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깊은 산 지리산은 주변에 수많은 봉우리를 품고 있다. 자신도 이름난 계곡을 여럿 두고 있지만 주변 봉우리들도 빼어난 계곡을 품 안에 두고 있는 곳이 많다. 이런 계곡들은 지리산 둘레길의 이름으로 모두 지리산 식구로 대접받기도 한다. 동쪽의 산청에도 이런 산과 계곡이 허다하다. 천왕봉이 산청군 시천면과 함양군 마천면에 걸쳐 있는 만큼 같은 지리산 주변 산이라고 해도 산청에는 특히나 지리산 조망대 역할을 하는 산이나 아름다운 계곡을 지닌 산이 많다.
◇ 능선으로 올랐다가 시원한 계곡길 하산
근교산 취재팀이 시무산에서 벌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탄 뒤 하산 길에 마근담계곡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마근담계곡 상류는 상수원보호구역이다. 능선의 반대쪽인 동쪽은 백운계곡을 품고 있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찾은 경남 산청군 시무산(402.5m)~수양산(首陽山·502.3m)~벌목봉(743m) 코스는 좌우로 덕천강으로 흘러드는 두 개의 계곡을 끼고 있다. 바로 백운계곡과 마근담계곡이다. 백운계곡은 웅석봉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달뜨기능선에서 갈라진 수양산과 백운산 사이로 흘러내린다. 백운계곡은 예전에 계곡산행 코스만 별도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능선으로 올라가 마근담계곡으로 내려온다. 백운계곡을 올라와 산을 넘어 마근담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지리산 둘레길 코스의 일부다. 백운계곡의 명성에 가려있기는 하지만 마근담계곡도 못지않은 계곡미를 보여주는 곳이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통제되는 상류 부분은 자연 그대로의 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보호구역 아래는 펜션과 농장 등으로 둘러싸여 이용객이 아닌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아쉽다.
이번 산행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사리 버스정류장을 출발해 임도~시무산 정상~402m봉~판짐재~수양산 정상~임도 사거리~벌목봉 정상~지리산 둘레길 사거리를 거쳐 마근담-사리 도로를 따라 내려가 사리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전체 산행거리는 13.5㎞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 안팎 걸린다.
◇ 울창한 숲길, 조망 가리지만 시원
수양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
산행은 산청군 덕산 직전의 사리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한다. 덕산교를 건너 진주 방향으로 도로를 되짚어 걷는다. 사리마을회관 옆을 지나 20m 정도 가면 왼쪽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콘크리트 임도가 나온다. 잠깐 올라가면 길이 완만해지고 무덤을 지나 비포장으로 바뀐다. 다시 무덤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크게 꺾는다. 소나무가 울창해 햇볕을 피할 수 있다. 5분 정도면 임도를 벗어나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이정표는 없지만 입구에 리본이 여럿 걸려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녹슨 철조망을 옆에 두고 가파른 길을 오른다. 솔 갈비가 적당히 깔려 걷기 좋은 푹신한 길이다. 잠깐 완만해졌다가 무덤 하나를 지나며 곧바로 급경사다. 짧게 갈지자를 그리며 치고 오른다. 5분 정도 오르면 완만해지고 곧 시무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지만 '산청454' 삼각점이 설치돼 있다. 흙이 드러나고 풀이 자란 정상 주변엔 키 큰 나무가 많아 조망은 시원찮다. 길은 왼쪽 10시 방향으로 간다. 완만한 길을 잠시 가다가 살짝 올라서는 곳이 402m봉이다. '수양산/덕산교' 방향을 알리는 나무판이 걸려 있다. 여기서 길은 왼쪽으로 휘며 잠깐 가파르게 내려가다가 곧 완만해진다. 정면에 나무 사이로 수양산 앞의 454m봉이 올려다보인다.
10분 정도 내려가면 펑퍼짐한 고개 사거리다. 직진해서 정면의 완만한 오르막으로 간다. 곧 급한 경사를 오르면 다시 완만해진다. 15분 정도 올라 소나무가 시원하게 뻗은 능선을 걷다 보면 왼쪽으로 시야가 살짝 열린다. 덕산과 덕천강, 구곡산이 멀지 않다. 잠시 뒤 완만한 오르막 정상이 판짐재(454m)다. 이곳을 지나면서 계속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살짝 내려갔다가 다시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가면 제법 넓은 공터를 지나 곧 수양산 정상이다. '산청455' 삼각점과 시멘트 원기둥이 서 있다. 조망이 어렵지만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수양산보다 200m 이상 높은 벌목봉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정면으로 내려간다.
◇ 벌목봉까지 300m 높이 한번에 올라
내리막길은 제법 경사진데다 굵은 돌이 많아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10분가량 내려가면 삼거리다. 왼쪽으로 가면 곧 임도를 만난다. 정면으로 직진한다. 6, 7분 가면 탁 트인 감나무밭 중간에 오거리다. 산 사면의 고사리밭이 안부까지 이어져 고사리 철에는 조심스레 지나야 한다. 임도 사거리에서 정면 소나무 숲 방향으로 산길이 갈라져 나간다. 숲에 들어서면 곧 물길처럼 파인 곳을 건너 완만한 오르막이다. 길은 잠시 뒤 급격한 오르막 경사로 바뀐다. 450m 정도 높이의 안부에서 743m의 벌목봉까지 300m 가까운 고도를 한꺼번에 치고 올라야 한다. 이미 두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 뒤라 벌목봉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길은 체력적으로 부담된다.
급경사를 20여 분 올라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꺾이며 잠시 완만해졌다가 다시 급경사다. 5분 정도 오르면 벌목봉 정상이다. 참나무와 관목이 우거진 정상엔 '벌목봉 743m'라 적힌 나무판이 나무에 걸려 있다. 정상을 지나 바로 나오는 폐헬기장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간다. 올라올 때와 달리 완만한 내리막이다. 잠깐씩 급경사가 있지만 대체로 편안한 내리막이다. 10분 정도 내려오면 오른쪽으로 살짝 시야가 트인다. 내려다보이는 계곡이 백운계곡이다. 완만한 길을 내려오다가 급경사를 잠시 지나면 평탄한 고개다. 지리산 둘레길과 만나는 사거리로 둘레길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은 백운계곡에서 올라온 길이고 하산길은 왼쪽 마근담 방향이다.
넓은 임도를 걷는다. 잠시 길이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진다. 산허리를 따라 완만하게 내려간다. 지리산 둘레길 코스답게 잘 정비돼 있다. 20분 정도면 콘크리트 임도로 내려선다. 왼쪽 내리막으로 간다. 6, 7분 뒤면 사리에서 안마근담으로 올라가는 도로와 만난다. 여기서도 왼쪽으로 내려간다. 오른쪽 아래 보이는 것이 마근담계곡이다. 20분가량 넓은 콘크리트 길을 내려가면 마근담교를 건넌다. 여기서부터는 폭포와 소가 이어지고 반석 위를 흐르는 계곡물이 시원하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계곡을 바라만 봐야 하는 게 안타깝다. 한참을 내려가면 아스팔트 도로로 바뀌고 상수원보호구역이 끝난다. 마을을 지나 도로 끝까지 내려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사리 버스정류장이다.
# 떠나기 전에
- 산천재와 묘소 등 남명 조식 선생 자취
산천재와 마당의 남명매.
산청군 단성면 덕산은 산 좋고 물 맑은 지리산 자락의 동네다. 조선 중기 대유학자인 남명 조식과의 인연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남명의 출생지는 경남 합천이지만 이곳 덕산에서 말년을 보냈다.
이번 산행의 출발지인 단성면 사리에는 산천재와 별묘, 신도비, 묘소와 남명기념관 등 남명과 관련한 유적이 여럿 있다. 사리에 들어서면 도로 왼쪽에는 남명학연구원과 산천재(山天齋), 오른쪽에는 묘소와 남명기념관이 있다. 산천재 등 유적은 국가문화재 사적 305호로 지정돼 있다. 덕천강 변의 야트막한 둔덕에 있는 산천재는 남명이 61세 때 자리를 잡아 72세로 일생을 마칠 때까지 학문을 닦으며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다. 규모는 작지만 고즈넉한 멋이 넘친다. 특히 마당의 남명매(南冥梅)는 남명이 산천재를 짓고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16세기 중반에 심었으니 수령이 460년을 넘는다.
2004년 완공된 남명기념관에는 남명선생과 제자들의 서적과 16세기 중반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전시물이 있다. 기념관 앞 뜰에는 남명선생 동상과 상소문을 새긴 비 등이 있다. 기념관 뒷산에는 그의 묘소가 자리 잡고 있다.
# 교통편
- 진주에서 중산리·대원사행 버스 이용
산청군 단성면 사리는 진주로 가서 갈아타는 게 편리하다. 진주행 버스는 사상시외버스터미널이나 노포동터미널에서 수시로 있다. 진주에서 중산리나 홍계·대원사행 버스를 타고 덕산 직전 사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오전 8시, 8시35분, 9시5분, 9시30분, 10시 등에 출발한다. 사리에서 진주 가는 버스는 오후 8시(막차)까지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번 코스는 원점회귀라 승용차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진주분기점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대전 방향으로 가다가 단성IC에서 내린다. IC를 빠져나온 뒤 20번 국도를 만나면 우회전해 중산리 방향으로 가다가 사리교차로에서 오른쪽 길로 가면 곧 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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