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어렸을 때 이미 한 번 정독한 책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내용을 알아두기 위해 한 번 더 읽고 이렇게 독후감을 쓴다. 내용은 이렇다.
봉평장의 파장 무렵, 왼손잡이인 허 생원은 장사가 시원치 않아서 속이 상해한다. 그는 조 선달에 이끌려 충주집을 찾는다. 거기서 나이가 어린 장돌뱅이 동이를 만난다. 허 생원은 대낮부터 충주집과 짓거리를 벌이는 동이가 몹시 밉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계집하고 농탕질이냐고 따귀를 올린다. 동이는 별 반항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물러난다. 허 생원은 마음이 좀 개운치 않다.
조 선달과 술잔을 주고받고 하는데 동이가 황급히 달려온다. 나귀가 밧줄을 끊고 야단이라는 것이다. 왼손잡이인 허 생원은 계집과는 인연이 멀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돌림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건만 아직 홀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과 늘 함께하는 나귀의 신세가 당연하듯 여겼던 것이다.
허 생원은 자기를 외면할 줄로 알았던 동이가 그런 기별까지 하자 여간 기특하지가 않다. 나귀에 짐을 싣고 다음 장터로 떠나는데, 마침 그들이 가는 길가에는 달빛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밤이 들어 허 생원은 조 선달과 동이와 함께 나귀를 몰고 다음 장으로 발을 옮겼다. 봉평장으로 가기 위해서다. 달이 환히 밝았다. 달밤이면, 허 생원은 젊었을 때 봉평에서 겪었던 옛일을 애기하는 것이었다. 그날도, 달빛 아래 펼쳐지는 메밀꽃의 정경에 감동했음인지 허 생원은 조 선달에게 몇 번이나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한때 경기가 좋아 한밑천 두둑이 잡은 적이 있었다. 그것을 노름판에서 다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평생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메밀꽃이 핀 여름 밤, 그날 그는 더워서 목욕을 하러 개울가로 갔다.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났다. 성 서방네는 파산을 한 터여서 처녀는 신세 한탄을 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허 생원은 처녀와 관계를 맺었고, 그 다음날 처녀는 빚쟁이를 피해서 줄행랑을 놓는 가족과 함께 떠나고 말았다.
그런 이야기 끝에 허 생원은 동이가 편모만 모시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동이 어머니가 제천에서 홀로 산다는 말을 듣자 그는 놀라 발을 빗더뎌 나귀의 등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고 그걸 동이가 부축해서 업어 준다. 허 생원은 마음에 짐작되는 데가 있어 ‘동이’에게 물어 보니 그 어머니의 고향 역시 봉평임을 확인한다.
이튿날 그는 동이를 따라 제천으로 가 볼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문득, 그는 나귀를 몰고 가는 동이의 채찍이 동이의 왼손에 잡혀 있음을 똑똑히 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에는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임을 눈여겨본다. 걸음도 차분하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지며 이 글은 끝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순수한 자연성을 허 생원과 나귀를 통해 표출하고 있는 낭만주의적인 소설이다. 강원도 땅 봉평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그 길을 가는 세 인물의 과거사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연적 가족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늙고 초라한 장돌뱅이 허생원이 20여 년 전에 정을 통한 처녀의 아들 동이를 친자로 확인하는 과정이 푸른 달빛에 젖은 메밀꽃이 깨알깨알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밤길 묘사에 젖어들어 아름다운 풍경이 저절로 마음에 다가온다. 낭만성 성향이 어우러진 이효석 문학의 작품이다.
글을 읽고, 인물을 성격을 파악해보았다. 허생원은 과거에 집착해 사는 고독하며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인물이라고 생각이 들고, 조 선달은 삶의 현실적 측면을 상기하여 낭만적 분위기를 깨는 적극적이고 합리적 인물이라고 느낌이 든다. 마지막으로, 동이는 젊은 혈기와 순수한 인간성을 소유한 젊은이 이기도 하며, 허생원의 친자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내용상으로는 그렇다고 정의할 수 있겠다.
그러나, 위와 달리 허생원은 다른 면도 있다. 과거에 집착한다는 것 보다는 감성적이고 낭만적이라서 옛 추억을 잊지 못하고 한 여자만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허생원이 매우 인간적이고 사람냄새를 풍기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너무 과거에 연연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은 현실을 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사람 나름대로 그 추억을 소중하고 너무나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조 선달 같은 경우에는 중간에 몇 번 허생원이 옛 추억을 이야기 할 때, 중간 중간 맥을 끊는 역할도 하지만 나름대로 같은 이야기에 계속 귀를 기울여주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인 어둠에 달이 비치고 꽃이 흘러내리는 풍경이 내 가슴속에 차분하게 그려지는 정말 좋은 소설일 뿐 아니라 , 허생원과 동이의 말을 나누는 것을 보았을 땐, 너무나도 슬펐다.
첫댓글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평생 가도 잊혀지지 않는 귀절. 메밀꽃 필 무렵 봉평에 한 번 다녀올까요?
허생원이 매우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 풍기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는 대일님의 생각을 보면서 대일님의 성품의 한 자락을 보았습니다. 마음에 아름다움을 간직한 대일님의 맑은 영혼이 빛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_()_
봉평 메밀꽃!!! 대일 부처님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