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자가용 이용자만 국민인가?
편견과 불평등 조장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반대한다
정부가 오는 설 연휴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정책은 연례적으로 반복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추가로 지원하는 지원금이 2023년 1,554억, 2024년 1,495억에 달했다. 추석이든 설날이든 명절 시기에 고속도로 통행료의 면제는 공짜가 아니라 민간사업자에게 주어야 하는 돈을 이용자가 아니라 정부가 대납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지원, 형평성 문제
사실 정부가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 하기 힘들다.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의 효과가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이전되는가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재정지출의 효과가 만드는 공익적 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고속도로는 자동차가 배타적으로 이용하는 인프라다. 특히 한국의 도로교통 중 95% 이상은 개인이 이용하는 자가용 교통이다. 물류의 목적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그렇다면 고속도로 통행료 지원은 오로지 자가용을 이용해서 명절시기에 이동하는 이들을 위해서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의 혜택을 받는 차량은 2024년 기준으로 4,406만대로 추정되는데 설 연휴와 추석 연휴를 구분하더라도 2천만 대에 달해서 2024년 설명절 시기 (5일간으로 올해 설연휴가 기간과 유사) 국토부가 실시한 특별교통대책 기간 중 총이동량 2,852만 명과 비교할 때 대부분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정부의 명절 시기 이동량 중 승용차 비중을 92%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버스나 철도 비중이 3%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하지만 2024년 설 명절 시기 고속버스 용량은 86만 석, 기차 용량은 200만 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둘의 용량만 전체 이동량의 10%에 달해서 사실 국토교통부의 이동량 추산이 지나치게 승용차 중심으로만 이뤄진 오류가 있다).
정부의 입장에선 다수의 이용자가 자가용을 이용하니 형평성 문제는 없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이는 2가지 측면에서 문제다. 우선 사회정책의 형평성 문제다. 자가용 이용의 전제는 자가용의 소유다. 즉 상대적으로 경제적 처지가 좋은 이들에게 혜택이 집중된다. 다름으로 사회적 측면이다. 온실가스 문제와 도로 혼합 문제를 고려하면 자가용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타당한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인센티브는 이용을 촉진한다. 도로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은 총주행거리에 비례하는데 개별 이동이 확대되면 총주행거리는 늘게 된다. 즉 고속도로 통행료 지원은 당연히 자가용 이용을 늘려서 탄소배출을 늘린다. 이게 타당한가 문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고속도로 통행료 지원 정책이 지방자치단체에 미치는 영향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인천과 부산시의 경우에도 별도의 민자도로 및 터널에 대한 지원을 실시한다. 인천의 경우에는 관련 조례에 의해 민자터널 두 곳에 대한 통행료를 면제하고 있고 부산의 경우에는 관내 민자도로 및 터널을 모두 무료화한 사례가 있다. 특히 부산은 백양터널, 수정산터널 등 유료 터널이 4개에 달하고 유료 도로 및 교량이 4개가 넘어서 다른 지자체에 비해 민자 교통인프라가 많은 편인데 이들에 대해 추석과 설날에 통행료 면제를 해오고 있다. 부산시가 민자사업에 지원하는 예산 규모가 524억에 달하고 그와 별도로 추석과 설날 통행료 면제로 지원하는 별도 예산이 60억에서 100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용이 우선한다는 나쁜 시그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도로나 터널에 대한 지원에서 당연히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온다. 자가용 이용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왜 버스나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는 재정지원이 없는가 하는 부분이다. 자가용 이용자에게 고속도로 통행료가 부담이라면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에겐 공공교통요금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특정한 소유 문제, 즉 자가용을 가지고 이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것은 적극적인 차별 소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지속적으로 연장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정책과 더불어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한국의 교통정책이 가지고 있는 도로 편향성, 직접적으로는 자가용 중심주의를 보여준다. 특히 재정정책의 측면에서 보면 유류세 인하나 통행료 면제 모두 그것의 정책효과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형평성의 문제든 경제적 편익의 측면에서도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모호하다. 외려 유류세 인하는 정유업체에게 막대한 순이익으로 이어지고 통행료 인하는 민자 도로 사업자에게 추가적인 이익을 보장하는 수단이 되었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수요를 촉진하고 결국 사업자는 자신들의 노력도 없이 막대한 사업이익을 가져가는 것이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유류세에 대한 감면 연장에 반대하고 또한 명절시기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반대한다. 오히려 버스와 철도를 늘리고 이들 요금을 지원하는 것이 맞다. 이를 통해서 명절 이동이 수송부문의 탄소를 집중적으로 배출하고 교통혼잡을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한국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실질적으로 포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자가용 중심의 도로 중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단적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자가용은 지원이 아니라 규제가 필요하며 공공교통은 방치가 아니라 육성이 필요하다. 이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끝)
2025년 1월 20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