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와 마르키도의 10 이 새로 만든 앨범 NOMAD의 쇼케이스!!!
2월 28일 토요일 오후 8시, 신촌의 복합문화공간 몽환에서 여러분들과 만날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어있습니다.
입장료는 15000원 입니다.(1 free drink 포함)
그날 오신 분들께 씨디를 저렴한 가격에 사실 수 있는 특권을 드립니다^_^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DJ흙(이민재)님이 NOMAD에 수록된 곡들을 리믹스해서 선보여주시고,
있다와 즐겁게 작업하던 랩하는 화나(FANA)와 10의 콜라보레이션 등의
특별한 공연으로 여러분께 앨범과 또다른 재미를 선사할 예정입니다.
앨범의 곡들을 조각조각 잘라놓은 NOMAD promo sample mp3를 만들었는데,
제가 음원을 갖다 붙이는 걸 할 줄 몰라서,^_^;;
있다의 다음 팬 사이트
http://cafe.daum.net/revictor
로 가시면 Live Clip 메뉴에서 그 프로모션용 엠피쓰리를 찾아 들어보실 수 있고요,
10의 오피셜 마이스페이스 페이지
http://www.myspace.com/weare10
여기로 들어가셔서 IB, ADVENTURE 이렇게 두 곡을 간만 보실 수 있습니다.
긴 여행 후 달라진 있다, 달라진 10을 만나러 다들 와주세요^_^
다음은 앨범 NOMAD의 정보입니다.
10 NOMAD (2008 YOGIGA Records)
Track List
01 ADVENTURE
02 NOWHERE
03 IB
04 TOK-TOK-TOK
05 MIRROR
06 MANIAC
07 SUCHEON-SUMAN
08 BIRD
09 DAWN
10 NOMAD
10은 작년 한 해 한국과 일본, 중국을 오가며 이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네이버의 커뮤니티 음악취향Y의 전자인형 님이 앨범 리뷰를 써 주셨습니다.
10 『Nomad』
album review - 전자인형
소멸한 예술이 부르는 팝
마르키도(Marqido)와 있다(Itta)의 유닛인 ‘10’의 공연에서 제일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있
다’가 늘어놓은 장난감 악기들이다. 배룰 꾹 누르면 소리가 나는 오리 인형이나 손가락만큼
작은 소고 등은 실제로 공연에서 중요한 악기로 사용된다. 그저 퍼포먼스 도구라고 생각되
다가도 기이한 소리들에 몰입하다보면 작은 소품들이 의식 속에서 클로즈업되는 경험을 하
게 된다. 활동적인 ‘있다’에 비해 마르키도는 전혀 미동이 없다. 아예 표정도 없다. 하지만
공간을 지배하는 소리들은 말없는 애플 랩탑 컴퓨터에서 흘러나와 청중을 압도한다. 누구나
이들의 공연을 처음 보면 당혹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온통 빨간색으로 구성된 이미지와 고
막을 찢는 노이즈, 의미를 알 수 없는 몸짓들이 벌어지니 당연하다. 당혹감을 느끼는 사람
들의 반응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주시하거나 아예 외면해 버리거나 둘 중 하나다. 어떤
반응을 보이건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팝 음악(popular music)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이 빨갛고 낮선 듀오를 익숙함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여야만 할 것
같다. 요기가 갤러리를 아지트 삼아 다수의 공연을 통해 널리 알려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
앨범 『Nomad』를 통해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고 있으니 말이다.
2005년에 시작된 ‘10’은 지금까지 두 장의 EP와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내 놓고 있다. 첫 번
째 정규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UFO』는 이들의 음악을 노이즈(noise) 음악으로 규정하게
한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미세한 노브 조작으로 창조된 노이즈들이 쏟아지는데
이 소리들을 만들어내는 마르키도의 작업은 필연적으로 멜츠보우(Mertzbow)나 KK 눌(K.
K. Null)을 태두로 하는 재패노이즈(japanoise) 씬과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소
리들이 내재적인 규모를 가지고 탄탄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오태커(Autechre)나 스
퀘어푸셔(Squarepusher)같은 대중적인(?) IDM과의 연관성도 무시할 수 없다. 즉흥적 극단
주의자들과 수퍼스타 비트 메이커들의 중간 형태라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UFO』는
노이즈의 함유량이 훨씬 많았고 그것이 듀오 ‘10’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2007년 중국 아방
가르드 기타리스트 리 지안홍(Li Jianhong)과의 작업 『See You New World』를 들어보면
이들이 즉흥과 실험에 더 가까운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만일 마르키도 혼자만의 프로젝트라면 노이즈 음악으로 규정하고 유사 뮤지션들과의 차이를
드러내면 되겠지만(실제로 그의 솔로 프로젝트인 데모크리토스(Democritus) 시리즈는 전위
적인 작품이다) ‘있다’의 존재는 이 듀오를 조금 더 모호한 장르적 혼돈 속에 던져 놓는다.
보편적인 보컬리스트처럼 가사를 통한 메시지도 전달하지만 그보다 근원적인 문학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구음이나 기괴한 목소리들은 언어와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자기장처럼 들리
기도 하고 시가 되기 직전의 언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르키도가 ‘10’의 물질이라면 ‘있
다’는 일종의 정신이다. 그래서 이 낯선 듀오 ‘10’은 스스로의 음악을 아이러니(irony)라고
말한다. 영원을 상징하는 ‘0’과 존재를 상징하는 ‘1’의 조합, 결코 만날 수 없는 개념의 충돌
은 ‘10’의 음악을 명확히 설명해주는 작명이다.
노이즈 음악 쪽 아티스트들이 즉흥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프로젝트 실험을 하
고 있지만 ‘10’처럼 고정된 포맷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은 드문 경우다. 그러므로 ‘10’은 보
편적인 노이즈 씬에서 벗어나 대안으로서의 팝을 들려준다. 『Nomad』는 그 결과물이다.
우선 전작과 비교했을 때, 노이즈의 함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그렇다. 첫 곡 「Adventur
e」부터 화이트 노이즈 성향의 잡음들은 청자의 상식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제어
된다. 노이즈가 안개처럼 낮게 깔리고 그 위를 드럼 비트와 다양한 전자음들이 수놓는 방식
은 「Nowhere」와 「IB」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심지어 4번째 트랙 「Tok-Tok-Tok」에
는 분명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아방가르드한 전작들을 떠올리면 혁신적인 변화다.
이에 맞춰 ‘있다’의 음악적 역할도 확대되어 있는데, 애용하는 장난감 악기의 음원들이 전면
적으로 수록되어 어울리고 있으며(「Bird」), 단편적이지만 명확한 메시지의 가사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이 결코 즉흥과 실험에 국한하지 않는다고 웅변한다.
이러한 중도적 성향이 답답해서였을까? 「Maniac」에서는 폭포처럼 비트와 노이즈가 쏟아
져 나온다. 불에 덴 수천 수만의 쥐떼가 달려드는 듯한 이 전투적 노이즈 트랙은 마르키도
의 음악적 특징을 잘 드러낸다. 아티스트로서의 인장이라고 할 만한 거칠면서도 끈질기게
분절된 비트를 기둥 삼아 아래에는 일정한 킥 드럼이, 위에는 믹서로 조절된 노이즈들이 새
떼처럼 지저귄다. 다만, 「Mirror」에서처럼 스네어 비트가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한다는 사
실은 변화된 양상 중 하나다. 이런 트랙에 실험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결코 옳지 않아
보인다. 같은 의미에서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Nomad」는 정말이지 팝음악이다.
그 작법의 방향이 어쨌건 간에 ‘있다’의 목소리는 감성적이면서 반복적인 전자음악의 요소
들을 떠올리게 하며 마르키도의 비트는 소나타 형식처럼 주제를 반복하고 변주하다 웅장한
코다로 마무리한다. 한층 익숙한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트가 도드라진다 하더라도 힙합의 그것이나 힙합과 유사한
뿌리를 가진 브레이크 비트, 혹은 정글과의 접점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태생적 특징
인 ‘즉흥성’과 ‘노이즈’는 마지막 트랙까지 듣는 이에게 각성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비트
를 구사하더라도 노이즈 아티스트만의 인장을 잃지 않는 독특한 개성 안에서 밀고 당겨진
다. 비디오 게임을 통해 처음 전기적 소리에 관심을 가졌다는 마르키도의 말대로 단호하면
서도 심플한 사운드다. 시퀀싱 효과가 최소화된 노이즈는 흡사 록음악처럼 들리기도 한다.
‘있다’의 목소리는 다시 재생되기 힘들 것처럼 찰라적인데, 서정적으로 호소하다가도 돌연
안개 속 요정처럼 노래할 때면 듣는 이의 현실감이 무색해져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앨범 『Nomad』는 “보다 익숙한 장르적 규범을 향해 열려 있는 노이즈 앨범”이
라고 한 줄로 설명할 수 있겠다. 따옴표 속 한 문장은 “극단적 노이즈에서 시작한 익숙한
장르 앨범”이라는 그 역(逆)도 참으로 성립한다. 제대로 말하든 거꾸로 말하든 두 가지 성
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하긴, 음악을 어찌 한 줄 문장으로 모두 담아낼
수 있겠는가.
사족이 될 것 같아서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 ‘얼터너티브 노이즈 팝’ 듀오는 글로벌한 활
동으로 이미 씬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싱가폴과 방콕, 마드리드와 파리
까지 일 년의 반 이상은 해외 활동으로 소진한다. 이 앨범 또한 본래 중국에서 낼 계획이었
다고 한다. ‘nomad’라는 제목도 그러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리라. 이미 한국에서도 ‘있
다’와 마르키도의 공연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물론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당황스러
움은 예술이 지녀야 할 기본 요소일 뿐이다. 퍼포먼스 이론을 주창한 쉐크너는 예술의 핵심
을 충격(impulse)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당황’은 이들을 예술가로 만들어주는 자
격증명이 된다. 그러나 또 쉐크너는 말했다. 예술은 충격 이후에 구조(form)를 가지게 되는
순간 소멸하기 마련이라고, 태어나서 자라서 죽기 마련이라고. ‘10’의 앨범 『Nomad』는
말한다. 우리의 노래는 소멸한 예술이 부르는 팝이라고. 아마 다음 공연의 청중들은 당황한
기색 없이 노이즈에 맞춰 고개를 까딱까딱거리고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