둥치는 상황이나, 경운기 운전하는 어르신에게 음주측정기를 들이대는 오버하는 시골 경찰과의 대비도 희극적이고...
다만... 연기자 양동근과 뉴논스톱 초반부터 1년반을 작업한 나로서는, 양동근이 가진 코미디 재능을 좀더 활용했더라면 하는 욕심이 들었다. (민시기의 연기자 양동근론에 대해서는 연출일기 중 뉴논스톱 캐릭터 열전 양동근 편을 봐주시길...) 특히, 영화 중에 나오는 상상 장면, 웃기긴 했는데, 비슷한 설정의 스웨덴 영화 "깝스"의 상상 씬보다는 좀 약하다. ("깝스"의 경찰은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권총을 쏜다. 어떤 방법이냐구? 좀 야한 방법이다...) 양동근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건 정말 엉뚱한 장면을 연기할 때이다. 기상천외한 동작과 대사, 표정을 시침 뚝 떼고 보여준다. 스탭들이 보다가 웃음이 터져 NG가 나도, "왜들 그래?"하는 듯한 생뚱한 표정을 짓고... 영화 "마지막 늑대", 신선한 설정과 시골 노인들을 연기한 단역들의 분발로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정작 내가 기대한 동구리의 코미디는 제대로 못살렸기에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그런데... 시트콤 연출을 필생의 꿈으로 삼고 사는 나는, 두 영화를 보면서 계속 엉뚱한 상상속에 빠져있었다. 무슨 일이건 일당 5만원이면 닥치는 대로 해대는 남자, 홍반장.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남자, 최형사.
이 두 캐릭터를 한 시트콤에 써보면 어떨까? 백수탈출을 위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온갖 일을 다 시도해보는 남자와, 무위도식 안빈낙도 놀고 먹으려고 작정한 남자... 두 캐릭터가 충돌하는 상황을 엮는 시트콤, 야, 그거 진짜 재미있겠다! 재미... 없을라나? 없음 말고... (이상 영화를 보면서도 늘 시트콤만 생각하는 한 꿀꿀한 청춘의 영화 일기였슴다.)
홍반장은 그럼 돈만 주면 모든게 가능한 뉴논의 위기관리컨설턴트!! 양동근 모델을 염두해 두고 만든 것인가요? ㅎㅎㅎ 참 재밌을 것 같네요. 두 캐릭터의 대결모드라... 하는 말이나 일마다 삽질하는 캐릭터도 살짝 끼우면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 근데 피디님의 새시트콤은 언제 볼 수 있지요?
첫댓글 오홋 두분이....에서 또 끈겼네.. 피디님?????
홍반장은 그럼 돈만 주면 모든게 가능한 뉴논의 위기관리컨설턴트!! 양동근 모델을 염두해 두고 만든 것인가요? ㅎㅎㅎ 참 재밌을 것 같네요. 두 캐릭터의 대결모드라... 하는 말이나 일마다 삽질하는 캐릭터도 살짝 끼우면 더 재밌을 것 같기도 해요. 근데 피디님의 새시트콤은 언제 볼 수 있지요?
저 또한 동근에게 마지막늑대는 좀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그래도 요즘 그영화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락프로에서 동근이모습 볼수 있어서 좋네요..특히 노브레인에선 무척 즐거워하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자나깨나 시트콤사랑 구리구리사랑 보기좋습니다 피디님의 새로운시트콤 어여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