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느즈막히 집을 나서 영주땅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영주쪽에 배달할 된장을 몇개 배달을 하고 나니 10시가 조금 넘었구나..
찜질방에서 언니야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연세가 있어서인지 도무지 굼벵이 행동들..
10시반에 만나기로 해놓고 12시가 다 되어서 오다니..
혼자 궁상맞게 무얼한담??
숯가마 앞에 차를 세워놓고 차안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흥얼흥얼..
그래도 시간이 안가서 책을 한권 다 읽을때까징도 안오는군..
한참을 기다렸더니 한부대 여전사들이 입장..
사실 찜질방도 자주 가지 않지만 이런 숯가마에 온것은 모두다 처음인듯..
모임 총무를 맡았다는 이유로 혼자 용감하게 들어가서 이것저것 답사하고 물어보고..
ㅋㅋㅋ...아줌마들 처음이라 다들 어리둥절..
하긴...나도 숯가마에 온것은 처음인것을..
숯을 굽는 가마에 들어가 아줌마들의 수다를 떨다보니 뱃속에선 신호를 보낸다.
옆에 있는 식당에 가서 미역국 한그릇에 밥한그릇씩 다 뚝딱 먹어치우고 다시 토굴속으로..
배가 불러오니 난 숨이 막힌다..
잠시 나와서 바람을 쐬고 구들방에 들어가 한숨 자고..
등짝이 뜨뜻한게 부러울것이 없도다..
사실 우리 모임은 친환경대학을 같이 다닌 동기생들이다.
45명중에 여자들이 11명인데 따로 여전사들끼리 모임을 만들자고 해서 1년이 넘게 한달에 한번씩 만나서 서로 친환경 농사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농사꾼의 애로사항도 서로 위로하면서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었다.
모두 직업이 농사꾼들이라 그런데로 마음이 착착 맞고..
외진 시골생활에서 이렇게 만나서 서로의 마음도 전하면서 정보도 교환하면서 언니 동생 하면서 살아가니 시골생활의 외로움을 조금은 덜어주는것 같다.
다들 바쁘다고 해서 오후 4시가 넘어서 우린 다시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모두들 처음 가본 숯가마가 어색하고 생소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하루였던것 같아.
시골이라 밤 기온이 차가워서 가능하면 빨리 귀가를 하는 편이다.
길이 얼기전에 들어가야 하기때문이다.
연말이 다가온다.
모두들 흥청흥청 거리는것이 다반사였지만 올해는 사는것이 힘들어서인지 시내를 지나다녀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지도 않는다.
해찬솔 농원도 작년에 비해서 매출이 참 많이 줄어들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 힘겨움의 추운 겨울이 올것만 같다.
잠시나마 모든것을 잊고 이렇게 같은 처지의 시골아낙네들의 수다로 하루를 보내는것도 좋은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