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룡소(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
2008-09-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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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최상류에 파묻힌 화수분 같은 샘
백두대간 금대봉 기슭 오지에 파묻혀서인지 검룡소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다. 태백과 강릉을 잇는 35번 국도를 벗어나 창죽교를 건너면 시냇물 따라 찻길이 이어진다.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은 가재 잡고 놀던 옛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가는 도중, 안창죽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고 농사짓는 촌로와 아낙네를 간간이 만날 뿐, 사방은 자연에 포위되어 있다. 산새와 바람 소리 외에는 들리는 것 없는 고요한 풍경. 적막을 깨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왠지 송구스럽다. 그렇게 5.6㎞ 남짓 달리면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자연에 대한 송구스러운 마음을 접어도 될 때다. 10분 남짓만에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 시냇물을 건너 10분쯤 더 걸으면 검룡정이라는 정자에 이르고 비스듬히 경사진 바위를 더듬어 오르면 이내 ‘한강의 발원지’라는 검룡소가 반긴다. 발원지는 물줄기의 근본이 되는 샘이라는 뜻이다. 강은 여러 하천이 모여 이루어지고, 하천은 수많은 계곡 물을 받아들인다. 계곡마다 발원지가 따로 있겠지만 강의 발원지라고 하면 가장 먼 데서 흘러온 계곡의 샘을 일컫는다. 예전에는 오대산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86년 국립지리원의 조사 결과, 금대봉 검룡소가 오대산 우통수보다 32㎞쯤 더 먼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검룡소는 514.4㎞에 이르는 한강의 발원지라는 영예를 안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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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천 톤 가량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올라
검룡소는 바닥의 조약돌들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샘이다. 하루 2천 톤 가량의 지하수가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오르고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는 신비의 샘이다. 수온이 사철 섭씨 9도 안팎에 머무는 데다 사방이 온통 짙은 숲 그늘이어서 한여름에도 으스스 한기가 느껴진다. 검룡소에는 서해의 이무기가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도를 닦고 용이 되어 승천하려 했다는 전설이 있다. 그때 이무기가 물 마시러 온 소들을 잡아먹자 마을 사람들이 못을 메워버렸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곳이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지자 1986년 태백문화원이 메워진 못을 복원했고 1989년에는 태백시가 육각 정자인 검룡정을 세웠다. 검룡소 아래로는 깊이 1~1.5미터, 너비 1~2미터로 파인 암반을 20여 미터나 흐르는 와폭이 있다. 이는 이무기가 검룡소로 들어가려고 몸부림친 자국이란다. 1993년 ‘한강 살리기 시민운동연합’과 ‘녹색신문사’가 발표한 ‘한강 대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검룡소 상류 1.5㎞ 지점(해발 1,340m)의 제당궁(제당굼)샘이 진짜 한강의 발원지라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검룡소는 ‘상징적 의미의 한강 발원지’로 격이 다소 낮아진 셈이지만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한강의 발원지라는 영예를 안고 있다. 검룡소의 물은 골지천-임계천-조양강-동강-남한강을 거친 다음 양평 양수리(두물머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한강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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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매봉산 고랭지 채소밭
금대봉에서 백두대간을 타고 동쪽으로 시오리 가면 매봉산이 솟아 있다. 이 산은 금대봉과 달리 신비의 샘 대신 초록빛 평원을 품었다.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것이다. 1965년 화전민 정착 사업으로 나무를 베어내고 개간한 농토가 매봉산 북쪽 경사지를 뒤덮고 있다. 넓이는 자그마치 40만 평. 국내 최대 규모와 최고 높이(1,250m)를 자랑하는 매봉산 고랭지 채소밭이다. 처음에는 콩이나 옥수수를 심었으나 수입이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69년 어느 농부가 식구들 먹으려고 밭 한쪽에 배추를 조금 심었는데 맛이 기막히게 좋았다. 순식간에 이 소문이 퍼지자 시름에 젖었던 이곳 농부들은 앞 다투어 배추를 심어 팔기 시작했다. 고랭지 배추가 맛있는 까닭은 일교차가 크고 배수가 잘되기 때문이다. 이곳은 워낙 높은 고지대여서 겨울이 일찍 찾아와 김장용 배추는 경작할 수 없다. 매봉산 고랭지 채소밭의 입구인 피재는 백두대간이 낙동정맥이라는 가지를 치는 해발 920미터의 고개다. 이에 따라 피재는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세 물줄기가 갈라지는 수계(水界) 구실을 함으로써 삼수령(三水嶺)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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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50번)고속도로-만종 분기점-중앙(55번)고속도로-제천 나들목-제천시 우회도로-38번 국도-영월 우회도로-38번 국도-사북-고한-두문동재 터널을 거친다. 태백시 화전 4거리에서 38번 국도와 작별하고 강릉 방면 35번 국도로 북상하면 매봉산 고랭지 채소밭 입구인 피재를 넘어 검룡소 입구인 창죽교 앞에 이른다. 피재에서 창죽교는 약 3.9㎞의 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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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 대구, 부산, 강릉 등지에서 직행버스를 타거나 태백선 열차를 이용해 태백시로 온다. 태백 터미널에서 안창죽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아침, 저녁으로 하루 2회밖에 다니지 않아 불편하다. 시내버스 시간이 맞지 않을 경우 하장 방면 버스를 타고 창죽교에서 내린 다음 1시간 30분 남짓 걷거나 택시를 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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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 상장동의 태백너와집(☎033-553-9922, 4669)은 철암 백산동 너와집을 해체, 이전한 것으로 쟁기, 맷돌, 호롱불, 화로, 고콜 등도 원형대로 옮겨 놓았다. 25~30가지 진수성찬이 따르는 너와정식을 비롯해 다양한 전통 음식과 적송관솔주 등 토속주가 일품이다. 또한 태백에는 값싸고 푸짐한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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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죽 마을에는 마땅한 숙박업소가 없고 인근 가덕산 고지대 전지훈련장 입구에 하늘연못펜션(☎033-553-3457)이 있다. 태백 시내에는 메르디앙호텔(☎033-553-1266), 이스턴호텔(☎033-554-0001)을 비롯해 숙박업소가 매우 많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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