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서희-모니카]

2009.05.18 - 서영남

5월 14일(목)

오전에 민들레희망지원센터로 꾸밀 집으로 갔습니다.  그 집은 오늘 이사를 갑니다.  집 열쇠를 받고, 리모델링 공사를 할 사장님을 만나기로 한 날입니다.

이사하시는 분께 열쇠를 받았습니다.  깨끗하게 비워주시고 떠나셨습니다.

대성 씨와 함께 리모델링 공사를 할 사장님이 왔습니다.  대성 씨가 가구가 말끔히 비워진 이층 방을 보곤 넓은 공간에 놀랍니다.  대성 씨가 노숙할 때 버려진 장롱에서 여섯 달을 산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열일곱 평이나 되는 이층 방이 얼마나 넓게 느껴졌겠습니까!

며칠 전에 이일훈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오래 된 건물이기에 창문은 모두 떼어내고, 벽과 기둥은 절대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며칠 후에 도면이 나오지만 미리 철거공사를 시작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19일 월요일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인현 삼계탕에 가서 점심을 먹고 헤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쉬었습니다.  내일 청송을 다녀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5월 15일(금)

새벽 네 시에 일어났습니다.  모니카는 저보다 더 일찍 일어났습니다.  급히 민들레 꿈 공부방으로 갔습니다.  대성 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 탔습니다.  곧이어 수녀님도 차에 탔습니다.  네 시 사십 분입니다.  새벽인데도 벌써 여명이 밝아옵니다.

가랫재 휴게소에 여덟 시 십 분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좀 쉰 다음에 형제들과 나눌 음식을 조금 장만해서 청송 3교도소로 들어갔습니다.  함께 기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청송 3교도소를 나와서 진보에서 새로 생긴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습니다.  이제야 모니카와 수녀님이 점심 그나마 제대로 들었습니다.

청송교도소의 형제들이 참외를 먹고 싶어합니다.  참외를 사서 가져가면서 어떻게 껍질을 벗겨먹을까 고민했습니다.  형제들이 쓱쓱 닦아서 그냥 한입 베어 물고는 맛있어서 죽겠다는 듯 금세 두 세 개씩 먹었습니다.  보니파시오 본명축일을 미리 했습니다.  케이크 하나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습니다.

대성 씨가 하지 정맥류도 몇 달째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이야기합니다.  치료비가 많이 들까봐 그저 혼자서 끙끙 앓았다고 합니다.  월요일에 병원에 가 보자고 했습니다.

저녁 여덟 시 사십 분에 인천에 도착했습니다.  수녀님이 너무 힘드셨을 것입니다.

5월 16일(토)

비가 내립니다.  손님들이 참으로 난감한 날입니다.  어쩔 수 없이 비를 맞고 오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골롬바 자매님이 우거지 감자탕과 육개장을 끓여 보내주셨습니다.  내일까지 쓸 수 있을 거라고 하셨지만 사실 오늘 손님 대접하기에도 조금 모자랄 수 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십니다.  왜 모자랄 수 있는가 하면 너무 맛있게 끓여 오셨기 때문입니다.

"동의난달"에서 방울토마토 다섯 상자와 오이반찬과 멸치볶음 그리고 한방 감기약 등등 가져오셨습니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참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천일식품 봉사탐도 참 열심히 하셨습니다.

오후에 석정여고 1학년 학생들이 봉사하러 왔습니다.  봉사자가 너무 많아서 민들레 꿈 공부방으로 내려 보냈는데 그만 사고가 났습니다.  작은 다툼이 있어서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제주도에서 오신 커플도 계셨습니다.  또 인근에 있는 두산 인프라 코어 직원 분들이 우리 손님들과 똑 같이 식사하시고 나누어주셨습니다.

점심 무렵에 모니카에게 수녀님이 힘드셨을 텐데 전복죽 마련해서 드시게 했습니다.

보증금 백만 원에 월 십만 원 쪽방에 사시는 상만 씨가 식사 후에 저를 만나자고 합니다.  얼마 전에 제일 큰 도움이 집에서 밥 해 먹는 것인데 폐지 주워서 쌀을 사기가 참으로 난감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쌀을 나누기로 했습니다.  10킬로 쌀 한 포대를 기분 좋게 들러 매고 갑니다.

손님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식사하셨습니다.  그 많던 국이 염려하던 대로 동이 났습니다.  서둘러 대파 달걀국을 끓였습니다.

비는 오고 손님도 많이 오시고 봉사자 분들도 많이 오시고 참으로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동의난달 봉사자 분들이 참 고생하셨습니다.

이일훈 선생께서 설계도면을 가져오셨습니다.  참 이렇게 멋지게 설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1층에 들어오면 곧바로 세족실이 있습니다.  모든 손님들이 들어오자마자 발을 씻고 새양말로 갈아 신고 슬리퍼를 싣고 들어오십니다.  들어오시는 손님의 발을 제가 씻겨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사무 공간도 있고, 인터넷 정보 검색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요.  다목적 홀도 있습니다.  사이사이에 책장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비품실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층에는 손님들이 빨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샤워실이 있습니다.  화장실도 있습니다.  그리고 간이 수면실이 있고 휴게실이 있습니다.  샤워하고 빨래를 하고 빨래가 건조될 동안 잠을 잘 수도 있고요.  휴게 공간도 있습니다.

일층과 이층에는 피를 피할 수 있는 파고라가 설치되어서 야외 휴식 공간도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 같습니다.

민들레 희망지원 센터!  꿈에 부풀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5월 17일(일)

오늘은 다음 카페의 "민들레국수집" 봉사팀들이 오셨습니다.  메추리알 장조림을 하는 날입니다.  작은 알을 두 상자 삶아서 껍질을 까는 일은 보통이 아닙니다.

점심을 먹자마자 민들레국수집을 자원봉사자 분들께 맡겨 놓고 송추 공소로 갔습니다.  오늘 의정부교구 빈첸시오 회원들을 위한 교육이 있어서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의 마치고 국수집에 오니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동천홍에서 맛있는 짜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종이학]

큰 어려움과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한 누군가의 진심이 깃든 작은 사랑이라는 것을, 그것이 언 가슴을 녹여서 희망으로 새로 시작할 힘을 준다는 것을 민들레 국수집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서영남 수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민들레 희망지원센터' 오픈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