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기도(Firefighter's Prayer)-스모키 린

[신혜령]

소방관의 기도(Firefighter's Prayer) - 스모키 린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 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제가 늘 깨어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하소서

저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의 뜻에 따라

제가 목숨을 잃게 된다면,

당신의 은총으로

제 아이들과 아내를 돌보아 주소서

시원한 물가에 나를 눕혀주오,

내 아픈 몸 쉬도록 눕혀주오

내 형제에게 이 말을 전해주오,

화재는 완전히 진압되었노라고

신이시여,

출동이 걸렸을 때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할 때,

연기는 진하고 공기는 희박할 때

고귀한 생명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내가 준비되어 있게 하소서

신이시여,

열심히 훈련했고 잘 배웠지만,

나는 단지 인간사슬의 한 부분입니다

지옥같은 불속으로 전진할지라도

신이시여,

나는 여전히 두렵고,

비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내 형제가 추락하거든 내가 곁에 있게 하소서

화염이 원하는 것을 내가 갖게 하시고,

그에게 목소리를 주시어

신이시여, 부디

제가 듣게 하소서

저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항상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여 주소서

그리고 마침내,

당신의 뜻에 따라

이 목숨 다하게 되는 날,

당신의 은총으로

제 아이들과 아내를 돌보아 주소서

신이시여,

내 차례가 되었을 때를 준비하게 하시고

불평하지 않고 강하게 하소서

내가 들어가서 어린 아이를 구하게 하소서

나를 일찍 거두어 가시더라도

헛되지는 않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그의 내민 손을 잡게 하소서.....

1958년 미국의 소방관 스모키 린이 쓴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입니다. 화재 진압을 하며 미처 구하지 못한 사람들(세 명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 홍제동 화재 사건에서 희생된 소방관의 책상에 이 시가 있었다는 계기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진압 시 동료 대원들을 살피다 생사가 불투명해진 소방대장님의 뉴스를 접하고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어릴 때 소방관님들 및 구조사님들의 신세를 많이 졌던 일이 있어 뉴스가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기적'이라는 게 이럴 때 발휘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이라는 게 이럴 때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우리나라 소방관 대우 및 현실이 형편없기로는 손꼽힌다고 하죠. 장비 수급 원활하지 않아 사비로 방화복을 사는 형편이란 뉴스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정신적 외상이나 트라우마 치료도 뭐, 제대로 이루어질 턱이 없겠죠.

그래도.....

지금도 곧잘 발생하는 화재 현장에서 불길의 두려움에도 스스로 한 생명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 노력하시는 소방관님들의 노고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회는 새까맣게 모르거나 말로만 안다고 떠들거나, 아니면 관심도 없겠지만, 우리 국민은 잊지 말아야겠죠.

PS. 위의 시는 제가 발췌해 해석 및 번역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가필첨삭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오리]

반목으로 일삼는 화재현장에서의 죽검이 당연시 되는 실태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언제 오려나?
정책입안자들의 책임은 진정 없으려나? 화재예방에 얼만큼 노력하고 있는지. 자각하고 자성하는 우리가 되자.
뜨거운 화마에 생을 마감한 소방관은 누구의 아들이고 아빠임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