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개요
- 산행코스 : 오십치-삼면봉-서재-세재재-송평항
- 산행거리 : 전체 22km (실제 지맥거리 18.5km, 접속 0.7km/하산 2km, 이탈 0.8km)
- 산행일시 : 2025년 3월 19일(수) 09:00~17:53 (8시간 53분)
- 소요비용 : 23,400원 / (시외버스) 17,400원, (시내버스) 5,000원
★ 흔적들
8시 38분경 해남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하고 보니 8시 40분에 출발하는 해창리행 군내버스가 대기 중이다. 버스에 올라 해창리 버스 정류장에 이르기 전 버스기사에게 하차해 줄 것을 부탁하자 안 된다고 하면서도 차를 멈춰줬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하차와 동시에 오십치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09:00). 이틀 전 버스를 타지 않고 괜히 택시를 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십치 들머리인 해남화산로에는 터미널에서 20분밖에 소요되지 않기 때문에 버스를 타도 충분히 목포행 막차를 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네이버 교통정보에 나온 소요시간(32분)과는 차이가 많이 났다.
오도치 가는 길은 뚜렷하게 나 있지만 삼거리에서 무덤으로 가는 길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왼쪽 무덤으로 가는 길에는 신경수 님의 시그널이 달려있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오른쪽 사면을 따라 700미터 떨어진 오십치에서 귤하나를 먹으며 산행준비를 한다(09:13).
지맥 답사를 시작하자마자 오늘도 여지없이 청미래 덩굴과 잡목들이 훼방꾼이 되어 나타났다. 이번 구간에는 특히 나무 위에 쌓인 솔잎이 잡목을 헤치며 나갈 때마다 머리 위로 후드득 떨어져 바늘처럼 온몸을 쿡쿡 찔러댔다. 빨리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그럴수록 진행속도는 기어 다니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처음으로 만나는 삼면봉(171.7m)은 산패가 보이질 않는다(10:09). 무영객님이 시그널에 171.7m를 표기해서 알았지, 그냥 지나칠 뻔했다.
사람이 거주 않는 듯한 민가를 우회하여 그 입구로 내려서자 13번 국도와 77번 국도를 연결하는 장고개에 안착했다(10:26). 장고개는 해남군 화산면과 현산면을 잇고 있다. 길 건너 잡목을 헤치며 무명봉에 이르자 벌목지가 펼쳐졌다. 그 경계를 따라 올라서야 했다. 그 정점에 158.9봉이 위치해 있다(10:58). 내려서는 길은 거칠어도 다 내려서자 포장도로인 구시임도 삼거리에 이르렀다(11:07). 계속 포장임도를 따라 진행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500미터 정도 진행하자 안타깝게도 다시 숲길로 들어가야 했다. 급경사 숲길을 오르자 무인산불감시탑이 세워져 있는 선은지맥 주봉인 선은산(281.7m)을 터치다운할 수 있었다(11:27). 탑 뒤쪽에 평평한 바위가 있어 그곳에 밥상을 차렸다. 주변 산군이 한눈에 들어오고 것 날씨도 온화했다. 아쉬운 것은 전날 막걸리를 사뒀는데 그냥 냉장고에 둔 채 그대로 나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막걸리 한 사발이 들어가면 기분마저 좋아질 텐데...
내려서는 길도 만만하지 않았다. 잡목 속에 갇혔다가 빠져나오느라 트랙을 볼 여력이 없었다. 막연히 진행했다가 막상 무명봉에 올라간 후에야 엉뚱한 곳에 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되돌아서서 우회하여 178.8봉을 거쳐(13:02) 서재로 내려선 후 167.5봉을 넘어섰다(13:56). 송산리 감낭골길인 세재재에 내려서자 길 건너 민가의 개 한 마리가 끊임없이 짖어댔다. 민가와 떨어져 밭을 가로 질러 올라가 봤지만 올라갈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막연히 숲으로 들어갔다간 온몸이 엉망진창 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가능한 사람흔적을 찾아 잡목을 헤치며 올라가자 어렵사리 147봉에 다다른다(14:29).
다시 밭에서 왼쪽으로 우회한 후 가능한 마루금에 붙어서 이동한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엉뚱한 길로 빠져들었다. 아마 선은지맥 중 가장 험난한 구간이 아닌가 싶다. 길을 찾기 위해 들어서면 솔잎이 온몸에 쏟아지고 가시덤불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125.4봉은 건너뛰게 되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잠깐 길은 좋아지지만 당산정이란 정자가 있는 무명봉에서 다시 숲길로 들어가야 했다. 다행히 금세 숲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농로를 따라 나오면서 77번 국도에 이르렀다. 도로를 건너 이어지는 123.1봉은 건너뛰기로 했다. 자전거전용 도로를 2km 정도 왼쪽 마루금을 보면서 진행한 다음 98봉 들머리에서 마루금을 따라가기로 했다. 마루금에 복귀한 후에는 잠시 시멘트 포장 농로를 걷다가 숲길로 올라가자 98봉으로 이어졌다(16:47). 해안도로에 내려선 후에도 2분 정도 도로를 따르다 숲길로 들어섰지만 이내 밭으로 연결이 되었다. 라메르해남 펜션 가는 길로 올라서자 이번 구간 마지막 봉우리인 66.5봉에 안착했다(17:32).
시그널이 무더기로 달려있는 곳으로 내려섰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송평항으로 이어지며 선은지맥은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17:53). 항상 이 시간이면 어떻게 귀가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일단 큰길로 나가서 트럭을 얻어타든 버스를 타야 했다. 2km를 달려 큰 길에 이르자 마침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손을 들자 운전자가 정류장이 아니라 원래는 안 된다고 하면서 태워준다. 오늘은 갈 때도 올 때도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승하차했다. 그 정도 편의는 봐줘야 시골인심이지. 이번에도 역시 여유 있게 터미널에 도착함으로써 목포로 귀가하는 데는 아무 문제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