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 의 동심원-
-- 저녁 범종소리 --
울리다, 적시다,덮어주다,쓰다듬다,재우다 같은
동사를 앞세우며 간다.
낮다,길다,무겁다,느리다,너그럽다 같은
형용사들이 뒤따라 간다.
희,노,애,락,애,오,욕으로 소용돌이 치는
명사들도 끌어안고 간다
지이잉 -징 기일게 울다가
터어엉 -텅 속을 비우며 운다.
저 소리 속에는
묵묵히 쟁기를 끄는 소가 있고
못난 자식의 가슴을 쓸어주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 있고
차안과 피안의 경계를 지우는 평등한 강물이 있고
온갖 번뇌를 잠재우는 고요의 이부자리가 있고
무엇보다 모든 것을 껴안는 넉넉한 품이 있다.
오늘도 만물의 귀소를 알리며
고단한 영혼들을 불러들이는 낮고 부드러운 음성 하나
긴 꼬리를 늘어뜨리며 저녁 들판을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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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4 .19 <2011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詩> 에서
작가 김선태는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낮고, 느리고,부드럽고 깊은 음성을 찾습니다.
만물의 근원을 일깨우는 소리를 찾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4.19학생의거의 날이 군요.
묵념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