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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힌 옛길 따라 무등산 수정병풍을 만나다.
무등산은 도심 10km 이내에, 인구 100만 이상을 끼고 있는 세계 유일의 산으로, 겨울에 무등산을 찾으면 정상 서석대와 입석대는 눈과 얼음이 뒤범벅이 되어 멀리서 보면 수정병풍처럼 보인다. 서쪽에서 저녁노을이 비치면 수직절벽은 빛을 발하는데 '빛고을, 광주'란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광주사람의 무등산 사랑 선동열을 '무등산 폭격기'라고 하는 이유가 서석대, 입석대등 주상절리의 바위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폭포수같이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한국, 일본 강타자들이 헛스윙으로 나가떨어지는 모습에 광주사람들은 그 힘의 원천을 무등산에서 찾고 싶었다.
무등산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사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옛길 조성을 위해 개인이 뭉텅이 땅을 선뜻 내놓고 조금이라도 자연을 훼손하면 불같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날까지 무등산은 광주의 성산(聖山)이 될 수 있었다. 광주 어디든 고개를 쳐들면 어머니 같은 무등산이 서 있어 양팔을 펼쳐 시민들을 보듬어 주고 있다. 동학농민들도 무등산을 보며 힘을 얻었고, 일제강점기 고초를 당했던 광주학생운동의 주역들은 무등산을 바라보며 울분을 삼켰으며 80년 5월 18일 군부의 총칼아래 죽어간 망자들은 망월동묘역에 누워 무등산을 바라보고 있다. 아마 무등산이 없었다면 그들은 편히 눈을 감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무등산은 설화가 가득 핀 겨울에 찾아야 제 맛인데 이왕이면 고즈넉한 옛길에 올라타는 것이 운치 있다. 광주시내 산수오거리부터 길이 시작되기에 굳이 차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 완만한 평지길인 옛길 1구간은 산수오거리를 시작해 무진고성-청풍쉼터-충장사-원효사까지 7.75km, 무등산 등산길인 옛길 2구간은 원효사를 시작해 제철유적지를 거처 서석대까지 4.12km, 두 구간을 합하면 총 11.87km가 된다. 이 숫자는 무등산의 높이인 1,187m와 같은데 시내에서 원효사까지 가는 시내버스 번호가 1187번인 것을 감안하면 무등산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다.
부담 없는 황소걸음길, 무등산 옛길 1코스 완만한 평지길인 옛길 1구간은 오감을 열어 두고 가족과 함께 천천히 거니는 '황소걸음길'이다. 소에게 길을 물으며 우직한 폼으로 숲길에 접어들면 속세에서 선계로 들어선 듯 세상과 단절을 맛보게 된다. 이 길은 광주 양동시장과 대인시장으로 황소를 팔러 다닌 길이다.
무진고성에 올라 시원스런 광주시내의 풍경을 눈에 넣어도 좋고 성벽의 흔적을 어루만지며 삼국시대 격전지의 모습을 상상해도 좋다. 남북 길이 1,000m 동서 길이 500m, 둘레는 3,500m에 달하는 타원형 모양의 성이다. 옛길은 대로와 나란히 놓여 있다. 속도는 무의미한데 광주사투리로 싸목싸목(천천히) 오솔길에 마음을 내맡기면 된다.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거닐다보면 광주사람의 식수원인 수원지에 닿게 된다. 약속의 다리인 청암교를 건너면 철조망에 사랑약조의 흔적인 자물통이 매달려 있음을 보게 된다.
그 뒤로 김삿갓이 화순 적벽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고 하는 청풍쉼터가 나온다. 김삿갓은 '무등산이 높다 하되 소나무 아래 있고, 적벽강이 깊다 하되 모래 위에 흐른다'라는 명시를 남기며 무등산의 절경을 칭송하고 있다. 산바람, 물바람이 만나고 무등산의 푸른 바람까지 멈워 쉬게하는 곳에 청풍쉼터가 자리한다.
방랑시인이 걸었던 길은 완만하며 길섶에 서어나무 연리목까지 서있어 신기함을 더해 연인이나 부부는 나무를 배경삼아 기념사진 한 장 찍어봄직하다. 다시 숲길을 따라 사부작사부작 거닐면 제법 너른 주막터가 반긴다. 60년대까지 주막 한 채가 있어 길손의 갈증과 허기를 달래주었다고 하는데 초가 이엉을 얹은 정자와 널찍한 평상이 조성되어 잠시 발품을 쉬었다 가기 좋다.
주막터부터 배재까지 장보러 가는 길로 동심과 모성이 깃들여져 있다. 어머니가 달걀 꾸러미를 이고 장터에 가 쌀과 생선을 사고 고무신을 바꿔왔던 길이다.
숲길은 임란 때 팔도 의병대장인 충장공 김덕령을 기리는 사당인 충장사까지 닿는다. 광주 최고의 번화가인 충장로는 김덕령의 시호에서 따왔다. 위패와 영정을 모신 사당과 묘, 장군의 의복과 관을 보관한 유물관이 있다. 충장사에서 원효사까지는 '숲속의 길'로 숲속에서 자아를 찾으며 명상하며 걷는 길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비탈길을 따라가면 무등산 가슴팍에 살포시 안긴 원효사가 나온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무등산의 수려함에 감탄해 암자를 세우고 기도했던 곳으로 회암루에 서면 백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무등산을 볼 수 있다. 개산조당에는 원효대사의 진영진영이 모셔졌으며 제법 정교한 만수사 범종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보석처럼 빛나는 무등산 서석대, 옛길 2구간 옛길 2구간은 원효사에서 무등산 서석대까지 오르는 등산로로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어 '무아지경의 길'로 통한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에 마음을 내맡기면 그만이다. 20분쯤 걸었을까, 돌에서 철을 뽑았던 제철유적지가 반긴다. 바위에 '주검동'이라는 암각 글자가 새겨 있어 임란 때 김덕령 장군이 무기를 만들었던 장소임을 말해주고 있다. 천천히 숨 고르기를 하며 경사 길을 오르면 제법 폭이 넓은 옛길 물통거리가 나온다. 그 옛날 나무꾼들이 땔감이나 숯을 구워 나르던 산길로 60년대에는 무등산의 군인들이 보급품을 날랐던 길이다.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산죽길을 따라 오르면 널찍한 치마바위가 나온다. 옛길 37번은 보급품 종착지로 당시의 흔적인 쇠바퀴, 쇠파이프, 드럼통 등 40년 전 군부대의 흔적들을 모아두었다.
마지막 힘을 더해 계단을 오르면 하늘이 열리면서 무등산과 광주일대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중봉 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수천 평의 억새군락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가운데 S자 굽잇길이 근사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임도에서 서석대까지는 눈으로 다져진 돌계단길이다.
하늘은 코발트 빛을 띠고 있으며 나무는 밍크코트를 걸친 듯 상고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다.
무등산옛길의 하이라이트는 서석대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수직기둥은 수정병풍을 하고 있어 빛이 더해지면 보석처럼 빛난다. 서석대는 한반도 육지 땅에서는 가장 큰 주상절리대로 용암이 지표 부근에서 냉각되면서 물리적 풍화에 의해 형성된 중생대 백악기 화산활동의 산물이다. 서석대를 멋지게 감상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에서 눈꽃터널을 지나 200m 쯤 오르면 '11.87km 완주를 축하합니다.'라는 옛길 종점 푯말이 마지막 인사를 해준다. 광주시를 발아래 두고 뒤쪽에 내장산이, 남쪽으로는 월출산이 조망된다. 지도 한 장 펼쳐놓고 남도의 산하를 손가락으로 짚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100m 서석대 정상에 높이 150m 표지석이 서 있다. '광주의 기상이 이곳에서 발원되다.'라는 웅장한 글씨가 새겨져 있다.
장불재로 하산하면 기묘한 바위가 하늘 향해 서 있는 입석대를 마주하게 된다. 오각, 육각, 팔각형의 돌기둥이 줄줄이 열 지어 서 있는 모습이 마치 그리스의 신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석대, 규봉과 더불어 무등산 주상절리대를 형상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되어 있다.
남한최대의 주상절리대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입석의 풍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무등산 2구간은 길 보호를 위해 스틱 사용을 금하고 있고 올라가는 것만 허용하며 옛길로 내려가는 것은 막고 있다. 임도를 따라 무등산의 자태를 감상하며 하산해도 좋고 장불재를 거처 중머리재를 지나 증심사로 내려와도 괜찮다.
가사문학을 찾아, 무등산 옛길 3구간
옛길 3구간은 충장사를 시작으로 샘바위-풍암정-도요지-김덕령장군생가-호수생태원-환벽당-가사문학관까지 5.6km, 대략 2시간이 소요된다. 충효동도요지에는 백자가마터를 복원해놓았으며 분청사기, 백자, 찻잔 등 각종 도편이 전시되어 있다. 청자 말기부터 분청자기를 거쳐 백자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아이들 교육에 좋다. 호수생태원은 광주호 주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으로 자연관찰원, 수변생태관찰로, 야생초화원 등 자연생태학습장으로 꾸며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광주호 주변은 정철의 성산별곡, 사미인곡 등 수많은 가사 문학을 꽃피운 지역으로 환벽당을 중심으로 취가정, 소쇄원, 식영정, 독수정 등 운치있는 정자가 몰려 있다. 가사문학관은 조선중기 국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가사문학의 진수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전시관에는 송강정철의 친필을 비롯해 송순 임억령 등 조선 중기 선비들의 유물, 유품을 비롯해 현판, 교지와 족보 등 귀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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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 온 날에 멋진 눈꽃들의 향연을 감상하니, 더욱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무등산 옛길 1, 2, 3 코스를 가족들과 꼭 한번 가고 싶습니다.
오늘 같이 눈이 온 날 오르면 정말 환상적인 풍경일 것 같아요. 광주 무등산 새롭게 잘 보았습니다. 대장님 감사합니다. *^^*
멋진 길입니다 . 감솨~~~ㅎ
감사히 잘보고갑니다
96년도에 무등산 갔었는데..갑자기 옛 생각이 나네요^^*
또 보고있네요 대리 만족을 다하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산입니다.
저는 500번은 넘게 다녔습니다.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무등산 서리꽃
1년에 한번정도는 다녀온산
눈에 익은 풍경들이 정겹게 느껴지네요
광주사람인데도 무등산 정상에는 못올라가 보았답니다. 증심사까진 가 본 것 같은데...무등산 설경 멋있지만 눈이 왔을 때엔 자신없어 못가겠고 봄이 되면 옛길3구간이라도 가 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멋진곳을....
남편한테 신년 연휴에 가자고 했더니 뭐하러 그먼데까지 가느냔다.
올라가기 싫으니깐.....ㅠㅠ
가고싶다~~~~
저는 1월 15일에 걸어보려고 합니다..좋은 친구들하고요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