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4. 목요일
사려니숲길과 올레길 5코스를 걸었다.
제주도에 내려온 뒤로 가장 날씨가 좋을 거라는 예보도 있었고, 10여 일 동안 꾸준히 걸어서 다리에 힘도 좀 올랐기에 오늘은 작정을 하고 많이 걸어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아침 8시 40분에 출근하는 아들 차를 타고 가다가, 516도로와 비자림로의 교차로에서 내려 걷기 시작하였다. 사려니숲길 비자림로 입구까지 자동차도로와 평행하게 별도의 숲길이 나 있어서 그 길로 들어서 걸었다. 아주 조용한 길이었다.
사려니숲길 입구에 들어서서 도종환 시인의 시비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시인의 언어로 된 표현을 음미해 보고 나니 사려니숲길이 예전 과는 달리 한층 더 멋질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일찍 시작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인지, 두어 시간을 걷는 동안 탐방객을 만나질 못했다. 그래서 묵언수행을 하는 기분으로 자연 속에 빠져들며 발걸음만 옮겼다.
물찻오름 입구를 지나자 사람들이 보였다. 중간중간 쉬면서 걸었다. 성판악 입구, 사려니오름 입구도 물찻오름 입구와 마찬가지로 막혀 있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언제 입구가 열리려나...?
11시 50분쯤에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에 도착하였다. 남원읍으로 가는 버스를 한참 기다리다가 탔다. 시골길을 꼬불꼬불 돌아가는 완전 완행버스였다. 나이가 드신 분들이 주로 타고 내렸다.
남원읍사무소 앞에서 하차하여 올레길 5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남원포구를 지나 아담한 펜션과 꽃밭이 있는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준비해 간 약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큰엉, 태웃개, 세천포구를 지나 위미항에 이르렀다. 2년 전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제주도 한달 살기를 하러 내려온 곳이다. 동네 구석구석마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공천포구, 신례천, 망장포를 지나 쇠소깍에 도착했고, 버스를 타기 위해 하례1리정류장으로 한참을 더 걸어 올라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길목에 강아지 한 마리가 돌담 위에 올라앉아 마치 나를 반겨주는 듯이 컹컹 짖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서귀포 중앙로터리로 왔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예상 외로 다리의 피로가 어제보다 덜 해서 집까지 걸었다. 휴대폰의 걸음 앱을 확인해 보니 4만 보가 넘었다. 휴대폰으로 걸음을 측정한 이래 최고의 걸음 수였다. 참 많이도 걸었구먼...
10여일 간의 제주도 트레킹 여행을 마치고 내일 의정부로 돌아갈 예정이다. 하여, 아들과 특별 외식을 하기로 하고 서귀포 시내로 나갔다. 논의 끝에 서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제주도 특산 음식인 말고기를 먹어보기로 하고, 말고기 전문식당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독특한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