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서울ㆍ수도권 주택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통상적으로 주택시장에서 비수기로 분류되는 휴가철인 데도 아파트 매매ㆍ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내 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던 매수 대기자들의 고뇌도 깊어졌다.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매매 타이밍을 미루고 있었는데, 휴가철 예상치 못한 집값 상승세에 당혹스러워하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다.
강남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더 늦기 전 내집 마련을 서두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단기간 급등한 집값에 부담을 느껴 매수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있는 요즘, 내집 마련 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은 과연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까.
무주택 세대주라면 분양 단지 노려볼만
무주택 세대주라면 집 장만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자금력 떨어지는 무주택자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들의 변동금리도 상승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우영디엔씨 조우형 사장은 “올 하반기에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경우 추후 자금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올 상반기 서울ㆍ수도권 집값이 생각보다 빨리 회복돼 기존 주택을 매수하기에 부담스런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의 경우 기존 주택 매입보다는 신규 분양 단지를 노려보는 것이 좋다. 올 하반기에는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를 비롯해 청라지구ㆍ별내지구ㆍ삼송지구ㆍ김포한강신도시 등 유망 지역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가 저렴한 물량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하반기에는 유망 분양물량이 많은 데다 신규 분양의 경우 올해까지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규 분양을 노려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아직까지 청약통장이 없는 무주택자라면 지금이라도 빨리 청약저축 혹은 주택청약종합저축(만능통장)에 가입해두는 것이 좋다.
자금 동원 능력 있다면 매매시장 노크를
무주택자라도 자금 동원이 가능하다면 분양시장뿐 아니라 기존 주택 매매까지 염두에 두는 것도 괜찮다. 청약 가점이 높다면 당첨 확률이 높은 청약을 노려보는 게 좋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굳이 당첨만을 기다리며 내 집 마련을 미룰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비에셋 곽창석 대표는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아직 2006년 말과 2007년 초 최고점까지 가격 회복이 안 된 곳 들도 많다”며 “상반기 가격이 덜 오른 지역이면서 개발 재료도 안고 있는 곳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집을 옮기고 싶은 유주택자도 기존 집보다는 신규분양을 노리는 게 재테크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데다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다. 하나은행 김창수 팀장은 “분양이나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양도세를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 무주택 자격을 갖춰 당첨 확률을 높이겠다고 섣불리 기존 집을 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주택 기간이 짧으면 가점이 낮기 때문에 비록 무주택 자격을 갖췄다 하더라도 당첨 확률이 확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출 규제 등 정책 변수도 고려해야
집값이 계속 오르고 상승 폭도 커진다면 주택시장 규제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어난다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조정하거나 은행권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강남권과 여의도ㆍ목동ㆍ강동구 일대와 분당신도시 등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을 위주로 규제할 수 있는 담보 대출규제나 투지지역 재지정, 주택 구입자금내역 제출 같은 선별적인 규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투자 목적으로 집 매입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매수 시기를 당분간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전후로 1~2억원 정도 매입가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출 규제 영향이 거의 없는 도심권 역세권 소형아파트나 개발 호재가 있는 소액투자 빌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활용 가능한 대지지분이 큰 단독주택에는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서울 역세권 소형아파트는 수요층이 탄탄한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설령 하반기 경기가 다시 악화돼 집값이 빠진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사려는 집의 과거 가격 추이도 살펴야
내집 마련에 나서거나 기존 주택으로 갈아탈 경우 매입하려는 집의 과거 가격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집값이 최고점 대비 아직도 많이 빠져 있다면 매입을 고려할 만하다. 경기가 완전 회복되고 주택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과거 최고점까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시세에서 한 때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 어떤 이유로 올랐는지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호재가 있었던 것이라면 오른 가격이 뒷받침될 수 있지만, 아무 이유 없이 담합 혹은 분위기에 편승해 오른 것이라면 추후 집값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