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상면 백동마을-원적암-법수원-법수원계곡-천성산2봉-임도-철쭉군락지-미타암-법수원-원적암
1. 천성산에 대해서 뭐 아는 바가 있어야지......
<나를 위한 독백>
안다고 하는 것은, 아는 것 외는 모른다는 것이다. 아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
나누기도 하고 자랑도 하며 그 자체와 과정에 몰입하기도하며 일정 영역은
정형화를 이루어 학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은 늘
미지의 영역을 끝없이 남겨두고 있고 애초의 전제가 오류부터 시작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앎을 위해서 대상에 다가가는 노력을 한다는 것은 때론 무척 무의미한 일이
다. 자연과학적 이해와 인문학적 분석을 위한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
만 앎을 위한 노력은 세상에 대한 쓸데없는 관심과 참견일 때가 많다.
더욱 곤란한 것은 남의 지식을 줏어 모은 것을 마치 자기의 세계인 양 착각
하는 것이다. 안다는 것이 대개 허망한 것임을 안다면 그때 가장 소중한 것
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느껴라!
나는, 알아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야말로 존재의 참된 의미이며 방식이라고
여겨왔다. 지금도 그런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지식의 축적에는 역
동성이 현저히 떨어져버렸다. 역동성이 떨어진 자리에는 묘한 자만심이 대
치되어있다. 세상의 일과 대상의 속성은 그저 느낌으로 충분하다는 자신감
이다.
거창한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천성산에 관한 서두일 뿐이다. 딴에는 정상에
도 여러차례 올랐고 이곳 저곳 다녀서 제법 안다고 할 수 있지만, 기실 천성
산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수십억년을 존재해온 그를 꼴랑 50년
살아온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그나마 몇가지 아는 것도 실은 사람들끼리
정해놓은 몇가지 알량한 정보 뿐이다.
2, 원적암에서
원적은 입적(入寂) 이나 열반(涅槃)과 같은 의미이긴 하지만, 원래는 높은
경지를 이르는 불교 용어다. 원만(圓滿)한 덕(諸德)과, 모든 악(諸惡)이 적
멸(寂滅)된 상태로 깨달았다는 뜻이기도하다. 죽음과 관련된 단어들은 깨
달음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번뇌의 불을 멸진(滅盡)해서 깨달음의
지혜인 보리를 완성한 경지로서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웅전 돌계단
으로 원적에 다가서는 노구(老軀)의 아침......
원적암 대웅전 뜨락에 오르지 않고, 새로 만든 나즈막한 나무 담벼락을 따
라 좌측으로 계곡을 따라 오른다. 장맛비가 며칠간 지속된 다음날인지라 계
곡은 온통 물내음 물소리에 흠씬 젖어 있다. 장대한 폭포는 이름도 괴기스
러운 혈수 폭포일 것이고 연이은 무명폭들이 저마다 이름지어달라는 듯, 우
렁찬 소리를 내며 계곡을 울리고 있다.
두군데서 길이 궁금하여 의도적인 알바를 하였다.
GPS가 주등로를 확인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되돌아올 수 있었다.
원적암 상류 계곡의 풍치에 입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한 감탄이었다.
법수원 옆 조망바위에서...... 낙하하는 계곡수를 위에서 촬영해보았다..
산행 나온 동네분이 등로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법수원
스님은 이곳에서 사람들이 워낙 시끄럽게 떠들어 대니 무척 싫어한다고
한다. 아예 문을 걸어두고 있을 지경이라며 너럭바위에서 절로 오르는 계
단이 잠겨진 것을 가르켜주었다.
웅상면 일대조차 보이지 않는 짙은 운무
법수원과 그 곁의 조망 바위에서 바로 너덜에 올랐다. 법수원은 들러지 않
았다. 믿을 수는 없지만 소란스런 중생을 기피하는 심정을 이해하니 발자
욱 소리조차 피해주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란 모이
면 너무 시끄러운 경향이 있다. 산에서 고함을 치는 사람치고 진정한 대인
(大人) 없고 군자(君子) 또한 없을 것이다.
여기서 간식을 하며 하염없이 기다려본다. 운무가 거두어지기를.......
삼십분이 지나도 도저히 걷힐 기미가 없다. 할 수 없이 기다리는 것을 포
기 하고 운무 속으로 걸어든다.
3, 법수원 계곡
짙은 운무는 계곡의 속살을 감춰버렸다. 계곡은 마치 하얀 속옷을 휘두른듯
은은하게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협곡과 단애를 이룬 모습 전체를 조망할
수는 없었지만 가득한 물소리와 함께 이제막 목욕을 마친 듯한 자연의 신비
롭고 매혹적인 분위기는 가히 뇌쇄(惱殺)적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그래도 무슨 단어로 그 뒤를 이으랴. 다만 신음소리만 나즈막히 내지를 뿐이다.
!
!!
!!!
........
.
계곡을 건너며 따르며 거슬러 오르기를 얼마나 했을까. 진행이 느려서 인지
끝없을 것 같은 완만한 계곡이 줄곧 이어진다. 천성산 정상부의 드넓은 초지
와 늪지대의 힘일까. 믿을 수 없는 계곡의 길이가 짙은 운무 속에 신비의 정
글과 같은 느낌이다.
길이 갈리는 줄도 모르고 계곡을 따라 한참을 진행하고서야 1봉 쪽으로 진
행이 되는 것을 직감했다. GPS 를 보니 2봉 쪽으로 오르는 주등로를 한참
벗어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등로가 뚜렷한 것도 아니었다. 한참을 고민하
다가 다시 돌아기로 했다.
의심스러웠던 곳에서 2봉 쪽으로 주등로 갈림길에 다시 도착했다.
4. 천성산 정상에서 미타암 거쳐 법수원으로
눈에 익은 곳에서 임도 만나는 지점에 도착. 일단 2봉 정상에 오른다음
미타암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원래는 정상부 습지대를 거쳐 지프네
골로 하산하기로 했지만 짙은 운무로 인해 조망없는 긴 코스를 포기하고
원점회귀를 하기로 했다.
새로 생긴 정상석.
양산시에서 천성산 2봉에 비로봉이라는 이름을 달아주었다.
천성산에서 2봉으로 내려앉은 것도 참을 만했는데...뜬금없다.
변한 것도 참 많다.
여기서 법수원 계곡으로 바로 내려서는 길도 확인하고, 805봉 길도 진행
해보았다. 도중에 만난 호기 넘치는 산님이 험한 길이라고 하는 지점에서
되돌아와 으슥한 곳에서 맛난 점심을 해결하였다.
운무는 보슬한 비와 같아 속살에 습기가 흠씬 저미어든다.
미타암에서 돌계단을 내려 한참만에 법수원 갈림길에 도착.
법수원을 지나 다시 너럭바위에 원점회귀하였다.
원적암에 다시 도착한 시간이 4시....... 무려 7시간을 운무 속에 있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GPS 만 챙기고 손목시계를 챙
기지 않아서 그랬을까. 완전히 시간을 잊고 있었다.
정말 7시간이 소요되었을까? 허기도 느끼지 못했고 점심시간에도 시간
은 안중에 없었다. 법수원 계곡은 시간의 하얀 블랙홀이었다.
<끝>
첫댓글 글 색이 연해서 안보임니다....
사진만 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