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15(토)
후도교 ~ 앞섬마을 ~ 선바위 ~ 큰 방우리 마을 ~ 작은 방우리 마을 ~ 앞섬마을 ~ 내도교 ~ 무주 시내 (약 12km, 순수 걷기 3시간 30여분 소요)
무주 향로봉과 금강변 학교길을 지나 이제 후도교를 건너고 방우리 마을을 향해 다시 걷습니다.
다리위에서 보니 지나온 학교길이 참 아름답네요.
강과 산 그리고 바위들이 어우러지는 그런 강변 길이지요.
여튼 참 신기합니다. 바위와 절벽이 많아 길이 있을것 같지 않는 곳에 작은 오솔길이 있으니요. ㅎㅎ
11시 30분경에 후도교를 건너 이제 방우리를 향해 본격적인 강변길을 걷습니다.
산도 그렇지만 모든 사물은 조금 떨어져 봐야 그 멋진 모습이 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이곳도 바위를 머리에 이고 갈 때는 몰랐는데 이처럼 강 건너에서 바라보니 정말 웅장하고 멋지네요.
병풍바위가 펼쳐지는 모습처럼 보이고요.
ㅎㅎ 저 위로 향로봉 정상 정자도 보이고 그 아래로 오늘 제가 내려온 알바 길도 보입니다.
제방 길을 따라 편하게 걷다보니 내도마을 앞의 내도교를 만납니다.
그리고 차가 다니는 길을 건너 내도 마을로 들어갑니다.
뚝방의 예쁜 꽃들도 저를 반겨주네요.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금강변으로 내려섭니다. 내도 마을 금강변은 멋진 절벽 바위가 참 많지요.
내도마을에서 방우리 마을까지 차로 갈 수 있는 길이 비포장된 제방길이라 차가 다니면 먼지가 많아 강변으로 내려서서 길을 걷습니다.
근데 와~ 이 길이 정말 대박입니다.
마치 70년대 비포장된 시골 길을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 길에서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한편 찍어도 좋겠네요.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는 떠나고 그 먼지 뒤로 손을 흔드는 여자의 모습.. ㅎㅎ
12시도 넘고 해서 이곳 나무 그늘에서 김밥으로 간단한 식사를 했습니다.
확트인 초록의 평원과 잔잔히 흐르는 금강 그리고 멋진 바위 풍경이 저의 맛난 반찬이 되어 주었네요.
잠시 누워 휴식도 취하고 다시 길을 걷습니다. 등산로처럼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보다 이처럼 지도만을 보고 무작정 걷는 것이 요즘은 더욱 좋아집니다. ㅎ
여튼 방우리 마을을 갈 생각만했지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멋진 길 풍경을 만났습니다. 이 길 또한 4대강 개발에서 벗어나서 보존되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 강변에도 길 방향 표지판이 있네요. ㅎㅎ
이제 다시 제방길로 올라섭니다.
그리고 방우리 마을을 향해 포장 길을 걷고요.
방우리 마을 입구에 있는 선바위(촛대바위)가 보이네요.
주변 전기줄때문에 어수선하지만 방우리 마을 입구의 랜드마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것 같습니다.
선바위를 지나 길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왼편 큰 방우리 마을과 오른편 작은 방우리 마을로 가는 삼거리를 만납니다. 방우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의 모습이 금강 물줄기가 충남과 전북의 경계를 오가며 들락날락 방향을 틀며 흐르기에 위에서 내려다본 모양이 방울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먼저 왼편의 큰 방우리 마을을 가보기로 합니다.
길을 가다 뒤돌아본 풍경이 참 멋집니다. 고창 질마재길에서 만난 병바위의 풍경이 생각나고요.
저멀리 적상산 모습도 우뚝하네요.
오늘 오전에 올랐던 무주 시내의 향로봉말고도 적상산에도 1,000미터가 넘는 향로봉이 있지요. 그나저나 그 너머에 있는 덕유산 정상도 향적봉인데 이곳 무주는 향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산 봉우리가 많지요. ㅋ
큰 방우리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그저 아늑합니다.
조용 조용 흐르는 강물만큼 고요하고요.
새소리만 간혹 들리는 그런 길을 따라 갑니다. 저 멀리 마을의 모습이 나오네요.
근데 강변의 풍경이 참 매혹적이네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강변을 여유롭게 걷다보니 시 한편 생각이 납니다.
"지난 겨울 못다한 이야기들을 수근대며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싱그러운 봄 내음에 사랑을 고백하지 않아도 젖어들 것입니다
봄 햇살을 받아 잔잔히 빛나는 물결에 내 마음도 물결칩니다.
봄날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정겨움 속에 그대와 함께 있음이 행복합니다
봄 강가를 거닐어 보셨습니까 겨우내 움추렸던 봄 강물이 살짝 발을 내민듯한
하얀 모래사장을 걷는 기분이 얼마나 상쾌한지 아십니까
강변의 연초록 색감이 눈에 번지고 엷게 푸르른 봄 하늘이 가슴에 가득해 집니다.
꽃향기 가득 물고오는 봄바람을 몸에 담고 있으면
그대를 내 가슴에 꼭~~안고 싶습니다.
봄 강가에 가 보셨습니까 / 용혜원
참 가벼운 마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큰 방우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워낙 오지 마을이니 범죄가 있을 수가 없겠지요. ㅎㅎ
마을로 들어가 봅니다. 여느 시골에 가면 늘상 들리는 개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저 고요하네요.
옛날 시골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을 풍경입니다.
마을 길을 따라 길의 끝이 어딘지 알고 싶어 마을 뒤로 넘어가 봅니다.
그 길은 금강변으로 이어져있네요. 하여 마을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은 제가 걸었던 그 길밖에는 없는것 같습니다. 물론 이곳이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금산면 소재라 이 강을 따라 계속가면 금산으로 가겠지요.
이제 마을로 되돌아 갑니다.
방우리는 충남 금산군 부리면에 속하지만 나가는 길도 그렇고 생활권은 무주인것 같습니다.
마을 위로 제법 멋진 봉우리를 가지고 있는 산이 우뚝하네요.
주변의 금강 풍경도 예사롭지 않고요.
이곳에 사는 주민분들의 생활은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자연의 모습으로 보면 참 아름다운 곳이네요.
이제 오던 길을 되돌아 나가야지요.
들어올 때는 보지 못했던 예쁜 금낭화 꽃도 만납니다. 꽃의 모양이 여자들이 옷에 매다는 주머니를 닮아서 "며느리 주머니" 꽃이라고도 불린답니다.
길은 같은 길이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참 많이 다르지요.
처음 와본 길을 걷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다시 선바위가 있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작은 방우리 마을을 가기위해 오른편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작은 고개를 넘어서니 참 멋진 풍경이 반겨주네요.
그리고 내려서는 길은 꼭 대청호 벌랏 마을을 들어갈 때의 그런 느낌이 듭니다.
또한 동강의 어라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고개를 내려서서 이곳 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네요. 오늘 걷기의 최종 반환점입니다.
큰 방우리 마을을 지나고 내도리 마을을 지나온 금강 물줄기가 다시 이곳 작은 방우리 마을을 따라 저멀리 군산 방조제까지 이어지겠네요. 여튼 큰 방우리에서 작은 방우리까지의 거리는 실제 얼마되지 않지만 마을 앞을 흐르는 강물이 서로 만나려면 아주 먼 길을 휘돌아야만 하네요. ㅎ
이제 다시 고개를 넘어 돌아갑니다.
이제는 눈에 익숙한 풍경도 다시 바라보고요.
되돌아 가야할 길도 보이고 저멀리 건너야할 대도교도 보이네요. 이처럼 우리네 인생도 남은 길이 시원하게 보인다면 어떨까요. ㅎㅎ
다시 삼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이리 저리 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그런 하루네요.
선바위에게도 안녕을 말해야지요. 늦가을에 한번 다시 오고픈 그런 곳입니다.
올때는 강변 흙길을 걸었으니 이제는 제방길을 걸어야겠네요.
가끔 차들이 지나서 먼지를 만드는 부작용은 있지만 조망도 바람도 시원하고 좋습니다.
그나저나 푸르디 푸른 숲과 나무를 보니 이제는 봄보다는 여름이 오는 느낌이지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계절의 흐름은 참 빠릅니다. 어느때는 참 더디게 가는것 같지만..
이제 이 제방길도 끝나가는것 같습니다.
앞섬 마을로 들어가니 흙담벼락 아래 피어있는 소박한 꽃들에 잠시 시선을 둡니다.
이제 내도교 다리를 건너 무주시내까지는 약 2km 거리의 차가 다니는 포장 길을 걸어야 합니다. 생각해보니 오늘 이런 포장 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네요. ㅎㅎ
근데 이곳 내도리 앞섬 마을은 1963년에 신상옥 감독이 만든 쌀이라는 영화의 촬영지라고 하네요. 이 영화는 굴을 뚫고 강물을 끌어들여 황무지를 문전옥답으로 만들려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을 그린 영화로 실제 이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영화화 한거라고 합니다. 여튼 1963년이면 제가 태어난 해인데 그런 영화가 있었네요.
영화 촬영지라 그런지 다리위에서 바라본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곳도 이 풍경 그대로 보존이 되고 자연과 사람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었으면 하네요.
그저 무작정 걸어본 길이었지만 금강의 정취와 강변의 흙길은 생각하지 않았던 그런 선물이었습니다.
다리를 건너 앞섬 마을과 그 뒤로 향로봉 능선 풍경을 마지막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길을 따라 마지막 길을 걷습니다.
북고사 입구도 지납니다.
고개를 넘어서니 다시 무주 시내가 나오네요. 3시 30분경에 오늘 하루의 걷기를 모두 마무리합니다.
오늘은 대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무주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길에는 산길과 숲길이 있고 또한 강변길도 있었습니다.
여느 관광지처럼 볼거리나 화려함은 없었지만 조용하고 호젓한 자연스러움이 가득했습니다. 평화로움이란것이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여 눈이 편하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시간이었네요.
여튼 올해 안에 무주군 부남면 대소마을에서 무주시내까지 이어지는 약 19km의 예향 천리 금강 마실길이 생긴다고 하니 그때 다시 무주를 찾아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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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준돌의 걷기 그리고 풍경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준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