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순례 시리즈가 벌써 15편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만들어진 걸작 10선’으로 평단에서 운위되는 영화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덜 알려진 작품들 위주로 소개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시리즈입니다. 당초 10편 남짓 다루리라 예상했던 것이 15편에 이르러 이제 그 마무리를 앞둔 차에, ‘걸작’으로 부르기엔 채 이른 감이 있거나 혹은 다소 망설여지는 작품들을 (역시 우리에게 덜 알려진 작품 위주로) 연도의 제약 없이 다뤄보면 어떨까 싶어 새롭게 기획하였습니다. 엄밀히 분류한다면 기존 시리즈에 수록한 폴 해기스의 <크래쉬, Crash, 2004>나 로랑 캉테의 <클래스, The Class, 2008>도 이 쪽으로 옮겨와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하긴 ‘걸작’이라 함은 세월과 더불어 비로서 완성된다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마틴 스콜세지의 <성난 황소, Raging Bull, 1980>는 아카데미에서도 골든 글로브에서도 작품상과 감독상 모두를 놓쳤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그 작품의 위상이 같은 해에 나온 로버트 레드포드의 <보통 사람들, Ordinary People, 1980>에 미치지 못한다 하는 분이 계실까 싶거든요. 아무쪼록 작품선정에 있어서의 자의성에 관해서는 너그러이 봐주시고 많은 성원 바랍니다.”
어머니, 나왈 마르완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그녀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유언이 쌍둥이 남매에게 남겨진다. 딸 잔느에게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를 찾아 건네주라며 편지 한 통. 아들 시몽에게는 존재하는지 조차 알지 못했던 형을 찾아 전해주라는 또 다른 편지 한 통. 남매는 살갑지는 않았던 어머니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하여 한번도 가본적 없는 이국 땅,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 자신들이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숨겨진 삶의 궤적을 따라 실낱 같은 단서들을 추적하는데, 잔느가 그 땅에 도착하는 무렵 또다시 흘러나오는 톰 요크(Thomas Yorke)의 끈적이는 보컬. 운명은 그들을 어떤 실로 엮었을까?
시점도, 장소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무대에서 우리는 그저 유추할 뿐이다. (시간과 공간의 좌표에 기준점을 잡아야만 하는 것은 우리의 습성인 듯 하다.) 남매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캐나다일 것이고 (드니 빌뇌브 감독 본인이 캐나다인이고 캐나다에서 제작되었으므로) 어머니의 고향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레바논처럼 보인다. 기독교도와 무슬림간의 증오, 팔레스타인 난민, 살상과 끝없는 보복, 내전으로 파괴된 도시.. 해외의 평은 어떤가 싶어 IMDb를 살펴보니 실제 레바논출신으로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한 분이 올린 짧고 신랄한 평이 눈에 들어왔다. 배경이 레바논임은 뻔한데 등장인물들이 쓰는 아랍어 방언은 다르고 펼쳐지는 풍광은 요르단이라나. 비유가 재미있어서, 예컨대 남부연합과 북부연방간에 벌어진 전쟁(남북전쟁)을 브라질에서 촬영하고 배우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악센트를 쓴다면 농담밖에 더 되겠느냐고.
이 분의 눈썰미는 정확했다. 그런데 실은 일부러 이러한 모호함을 의도한 것이라 한다. 빌뇌브 감독은 레바논 태생의 희곡작가이며 연출가인 와즈디 무아와드의 동명의 연극(Incendies, 혹은 영문으로 Scorched)을 영화로 옮겼는데 기술적으로 정확한 종교도, 국가명도 드러내지 않았다. 다레쉬 (Daresh), 포아드 (Fouad), 데옴 (Der Om), 크파리얏 (Kfar Ryat) 등, 등장하는 지명도 허구이며 나왈의 고향으로 그려진 지역은 실제 요르단 남쪽에서 촬영하였고 일부러 레바논에는 없는 낙타를 삽입시키기도 했단다.
기독교도와 그리스 정교도, 무슬람이 혼재된 레바논. 1975년 팔레스타인이 타고 있던 버스를 팔랑헤당 소속 기독교민병대 대원들이 공격, 20여명이 살해되어 레바논 내의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간에 길고도 오랜 내전이 발생한다. (레바논 내전의 정확한 기원에는 이 밖에도 여러 다른 설이 있기는 하다) 총사망자수만 13만에서 25만을 헤아린다.
막은 내렸지만 심란하다. 나왈의 기원대로 증오의 사슬이 끊어졌을까? 그들은 함께 있어서 좋을까? 그것이 화해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었을까? 다음 감상기에는 레바논을 다룬 두 편의 또 다른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 Waltz with Bashir, 2008>과 <레바논, Lebanon, 2009>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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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심행님,잘 봤습니다.
감사...
아니, 이론
혼자만 보고 고맙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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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참 괜찮았지요? 짱짱이님.
처음 보며 놓친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보고 싶더라구요.
음..말할수 없는 그 무엇이 울컥..^^
마지막내용이 너무 충격적이군요...
사실 저도 이 '그을린 사랑'을 카페 주말 영화로 올리려고, 검색해서 영화가 있는 사이트 가입하고, 다운 받는데 8시간 넘게 걸리는 것 같아 포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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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님, 변죽 그만 울리시고 언능 언능 올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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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와 영화 앞 부분은 그때 봤지요.
짱짱이님이 올린 영화라도 한편할까? 헷더니만...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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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가 다 있을까
혼자만 맛있는 것 먹음시로...
이리 약 올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