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국문화의 집'에서 마련한 '한국 전통
문화의 뿌리를 찾아서-종택 체험'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꼭 한 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해 왔던 '안동 · 경주 권역'의 종택 문화, 불국사 문화재,
양동마을 전통 한옥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긴 겨울 가뭄을 해소시키는 '풍류비(내가 지은 봄비 애칭)'가
연 이틀째 아치랑 대며 내리는 이른 아침에 서울을 빠져 나가는
기분은 삼삼했다.
원주 주변을 지날 땐 '풍류비'는 '국악거리 눈(내가 지은 겨울
눈 애칭)'이 돼 한 폭의 한국화를 그려내고 있었다. 속뜰이
그윽해져 갔다.
유유(幽幽)한 마음을 안고 채만식의 소설 '탁류'며, 캘럭시 탭에
탑재된 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백 석 등의 대표 시를 읽다 보니
안동 독립기념관에 버스는 도착했다.
기념관엔 일제 강점기 조국 광복을 위해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신 안동출신 애국지사들의 높은 기개와 정신, 발자취들을
일목요연하게 전시해 놓아, 보는 이들이 국가관과 애향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음 여정은 전주 류씨 종택 체험이었는 데, 정재 종택과 수애당에서
종부와의 만남을 갖고 종가집 음식 맛을 보는 특별한 멍석자리 판
이었다.
수애당 종부께서 앞치마를 두른 채 뜨락에 서서 우리들에게 소박한
웃음을 지으며 종부의 삶을 별스럽지 않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수천년을 이어 내려온 울울창창한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정갈하고 푸짐하게 차린 점심상에서 따뜻한 사람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화회마을엔 봄이 와 있었다. 요즘 배우고 있는 진도 아리랑을 흥얼대며
마을 고샅을 덤스렁 덤스렁 걷다 보니 초가로 된 울타리 밑에 홍매가
다북다북 피어나고 있었다. 그 옆에 노오란 산수유가 봄 바람에 하늘대고.
즉흥으로 진도 아리랑 가사를 지었다. 그리곤 서편제 주인공 처럼 세마치
장단치며 '하회 마을엔 매화꽃 피고, 답사객 마음마다 사랑꽃 피었네.',
'산수유 만송이 봄바람에 춤추고, 답사객 걸음 걸음 한량무가 되었네.'를
불러제껴 보았다.
안압지 그 곳에 신비스런 아름다움이 있었다. 바람은 세차고 추웠지만
깨끗하게 까만 밤하늘엔 백열등 같은 별들이 뽀얀 자태로 깜박이고 있었고, 땅엔 신사임당과 허난설헌 DNA가 반반 섞인 중년 여인의 까만 눈 같은 연못이 세상사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었다. 상품상생을 보는 것 같았다.
여행 이튼날은 불국사와 양동마을을 답사했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났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또는 이런 저런 사연으로 불국사를 방문
했지만 인증사진만 찍고 휑하니 떠났다. 문화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행전 관련 서적을 통해 기초지식을 익힌데다, 전문가의
현장 강의로 불국사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선조들의 위대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며 사무치는 감사의 맘을 공양했다.
양동마을에선 켜켜히 쌓여온 역사 향기를 맡았다. 봄 햇살을 받으며 웅장하게 또는 다소곳하게 어깨와 이마를 마주대고 앉아있는 고택들이 벌떡 일어나 역사의 대문을 박차고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관가정(觀稼亭) 너머 안강읍내
아파트 군락들이 꾀죄죄한 모습으로 오종종하게 서있었다.
핸드폰에서 뱃노래 전화음이 울렸다. 054-779-6173 번호가 찍혀 있었다.
"경주시 청소년 수련원 담당계장입니다. 지적해 주신 내용 잘 받들어 다시는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경주를 사랑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대한민국 역사관광 1번지 '안동·경주권역' 전통문화 답사는 코우스측의 치밀한 계획과 매끄러운 진행으로, 경주시의 겸허한 반성의 목소리로 아름답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더질 더질 돌돌.
첫댓글 전통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안동, 경주 여행을 알차게 하고 오신 것 같군요.
그저 눈으로 건성 보기만 하는 여행보다는 구석 구석 선조들의 숨결을
느끼는 여행이라야 우리들 정신이 풍요로워 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행의 완성은 그 역사의 현장에서 잠자고 옛사람들의
식단대로 음식을 맛보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해 봅니다.
오대산님의 알뜰한 여행기에선 그 맛과 흥까지 느껴져 이 보라돌이가 꼭
그 현장에 함께 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답니다.
좋은 여행담 덕분에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 가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대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