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좋은 초 여름밤. 캄캄해진 시골 길을 걷노라면 '졸졸졸' 물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여기저기서 메아리쳐 들리는 개구리 소리가 '쿵쿵' 가슴을 두드린다.
유난히 산이 많아 밤도 깊던가! 무주에서 느끼는 한 밤의 정취는 오랜 여운을 남긴다. 환경 1번지다운 자연의 소리들과 더불어 생명의 빛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주에는 천연기념물 제322호 '무주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가 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서식지들은 무주읍 가옥리 가림마을과 설천면 장덕리 수한마을, 무풍면 금평리 올림픽 숲 등 3곳으로, 1982년 지정 당시에는 설천면 청량리 앞 남대천 신계 취입보를 기점으로 설천면 소천리 평지마을에서 동북쪽으로 구부러진 대불천 중간 지점인 나림마을 앞 개울가까지였다.
그러나 반딧불이 서식 여건의 변화로 그 서식 밀도가 낮아짐에 따라 해당 기관과 학계에서 수년간의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 지정구역이 해제됐고 2002년에 현재의 지역으로 변경됐다.
명칭도 '무주 설천면 일원의 반딧불과 그 먹이(다슬기) 서식지'였다가 '무주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로 바꿨다.
예전 보호구역이었던 설천면 청량리 일원에는 현재 반디랜드가 조성돼 자연생태 학습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반딧불이연구소에서는 반딧불이의 생태와 개체수 증식, 그리고 서식지 확대 등에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깨끗한 환경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반딧불이는 보호지역 외에도 무주읍 용포리 잠두마을과 가옥리 갈골, 반디마실길, 적상면 괴목리 하조마을과 내도리 내동마을 등에서 주로 출현하고 있다.
특히 잠두마을과 갈골, 반디마실길(무주읍 잠두~부남면 굴암리 간) 등은 해마다 6월 반딧불축제(운문산·애반딧불이)의 신비탐사를 비롯해 8월의 늦반딧불이 탐사지가 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별빛, 달빛 벗 삼아 자연으로 떠나는 반딧불이 신비탐사는 해마다 인기. 촘촘히 박힌 별빛, 환하게 길잡이가 돼주는 달빛을 친구삼아 걷다가 만나는 반딧불의 감동은 이루 말로 다 형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제17회 무주반딧불축제에서도 1만 5000여 명이 반딧불이 신비탐사 지역을 찾아 초여름 밤 자연이 발하는 생명의 빛에 탄성을 질렀다.
무주군에서는 반딧불이 서식지 보존을 위해 반딧불이 다발생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좌담회를 개최하고 친환경농업실천(유기질 비료, 부직포 등 친환경 농자재 지원)을 유도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반딧불이
반딧불이는 흔히 반디, 반딧불, 개똥벌레 등으로 불려 지기도 하는데 이는 각 지역에서 쓰고 있는 방언이며 정확한 명명 표기는 '반딧불이'가 맞다. '반딧불'은 반딧불이가 내는 불빛을 뜻한다.
반딧불이가 내는 빛은 반딧불이의 배에 있는 발광세포에서 나오는데 루시페린과 루시페라제라는 성분이 산소와 작용하여 발생하는 일종의 산화에너지다. 98%가 빛 에너지이며 발광색은 황색 또는 황록색이고 그 파장은 500~60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