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너도나도
'세종'이라는 말을 사용해 고유한 전통가치까지 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사진은 조치원복숭아축제 앞에 '세종'을 덧댄 축제
팜플릿> | 요즘 세종시에 ‘세종’이란 말이 너무 많다. 새로운 용어이긴 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런데 너도나도 입도선매(立稻先賣)에 혈안이 되어 있다. 아무리 세종이 좋다고 해도 도(道)를 넘어 고유한 가치까지 훼손시킨다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세종시 행복도시 주변 면지역에 소재한 지역농협이 전통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남,동,서 세종농협으로 갈아탔다. 금남이니 동면이니 하는
역사성과 함께 정취가 풍기는 정겨운 이름을 너무 쉽게 포기한 게 아쉽다. 그렇더라도 덜 시골스럽고 세련된 맛이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전통을 지켜야 할 곳까지 ‘세종’으로 문패를 바꿔단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굳이 조치원이나 연기라는 말을 버리지 않아도 될
곳까지 그렇다면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제일 아쉬운 게 얼마 전 열렸던 조치원 복숭아 축제다. 복숭아는 이미 조치원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굳이 그 앞에다 ‘세종’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였다. 정식명칭이 ‘세종 조치원복숭아 축제’였다.
누가 봐도 웃을 일이다. 지역조합이 세종으로 바꿨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개량 한복이 한복의 멋을 살리면서 불편하지 않게 만들었다면
조치원에다 세종을 덧댄 ‘세종 조치원복숭아축제’는 해괴망측하다. 얼마나 ‘세종’자를 달고 싶었으면 그랬냐 싶어 한편으로는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한다.
이걸 보고 옛 고사가 생각났다. ‘동시효빈’(東施效嚬)의 고사다. 동중국 최고미인 서시(西施)가 복통으로 얼굴을 찡그리자 많은 여인들이
무조건 따라했다는 얘기다. 여인의 아름다움은 각자 개성을 살리면서 그걸 극대화할 때 드러난다. 요컨대 본(本)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장점을 따와야 한다는 말이다. 아름다움은 고유한 가치, 즉 본(本)을 지킬 때 살아나고 남들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 있다. 조치원 전통시장이 세종전통시장으로 명패를 바꿔 단 것이다. 얼마 전 중앙부처에 근무하는 공직자를 만났더니 먼저 그 얘기를
꺼냈다. “이곳까지 조치원을 세종으로 굳이 바꿀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전통시장은 말 그대로 전통을 강조하는 게
본(本)인데 그걸 버린 셈이다.
이제 머지않아 옛 연기군민보다 행복도시민이 더 많아진다. 원도심인 조치원읍을 포함한 읍면지역과 신도시지역 간에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읍면지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고유한 가치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 가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몰라도 지명을 쉽게
버리지 않는 것이다. 고유한 지명이 생명력을 가져오고 그게 경쟁력이 된다.
|
|
|
김중규
대표기자 |
이미 조치원고가 세종고로 넘어가고 여고, 또한 세종여고로 개명했다. 고려대,홍익대가 서창, 조치원에서 세종캠퍼스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조치원역을 세종 역으로 문패를 바꿔야 한다는 지역여론도 만만찮다.
너도 나도 ‘세종’으로 돌아설 때 ‘조치원’과 ‘연기’를 지키고 살리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조치원이, 읍면지역이 세종시의 한
변방으로만 존재할 때 과연 경쟁력이 있겠는가. 또, 조치원은 없고 세종시만 있다면 누가 원도심을 활성화시키겠는가. 읍면은 나름대로 촌스러울 때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시효빈(’東施效嚬)이 되고 ‘한단지보’(邯鄲之步)가 된다. 이름 그까짓 것 하지 말고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