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본 중국
전인평(중앙대 명예교수, 아시아음악학회 회장)
저는 2023년 6월 초 7일간 중국 실크로드 관련 학술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그 변화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물 샐틈 없는 통제 사회>
공항에서 입국하면서 얼굴 사진이 등록됩니다. 그리고 기차표를 살 때, 기차타러 역에 들어갈 대, 목적지에 도착하여 역에서 나올 때 얼굴인식기를 통하여 본인임이 확인되어야 통과 가능합니다. 전철 버스 탑승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적지 불교 사찰에 들어갈 때도 신분증이 있어야 입장 가능합니다.
대학 운동장에 모여 동네사람들이 조기 축구회를 할 수 있을까요? 어림없습니다. 정문에 얼굴 인식기를 두고 등록된 학생 직원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학 강의실에는 감시 카메라가 돌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니 위구르 티벳의 독립운동은 꿈도 못 꿉니다. 이러한 삼엄한 통제를 보면서 시진핑 정부는 여유가 없고 무엇인가 쫒기는 분위기로 보였습니다.
<얼어붙은 교수 사회>
이번 학술회의에서 중국인 학자와 4개국의 외국 학자 발표가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외국 학자 세 분은 미리 영상 발표를 약속하고 사전 제작한 영상을 중국 측에 전달하였습니다. 그런데 불참한 외국 학자의 영상 발표는 허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 왔다고 하였습니다. 현장 발표하는 학자 논문도 미리 제출하여 검열을 받아야 하였습니다.
중국 대학의 총장은 학자가 아니고 공산당에서 지명한 사람이 총장이 되고 학자 출신 교수는 부총장이 됩니다. 중요한 인사권은 공산당 출신 총장이 행사합니다. 놀랍게도 총장은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었고 대학의 학장 처장은 대개 40대였습니다. 말하자면 매우 젊은 사람들이 대학을 이끌어 갑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총장은 거침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나이가 지긋한 교수들은 이야기를 듣는 분위기였습니다.
대학의 연구 방향 연구 과제는 공산당이 결정한다고 합니다. 학문이란 모름지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상호 토론하면서 발전하는데, --- 중국의 학문 연구는 정부에서 결론을 내려주고 여기에 맞추어야 합니다. 그러니 동북공정 등에서 심한 역사 왜곡이 나올 수 밖에 없구나 싶었습니다.
<생활이 넉넉해진 중국 독재 국가>
이런 상황에 대하여 중국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 할까요?
중국은 지난 30년 동안 공산당 영도하여 국민소득이 150불에서 1500불로 100배 성장하였습니다. 고속도로는 뻥 뚤렸고, 시속 300KM의 고속철은 힘차게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생활수준은 높아져 옷차림도 깔끔하고 먹거리는 풍부해 졌습니다. 이것은 모두 공산당 영도 덕택입니다. 이런 표현은 진심일까요? 아니면 외국인에 대한 공적인 표현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같은 일당독재국가인데 중국은 넉넉해지고 북한 백성은 배를 곯고 있다니 ------ 북한은 이러한 노하우를 왜 배우지 못할까요? 백성을 배부르게 먹이기라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배를 쫄쫄 굶어 가면서도 <세상 부러움 없어라>라는 노래를 강요 받는 북한 사람들 -----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중국에 새로 등장한 특권 계급 – 공산당원>
모두가 알고 있듯이 막스레닌이 꿈꾼 사회는 지주 자본가를 몰아내고 노동자 농민들이 주도하고 평등한 사회였습니다. 중국에서 지주 귀족 타파에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노동자 농민이 주체가 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공산당원이 자리잡았습니다. 공산당원은 13억 인구 중 86백만명입니다. 이들은 최고의 엘리트 출신으로 당원은 중국에서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당원이 되려면 신청할 때 2명 이상의 당간부의 보증이 있어야 하고, 당지부에 보고되면 예비당원으로서 1년 동안 자격심사와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에 가입해서 활동했다고 해서 곧바로 공산당원이 되는 특혜는 없다. 한 차례 입당이 거부되면 다시 한 번 입당심사를 받을 수 있지만 두 차례 떨어지면 입당은 영원히 당원이 될 수 없습니다.
당원은 기본적으로 당에 대한 충성도, 능력, 도덕성을 갖추어야 하기에 공산당원은 중국 최고의 ‘정치엘리트’로 인정을 받습니다. 그들은 당의 각급기관 서기(지도자)를 거쳐, 능력과 당에 대한 충성도를 검증받은 핵심 엘리트들입니다. 당원이 되지 않으면 중국공산당이 통제하는 중국정부의 고위직에 오를 자격도 없습니다. 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면서 새로운 중국의 귀족층으로 자리 잡았므며, 중국의 10대 부자 대부분이 당원이라 할 만큼 개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풍성한 식사 자리 그리고 분주>
중국 사람들은 먹는 것이 풍부하다고 하였는데, 8명 정도가 한 식탁에 둘러 앉으면 20가지 정도의 요리가 나옵니다. 중국학자와 며칠 지내면서 친밀해 지자 한국에서 무슨 음식이 좋았느냐고 물었더니 웃으며 “한국에 가서 매일 풀만 먹고 왔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듣고 보니 점심으로 설렁탕 또는 비빔밥으로 먹었다면 점심을 먹은 것이 아이고 때운 것일 것입니다. 대학 식당을 둘러보니 점심 값이 3유안(약 550원)이니 한국의 7분의 1 정도로 저렴합니다.
필자는 요즘 거의 술을 안 먹었는데, 저녁 식사에 산서성의 분주(汾酒)라는 중국 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향이 좋은지 내가 먹어 본 술 중에 가장 좋은 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 참가자들이 좋은 술이라고 칭찬을 거듭하자 총장이 부탁을 하였습니다. “이 분주는 모두 좋다고는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마오타이만 찾고 있습니다. 내가 선물로 두 병씩 줄 터이니, 선전 좀 해 주시고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어항에 금붕어처럼 먹을 것만 충분히 주면 만족하는 물고기도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숨기고 싶은 일도 있고, 살며시 남에게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국민소득 15000불의 중국이 앞으로도 사람들이 공산당의 성과에 만족하며 공산당의 독재에 순응할까요? 중국은 중요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중국이 안정되고 발전해야 우리도 잘 살 수 있습니다. 중국이 건강하게 발전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