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닷새 앞두고 전국적으로 60-70곳 선거구가 1%안팎의 초박빙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각종 매스 미디어를 통하여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고 있다.
선거일자가 임박함에 따라 보수와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하여 세 대결을 할 태세를 갖추는 가운데 “스윙 보터(Swing Voter)”들의 향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스윙보터란 정치상황에 따라 후보선택을 달리하는 무당파 유권자들을 말한다.
정치권이 진보나 보수 진영의 집단극단화 논리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스윙보터들의 균형감 있는 영향력 행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일보 보도에 의하면 최근 세 번의 총선에서 당선자의 소속 정당이 바뀐 선거구는 전국적으로 무려 31곳에 달했으며 특히 수도권 스윙보터 선거구에서 이긴 정당이 16-18대 국회에서 제1당을 차지했다 한다. 서울의 스윙보터 선거구는 광진갑, 서대문갑, 마포갑, 마포을 그리고 구로갑 등 다섯 곳이다. 유권자들은 이곳에서 16대 한나라당, 17대 열린 우리당 그리고 18대 한나라당으로 번갈아 선택권을 행사 했다.
19대 총선에서도 이들 스윙보터 선거구에서 이긴 정당이 종전과 같이 제1당을 차지 할 것 인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은 상대방을 깎아 내리는 거짓소문을 퍼트리는 경향이 있다. “소문”(Rumor)의 저자 케스 R. 선스타인(Cass R. Sunstein) 교수는 거짓소문은 ‘사회적 폭포현상(Social Cascades)’과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의 영향을 받아 위력을 발휘한다고 주장 한다.
‘사회적 폭포현상’이 일어나면 일정 수의 사람이 갖고 있는 믿음과 관점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확산된다.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실제로 아는 정보를 근거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신뢰하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근거해서 판단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믿음은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음모이론은 폭포현상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확산된다.
‘집단 극단화’는 구성원들이 극단적인 경향을 가진 상태에서 확신에 찬 사람들이 집단을 지배하면 그 집단의 성향은 극단화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아주 미미한 수준의 정보를 습득한 후 그것으로 자신의 극단주의를 뒷받침하기 때문에 ‘절름발이 인식(Crippled Epistemology)’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면 9/11 테러가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믿는 사람들이나 CIA가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근거 없는 억측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선스타인 교수가 자신의 저서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 가(Going to Extremes)”에서 설명한 집단 극단화의 정치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나쁜 사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기간 중에 나타난 많은 실책은 집단 극단화를 저지 하지 않고 부추긴 유감스런 문화 때문이었다.
2)좋은 사례: 링컨 대통령은 임기동안 자신의 생각에 이의를 달 수 있는 입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이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테스트해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 나오도록 했다.
오는 12월 차기대선에 성공하는 정당의 대통령 당선자는 자신의 입장에 반대하는 건강한 라이벌 팀의 반대 목소리를 경청하여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극단주의의 오류를 국가 시책 이행 과정에서 교정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선스타인 교수에 의하면 정치 분야에 있어서 견제와 균형은 가장 생산적인 개념이다. 정치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경우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그 사람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거나 아주 어려운 전문적인 문제를 다루는 경우 그렇게 될 개연성이 높다. 지도자가 충성스러운 팀 플레이어를 원하는 경우에도 라이벌들의 견제와 균형 작용으로 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라의 통치뿐만 아니라 가정관리에 있어서도 견제와 균형은 유효한 수단이다. 예를 들면 권위적인 아버지가 정보의 폭포현상에 매몰 되여 위험한 사업에 투자를 감행 하려고 할 때 현명한 어머니의 적절한 개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무모한 아버지를 설득하여 투자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게 하고 구상하는 사업의 전망을 보다 면밀하고 새로운 안목으로 다시 확인하여 결과적으로 투자의 위험을 최소화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4.11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다양한 견제와 균형 감각이 어떤 형태로 표출 될지 궁금해진다. 유권자들은 현명하다. 투표장에서 심판은 오직 유권자들의 고유한 영역이다. 아무도 유권자들에게 특정정당을 위하여 천편일률적으로 심판을 강요하거나 어떤 형태로던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오도하는 언행을 후보자와 각 정당은 삼가야 한다.
투표결과 당선자는 한선거구에 오직 한 사람. 후보자들은 최선을 다한 후 정직한 패배에 실망하거나 부끄러워하지 말고 결과에 승복하고 다음기회를 기약하자. 원내 제1당이 된 정당도 자만하지 말고 전열을 정비하여 12월에 있을 대선에서도 집권세력으로 유권자들의 신임과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Henry Wadsworth Longfellow의 “인생찬가(A Psalm of Life)” 한 구절을 감상하기에 적합한 계절입니다.
Let us, then, be up and doing,
With a heart for any fate;
Still achieving, still pursuing,
Learn to labor and to wait.
그러니 우리 이제 일어나서 일하자
어떠한 운명도 이겨낼 용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성취하고 추구 하면서
일하며 기다리는 것을 배우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