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월 4 일 금요일 따스하고 화창한 봄날
아침 나절에 풀천지 본밭에도
감자밭을 마련하느라 거름내고 손쟁기로 갈아주었다.
여기 저기 밭을 만들다 보니 거름 한무더기가 없어지고
또 다른 거름 무더기를 열어서 쓰기 시작하였는데
저번것 보다 더욱 잘 발효되어 정말 좋은 거름이 되었다.
올해 풀천지 감자도 틀림없이 맛있을 것이다...^^
오늘은 모두 춘양장에 함께나가 볼일도 보고
모처럼 중국집에 들러 추억의 짜장면으로 기분 전환을 하기로 하였다.
아침을 원래 안먹는 풀천지 가족의 습관대로
벌써 점심때가 되었으니 나가자 마자 중국집으로 향했는데
장날 인데다 선거 운동하는 사람들 까지 겹쳐
앉을 자리도 없을만큼 사람이 많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양심에 털 나더라도
선거 운동만 열심히 잘하면 절대로 굶어죽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인사를 해대는데
출마자를 존경해서인지 유권자를 사랑해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돈을 위해서 굽신거리는 것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원래 이럴땐 맛보다는 장터 분위기를 즐기는 법이다.
변함없이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하는 고민을 줄이기 위해
간짜장 두개와 짬봉 두개를 시켜 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선거 운동원 인듯한 젊은 사람들을 제외하곤
거의다 노인분들이 대부분이다.
모처럼 장에 나와 반가운 사람들도 만나고
필요한 거랑 맛있는 것도 사고
농협에 들러 비료도 사고
농약방에서 농약도 사야 되지만
이렇게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 한그릇 먹는 즐거움으로
오랜만의 장날 나들이 기분에 젖어 보는 것이리라...
그런데 예상은 했지만 손으로 뽑아내는 손면이다 보니
시간을 두고 잘 만들어 내면 제법 맛있는 집인데
서둘러 대충 뽑아 내다 보니 면맛은 어쩔수 없이 양해 한다손 쳐도
짬뽕국물의 절망적인 맛앞에 슬픔이 밀려온다.
그래서 반드시 짜장을 함께 시켜야 한다.
짬뽕에 실망하면 짜장면이 위로해 주고
짜장면에 실망하면 짬뽕국물이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뻔뻔한 풀천지 가족들은 짬뽕과 짜장을 번갈아 먹으며
그나마 밀려오는 슬픔을 견뎌 낼수 있지만
아무 말없이 한가지만 묵묵히 드시는 노인분 들은
기다리다 짬뽕이 막 도착했을때 흐믓한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는걸 느낄수 있었다...^^
가뜩이나 은근히 속상한 판에 가려고 신발을 신으려는데
얼마전에 아내가 만원주고 구입한 외출용 슬리퍼를
어떤 할머니가 구두 한짝을 바꿔신고 갔는데
그것도 왼쪽만 두짝을 남겨 놓았다.
형편 없는 짬봉 국물 맛에 얼마나 혼비백산 햇으면
그리했을까 짐작이나 하여 보려해도
오른 쪽만 두짝을 그것도 한쪽은 구두 한쪽은 슬리퍼를
신고 돌아다닐수 있을까 어이없어 하며
금방 다시 제 짝을 찾으러 오실줄 알앗는데
우리가 장을 다 볼때까지도 오시질 않아
할수 없이 신발을 그대로 놔두고 아내는 몸만 돌아오게 되었다...^^
모처럼 외식이 또다시 여지없는 실망과 후회를 안기고 만다.
그러나 우리는 머잖아 또다시 짬뽕과 짜장 사이에서
즐거운 고민에 빠져드는 자신을 만나게 될것이다.
오리를 사러갔는데 다 팔렸는지 한마리도 없다.
요즘 조류 독감의 여파인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개운치 않았다.
농협에 들러 오가피 뿌리주 담을 술도 왕창 사고
감초도 사고 재홍이 양말도 사는 김에
금싸라기 참외가 맛있어 보이길래 값을 물어보니
아직은 너무 비싸 엄두가 안나 포기하고 ( 하여님 생각이 잠깐~^^)
재홍이가 좋아하는 낑깡만 사가지고 돌아왔다...^^
어제 심다가 조금 남은 매실 나무들을 차에 실고
산밭으로 가서 심고 있는데 새로운 고민이 밀려온다.
어제 풀천지를 빙돌아 심어놓은 나무들로도 충분한데
오늘 넓은 산밭 한쪽에 나무를 심다보니
나무를 심어가는 즐거움에 빠지게 되었고
과수원을 조성하고픈 욕심이 고개를 쳐든다.
당장 달려가 몇십주 라도 더사와
보기 좋게 늘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이는걸 꾹 눌러 참으며
며칠 고민하며 꼭 필요한 나무들을 생각해서 결정하기로 하였다.
조금의 틈만 보이면 돈을 벌려고 욕심이 앞을 서고
걱정이 뒤따라 온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이런 요구를
부채질 해줄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수 있으면 이미 행복할수 있을것이다.
무엇이든 잘해서 돈을 잘벌게 되면 행복할수 있을 것인가 ?
아마 또다시 많은 날들을 행복과 떨어져 있어야 될것이다.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만족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가난하더라도...
첫댓글 자족하다 보면 발전이 없다고들......그래서 전 늘 이 모양 이 꼴인지도 모르지만요, 그 뭔가를 쫓아 부단히 노력하고 발버둥 칠 땐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사는 게 버거웠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가난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평온한 이 행복은 상대적이 조건이 아니라 절대적 조건임을 폐부로 깨은 바 비로소 찾게되었으니, 이대로 사는 게 잘 사는 거겠죠
요즘 방영하는 인간 극장 나무꾼과 꽃순이를 보셨나요 ~ 비록 남들이 보기엔 가난하고 어리석은 삶일지라도 부부가 깊은 산골에서 마음껏 사랑하며 아름답게 살아가더군요... 잎새 바람님도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나무꾼 데리고 깊은 산골의 꽃순이가 되어봄이 어떠실런지...^^
안 그래도 그 프로를 보면서 얼마나 좋았던지 모릅니다.순이를 보면서 얼마 후 내 모습이 그려지던걸요, 저랑 닮지 않았던가요
꽃순이는 애교... 잎새 바람님은 어린냥... 비슷한것 같군요...^^
구두와 슬리퍼를, 그것도 오른쪽만 신고 가신 대목에서 죄송하지만, 많이 웃었습니다. 어찌나 심하게 어이없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집에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절망적인 짬뽕 국물에 잔뜩 화가난 할아버지 께서 할머니를 부리나케 재촉하여 경운기에 태우고 바로 가버리시지 않았나 싶네요... ^^ 그 할머니도 얼마나 어처구니 없어 했을지...^^ 형편없는 짬뽕이 책임져야 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