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의 발자취를 더듬다
조지프 헨릭의 『위어드WEIRD』은 실로 엄청난 책이다.
책의 서두에 소개된 책에 대한 찬사는 끝도 없다.
그러한 찬사에 이끌려 책장을 열었다.
인류 역사에 대해 그야말로 종횡무진이어서 따라가기 힘들 지경이었다.
<사피엔스>가 고고학적 관점에서 인류의 기원을 다루고,
<총, 균, 쇠>는 그런 인류가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어떻게 뻗어갔는지를 생물지리학적 관점에서 다루었다면,
이 책은 인간의 제도와 심리의 공진화라는 관점에서 문화적 진화를 다룬다.
세계적으로 흩어져간 인류가 지역에 따라 불평등한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전 지구적 불평등과 관련하여 다이아몬드가 설명하지 않은 시점(1000년 무렵)에 다시 시작해서 제도와 심리의 공진화를 중심 무대에 놓는다.”
다이아몬드의 생물지리학적 접근법은 왜 산업혁명이 잉글랜드에서 시작됐는지,
또는 왜 스코틀랜드 계몽주의가 에딘버러와 글래스고에서 처음 타오르기 시작했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교회가 가족 제도를 재편하면서 시작된 사회적, 심리적 변화를 검토할 때만 우리는 지난 몇 세기 동안 발전한 유럽의 독특한 경로와 그 결과로 나타난 전 지구적 불평등의 양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사피엔스>가 인류의 기원과 진화 전반에 걸친 분석이고, <총, 균, 쇠>는 1만 2000년 전부터 서기 1200년까지를 다루었다면, 저자는 바로 그 끝 지점인 서기 1200년 무렵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저나는 문화적 진화의 관점에서, 어떻게 유라시아에서도 상대적으로 늦게 농업과 국가 체제가 발달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네덜란드 등이 도약하게 됐는지, 그리고 최근 200년 동안에는 여기에 미국 같은 영국계 사회들이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분석한다.
이 책의 목차
이상한 단어, WEIRD
인간의 제도와 심리의 공진화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집단이 WEIRD이다.
이들에 대한 궁금증은 저자가 심리학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특정 집단에서 출발한다.
특히 심리학 실험연구 대상자의 대부분이 대학생이었고,
그들은 특정 집단으로 분류되었다.
그들은 대체로,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 집단이 분포하는 지역은 늘 극단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조금 독특하다는 것이다. WEIRD는 대단히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며, 통제 지향적이고,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으며, 분석적이다.
WEIRD의 특징은,
개인적 관계나 물려받은 사회적 역할, 얼굴을 맞대는 공동체보다 개인적 특성, 성취, 추상적이거나 이상화된 사회적 집단의 소속에 초점을 두는 것은 WEIRD 심리의 확고한 특징이자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을 다소 독특하게 만든다.
이런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의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참 독특한 집단이었고, 이들에게 저자의 시선이 꽂혔다. WEIRD는 어떻게 그렇게 독특한 심리를 갖게 되었으며, 왜 그들은 다를까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도 참 ‘이상한 사람’이다. 어떻든 저자는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미로 같은 지적 여행을 시작했다. 언제부터 어떤 경로로 이런 집단이 생겨났을까?
이를 추적하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오늘날 전 세계의 발전과정이 왜 서로 다르게 나타났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 저자는 이를 위해 고대 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기독교의 한 교파가 특정한 사회 규범과 믿음을 확산시켰음을 살펴본다.
그의 분석은 특정한 학문 영역에 얽매이지 않았다. 저자가 현대 인류 사회의 기원과 진화를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최재천 박사는 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그런 그의 지적 배경에는 그만의 진지한 통섭적 접근이 있었다.
그는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사회학, 역사학,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형적인 통섭형 인재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설명한 주요한 과정의 개요
이 책의 핵심적 질문 정리
이 책의 핵심 질문은,
인류의 세계적인 심리적 변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WEIRD 사회는 그렇게 특이하고, 심리와 행동의 세계적 분포에서 자주 극단의 자리에 위치하는지, 이런 심리적 차이는 산업혁명과 유럽의 세계적 팽창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이다.
이 책은 이 질문들을 다루기 위해 엄청난 자료를 분석하고, 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중세 가톨릭교회가 결혼과 가족에 관한 금지와 규정으로 어떻게 우연히 사람들의 심리를 바꿔놓았는지를 검토하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볼 수 있었다.
이 금지와 규정 때문에 촘촘하게 상호 연결된 서유럽의 씨족과 친족이 작고 허약하며 서로 다른 핵가족으로 분해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런 변형 때문에 생겨난 사회적, 심리적 변화는 길드, 자치도시, 대학을 비롯한 자발적 결사체의 급격한 확산을 부추기고 비개인적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으며, 도시의 급속한 성장을 자극했음도 확인했다.
중세 전성기에 이르면, 이런 지속적인 사회 변화를 촉매로 삼아 더 WEIRD한 방식의 사고, 추론, 감정이 새로운 형태의 법률과 정부, 종교의 등장을 재촉한 한편 혁신과 서구 과학의 등장을 가속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