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월)
여행을 시작한 후 벌써 세번째 아침. 오늘 아침은 일부러 10시까지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았다.
부지런한 재무님은 아침 일찍 멀리 아마사원까지 조깅 갔다가 아침(소 천엽 국수을 먹었다나? ㅎ)까지 먹고 왔다고 하고, 회장님도 (원래 일정에 있었던) 호텔 옆 기아 요새까지 산책을 다녀 온듯. 대원, 성대형은 수영장과 사우나에서 아침을, 화영씨 은영씨도 나름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낸 듯하다. 난 친구랑 간단한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한 잔. 인근 시장에서 갓 짠 오렌지 주스와 망고 몇 조각을 사들고 복귀. 약속한 10시 정각에 다들 로비로 모였다.
자, 이제 홍콩으로 가보자~
원래 계획대로라면 호텔 셔틀 버스를 타고 마카오 페리항까지, 그 곳에서 페리를 타고 홍콩 침사추이 페리항 도착. 그 후 1박을 할 Eaton 호텔까지는 걸어갈 생각이였다. 그런데... 10월 마카오-홍콩을 잇는 "강주아오 대교"가 개통되면서, 이 다리를 버스타고 건너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때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냐고...^^ 정보를 찾아보는데, 개통된 지 얼마 안된 시점인지라 이 노선을 이용해 본 후기가 거의 없다. 현지 버스 회사 홈피를 뒤져보니 버스 노선은 3개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저렴한 HZM버스(골드 버스라고 부른다) 타는 곳이 숙소랑 가장 가깝다. 1인당 수화물 크기 제한이 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나중에 보니 많이 완화되었다고 해서 이 버스로 결정. 호텔 로비에서 "홍콩가는 버스"를 탈려고 한다 했더니, 사진처럼 적어주고 택시 기사한테 보여주랜다.

각각 2대의 택시를 나눠타고 호텔에서 10여분. 마카오 앞바다 인공섬에 만들어진 강주아오 대교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무슨 버스 터미널이 공항만큼 크다.^^;; 내가 인터넷에서 본 정보가 맞다면, 이 곳에서 버스를 타고 총 연장 55km, 바다 위로 놓인 해상교와 해저터널을 지나면, 홍콩 란타오섬에 있는 홍콩 출입국 관리소 도착. 거기서 입국 심사를 하고 다시 홍콩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갈아 타면 된다.
강주아오 대교 마카오 버스 터미널

버스 터미널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데, 그 크기에 비해 아직 이용객들이 많지 않다. 버스 예약을 하지 않고 왔는데, 버스가 자주 있어서 굳이 예약까지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현장에서 버스표 구매. 다만, 현금은 마카오 달러만 받아서 카드로 1인당 65HK 결제 (마카오에서 줄곧 홍콩 달러만 사용해서 마카오 달러는 없었음^^;;) 했다. 이후 수속은 공항과 비슷. 수화물 검사, 출국 수속(홍콩과 마카오는 중국에 속해있지만 이동할 때 여전히 입출국 수속을 한다)하고 해당 게이트로 가서 버스 탑승. 다들 가방들이 작아서였는지 걱정했던 수화물 무게나 크기에 대한 제한은 없었다.

끝없이 바다위를 달리는 강주아오 대교

아직까지는 일반 차량의 통행이 제한되어 막힘없이 란타우 출입국 관리소에 도착한다. 하차후 입국 카드를 작성하고 입국 수속. 정문으로 나오면 홍콩 각지로 가는 버스들이 기다린다. 우린 침사추이로 가므로 A21버스 탑승. 운좋게 버스 2층에 자리가 있어, 홍콩 시내를 내려다보며 목적지인 Eaton 호텔에 도착.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낼 홍콩에 입성했다.^^
홍콩 시내로 가는 2층 버스 안에서

아침 10시 조금 넘어 마카오 호텔에서 출발했는데, 홍콩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1시 무렵. 페리를 탔을 때보다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 듯. 그래도 비용이 거의 반 값이고 배멀미 있는 사람들은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홍콩 여행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하루 정도 마카오를 다녀오는데, 앞으론 버스를 많이 이용할 듯 싶다. 암튼, 호텔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 가방만 맡겨 놓고... 밥 먹으러 갑시다~!!! ^^
전세계 모든 음식들이 다 모여 있다는 홍콩.
선택의 폭이 넓은 만큼, 한국 식당을 포함 여러가지 옵션들을 준비했는데 고객들(ㅎㅎ)의 특별한 요청이 없다. 해서, 마카오에서도 먹었지만 딤섬의 본고장 홍콩에 왔으니, 딤섬을 제대로 먹어보자.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식당들도 있지만, 현지인들만 가는 식당으로. 호텔 바로 맞은 편에 있고, 구글 평점이 괜찮은 聯邦金閣酒家.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입구를 찾는데 한참이 걸렸다.^^;;
물어물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인가로 올라가니, 엄청나게 큰 규모의 식당에 빈 자리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다행히 8인용 원탁이 있어 착석. 홍콩에서의 첫 끼를 시작한다. 이 집 주력 메뉴인 소, 돼지, 오리 바베큐 모듬 요리와 딤섬들을 눈치껏 시키고 로스트 치킨도 한 마리. 다들 맥주보다 도수가 있는 술을 원하기에 주류 메뉴를 보자 했는데, 찾고 있던 빠이주(白酒)가 없다. 중국 와인이 있다길래,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매니저가 날 주방까지 데려가더니 무려 금고(진짜 금고다 ^^;;)를 열고 술 한 병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찾던 술이 아닌 것 같아 패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그 많은 테이블 중에 술병이 놓인 테이블이 우리밖에 없다.^^ 홍콩인이 일본인보다 장수한다더니 술을 적게 마셔서 인듯.ㅋㅋ



거한 점심을 먹고 호텔로 복귀. 이제 본격적인 홍콩 관광이다.
흔히들 홍콩이라고 알려진 곳은 중국과 붙어 있는 구룡반도, 그 앞의 홍콩섬, 그리고 디즈니랜드가 있는 란타우섬 등이다. 오늘 일정은 숙소가 있는 구룡 반도에서 홍콩섬의 빅토리아 피크까지 다녀 오는 것. 홍콩섬만 해도 오션파크, 스텐리베이 등,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는 것이 어림도 없기 때문에 가장 핵심만 보고 오기로 했다.
수많은 간판이 뒤덮고 있는, 가장 홍콩스러운 거리 나단 로드(Nathan Road)를 거슬러 구룡 공원을 지나, 홍콩섬으로 가는 스타페리 터미널까지. 여름철이였으면 땀으로 푹 젖었을 거리지만, 12월이라 걸어다니기 딱 좋다. 스타 페리를 타기 위한 장난감 같은 플라스틱 토큰까지... 이 거리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는 듯 하다.
홍콩섬으로, 스타 페리 안에서~

홍콩섬 페리 터미널에서 내리면 IFC 쇼핑몰과 연결이 된다. 홍콩하면 쇼핑의 도시이니, 대표적인 쇼핑몰 한 곳 정도는 들러보기로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쇼핑몰 안에 시티 슈퍼라고 세계 다양한 식재료들을 파는 곳이 있는데, 몇 가지 살 게 좀 있었다. 문제는 이 곳이 너무 넓다는 점. 다들 어제 하프, 풀 이후로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계속 걸어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해서 일단 자유 시간을 1시간 정도 갖고, 원래 계획이였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소호(Soho) 지역 관광은 취소. 택시를 타고 바로 빅토리아 피크로 향한다.
빅토리아 피크 (Victoria Peak).
홍콩섬 용호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 홍콩섬의 빽빽한 빌딩숲과 마주보고 있는 구룡 반도의 야경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관광 포인트이다. 주로 센트럴 역 근처에서 트램을 타고 오르는데, 워낙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정상까지 간다. 4명이 타도 택시 요금은 똑같으니 오히려 트램보다 저렴한 편. 탁월한 선택이였다. 택시에서 내려 입장권을 끊고 전망대로 올라가니, 딱 어둠이 내리고 날씨까지 맑아 지금까지 봤던 야경 중 가장 멋진 뷰를 보여준다.
흔한 홍콩 야경. 핸드폰으로 대충 찍어도 그림같다.

빅토리아 피크 (친절한 중국 청년이 앞에서 조명을 비춰주니 얼굴까지 잘 나왔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출구를 찾다가 지하에 있는 마담 투소(밀랍 인형 박물관)까지 내려왔다.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하고 시간도 어중간해서 재무님만 사진 한 컷. 택시를 타기 위해 다시 정류장으로.
니콜 키드만과 탐 크ㄹ... 아니 재무님.^^

내려올땐 그래도 경험이니 트램을 타 볼까 했는데, 사람 줄이 끝이 보이질 않는다. 트램은 원래 사람이 많을 줄 알았고, 버스나 택시도 오래 걸린다고 해서, 원래 계획은 "용감하게도" 센트럴 역까지 걸어가는 거였다. ㅎㅎ 구글맵으로 재 보니 대략 3km. 더구나 내리막길이니 30분이면 충분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상황을 보니 도저히 걸어가자는 말이 안나온다.^^;; 다행히 택시 줄이 금방 줄어, 택시 2대에 나누어 타고 센트럴 역까지. 센트럴 역에서 이번엔 지하철을 타고 바다를 건너 침사추이역에서 내리니 시간은 밤 7시 45분. 세계 3대 야경(믿거나 말거나^^)중 하나라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 레이저쇼가 시작되는 8시에 딱 맞춰 왔다.
핸드폰으로 대충 찍은 흔한 홍콩 야경 2.

스타의 거리에서 바라본 홍콩섬의 야경은 맑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더없이 화려했으나, 다들 빨리 밥먹으러 가자는 분위기. ㅎㅎ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저녁을 예약해 둔 新斗記(Xin Dau Ji) 식당까지는 대략 1.5km. 택시 잡기도, 버스 타기도 정말 애매한 거리라 걸어가기로. 다들 이번 여행 중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니였을까 싶다.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은 애저요리(새끼 돼지 통구이)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적이 있는) 나름 유명한 식당. 그래서 인지 어느 정도 영어가 통하는 매니저가 테이블로 안내한다. 점심을 먹었던 식당보다 조금 더 고급진... 가족들보다는 비지니스 접대나 연인들을 위한 분위기이다. 그래서인지 술도 주로 와인을 많이 마시는 듯. 그래서 일까? 맥주를 시켰는데, 막걸리잔에 따라준다. ㅋㅋ
정말 맥주잔이 없었을까? 지금도 의문이다.ㅋㅋ

먼저 이 집 스페셜인 애저와 거위 요리 반마리씩. 그리고 대원성이 정말 좋아했던 볶음면.


닭요리와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었던 가지 XO 소스 볶음.


마지막 날 저녁인데다 예산도 조금 여유가 있어서, 와인도 한 병 시키고 음식들도 여러개를 시켜봤다. 식당 수족관에 뛰어 놀던 가루파(다금바리류 생선) 한마리를 잡고 싶었는데, 싯가로 거의 30만원 넘어가서 포기.^^;; 대신 좀 더 다양한 음식들과 가져간 소주(이 식당도 백주가 없어서)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만찬을 즐겁게 마무리 한 후 호텔로 복귀. 2차 가야지??!!!
2차는 호텔 앞, 유명한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
술 마시러 왔으므로 쇼핑은 눈으로만. 각종 해산물과 소맥으로 홍콩의 마지막 밤을~ ^^

그렇게 그렇게 아쉬웠던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은 느지막히 일어나 호텔 부페로 아침 식사후, 구룡역에서 출발하는 AEL(홍콩 공항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고 공항으로. 오후 1시 55분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6시 반경 도착. 공항 지하에서 "세상에서 젤 맛있는" 김치찌개에 소주 1병씩을 하고 8시 10분 목포행 리무진 버스 탑승. 목포에 밤 12시 도착. 짧고도 긴 마카오 마라톤 여행을 마쳤다. ^^
아무런 사고 없이, 제 맘대로 정한 일정들을 너무 잘 따라주신 덕분에 거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던, 정말 오랜 추억으로 남을만한 여행이였습니다.
함께 해주신 목포 마라톤 클럽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래서, 내년엔 대만~?ㅋ
첫댓글 좋은사람들과 함께한 행복한 마라톤 여행이였습니다 후기를 너무나도 잘 쓰셔서 읽는 재미가 현지에 있는듯하네요 내년 대만도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