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바빌론>
1. <라라랜드>를 만든 감독의 2023년 신작 <바빌론>은 영화에 관한 영화이자,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매력을 집약한 영화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을 배경으로, 영화에 대한 진지한 열정과 광기에 가까운 집착 속에 뜨겁게 활동했음에도, 새로운 변화의 격류 속에서 몰락하고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 대한 진한 페이소스가 가득하다. 인간적 안타까움을 압도하는 강력한 시각적 효과와 사운드의 강렬함 그리고 이 모두를 총체적으로 폭발시키는 영화 그 자체의 힘이 이 영화의 진정한 장점이다. 대형 영화화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의 진수를 맘껏 재현하는 것이다.
2. 영화는 무성영화 시대의 최고 스타와 새롭게 영화계에 입문하여 성공한 여성과 남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술과 섹스 그리고 춤과 음악이 분출하는 향락적인 파티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와 함께 시작하는 영화는 두 젊은이의 영화 입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와 동시에 무성 영화 최고의 스타와 영화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시선이 병행한다. 영화는 도발적인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유흥과 쾌락에만 몰두한 듯 보였던 사람들의 영화에 관한 진지한 열정을 보여주는 반적의 모습을 통해, 모순되지만 영광스러웠던 그 시대의 영화에 관한 성취를 찬사한다.
3. 도발적인 모습과 섹시어필한 매력으로 무성영화의 새로운 샛별로 등장한 여성, 하지만 유성영화의 등장은 그녀의 거칠은 목소리와 맞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도태되었고 마약과 도박에 빠져버린다. 그녀를 사랑한 젊은 영화제작사 임원도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그녀와 함께 파멸로 이끌어진다. 영화의 전환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영화의 제작 방식도, 영화의 중심인물도, 시간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의 욕구와 기호를 변화시켰고 새로운 것의 도래를 앞당겼다. 과거의 것은 사라져야 할 시간이었다. 영화는 무성영화 최고 스타의 권총자살과 젊은 영화인들의 몰락을 통해 한 시대의 퇴장을 화려하면서도 슬프게 응시한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에서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영화의 모든 클라이막스를 빠르게 보여주면서 지금은 기억에도 희미한 무성영화 시대 영화인들이 보여주었던 매력적인 모습을 100년 가깝게 지난 현재의 우리에게 알려준다. 영화는 이렇게 과거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졌고, 위대해졌다는 점을.
4.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의 내용보다 그것을 전달하고 표현하는 방식의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전개이다. 영화는 원래 꿈과 환상을 전달하는 장르였다. 영화가 연극이나 문학과 차별되는 매력은 바로 이러한 감각을 총동원하여 보여줄 수 있는 환상과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계의 실현이다. 그것은 시각적 효과를 넘어서 강렬한 사운드의 배경과 함께 창출하는 신비한 세계 이상의 모습이다. 영화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최고의 향락과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인간의 폭력과 타락을 MTV 음악비디오의 호흡으로 격렬하게 전개한다. 우리의 인식 대신 우리의 정서와 감각을 자극시키며 영화의 세계로 몰입시키는 것이다. 최근의 만난 영화 중에서 최고의 영화적 기법이 동원된 영화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자 떠오르는 것은 영화의 기술적 영역이 아닌 기술이 만들어낸 인간의 포기할 수 없었던 열정에 대한 찬사이다. 비록 열정의 끝이 항상 행복한 삶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우리가 사랑한 것은 ‘열정’을 지녔던 사람들이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아바타 2>이상으로 영화적 장점과 매력이 잘 표출되었다고 생각한다.)
첫댓글 - "우리가 사랑한 것은 ‘열정’을 지녔던 사람들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