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한 감성으로 넘쳐납니다.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선'과 '악'의 갈등이 조금씩은 내재되어 있지만 - 꼭 '선'과 '악'이 아니더라도 [붉은 돼지]에 나오는 미국인 파일럿처럼 주인공과 대립하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곤 합니다... - 다른 영화나 만화처럼 '절대 악'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은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다소 제 취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 '일본 귀신'들이 떼거리로 등장하는 내용이라서 제 정서에는 좀 맞지가 않았습니다... - 약간의 실망감을 맛보았지만, 이번 작품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오랜만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천공의 성 라퓨타], 그리고 [마녀 배달부 키키]와 [붉은 돼지]처럼 [일본]이라는 나라가 등장하지 않고 '마법'이 난무하는 '동화풍'의 스토리가 등장하기 때문에 제 취향에 딱 들어맞는 내용 이어서 이 작품에 거는 기대는 상당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법으로 '소녀'에서 '할머니'로 변해버린 주인공과 '마법사'와의 사랑이야기라는 소재 또한 그동안의 작품에서는 보지 못한... 상당히 참신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여러모로 저에게 많은 기대감을 주었고 '크리스마스'보다도 이 만화영화의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요?
이 작품은 분명 잘 만들었고, 상당히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기대했던 '감동'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나 [원령공주]를 봤을 때의 그 커다란 감동을 기억하고 있는 저로서는 마지막 결말이 다소 '쌩뚱맞게' 보일 정도였으며, 결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전쟁이 다소 황당하면서도 밋밋하게 마무리되며 해피엔드로 끝나는 장면에서는 당황스러울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줄거리도 없고, 황당한 결말로 끝나는 그런 만화영화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동안의 <미야자키 하야오>표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강도높은 '사랑이야기'가 등장하며, 언제나 그렇듯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 그리고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화면과 또 그에 걸맞은 <히사이시 조>의 서정적인 음악과 박진감 넘치는 '비행(飛行) 액션'은 이 작품이 결코 '범작'은 아니라는 것을 잘 말해줍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 작품이 <미야자키 하야오> 라는 애니메이션의 '거장(巨匠)'이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사소한 점들에도 실망감을 크게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앞서 언급했던 마지막 결말부분은 극장에서 볼 때에는 '실소(失笑)'를 터뜨리게 만드는 그런 장면들이었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기존의 동화에서 흔히 나오는 '왕자'와 행복하게 잘 먹고 잘살았다는 결말이 아니라 자기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소피>라는 소녀의 이야기는 분명히 전혀 다른 내용의 이야기이며, 특히 소심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 - 요즘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던데... 아마도 이런 성격이라면 혈액형이 'B형'일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 - <하울>은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인생관을 대변하는 듯한 <소피>의 대사들은 곱씹어 볼수록 상당히 감칠맛이 나는 그런 대사였으며 '예순'을 넘어버린 할아버지 감독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듯한 격조 있고 여유로운 화면전개는 이 작품을 보는 동안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그런 요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원령공주]에서 보여준 마지막 클라이맥스의 긴박감과 긴장감, 그리고 극적인 결말과 커다란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맥빠지고 아쉬운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의 큰 단점이 될 듯합니다.
역시 '거장'이라는 칭호를 받는다는 것은 피곤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런 '수작(秀作)'에도 사람들이 만족하지 못하니까 말이죠.... ^^
그런데 이 작품을 보는 동안 내내 제 머릿속에서 맴도는 의문점이 있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왜 <하울>을 발음하지 못하고 계속 <하우르>라고 발음하는 걸까요?
그들의 구강구조가 심히 궁금합니다...^^
첫댓글 그게 일본사람들의 특권이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