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병에는 암, 에이즈, 치매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감기 또한 아직 정복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다.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며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면 치료제를 구할 수 있는데 무슨 소리인가? 한번 잘 보시라. 그 치료법이나 치료제라는 것이 기침을 감소시키는 약, 코막힘이나 콧물을 완화시켜주는 약, 두통, 미열, 또는 근육통 등에 효과적인 진통소염제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환자의 증상이라는 결과를 완화시키는 데에 초점이 있는 대증요법인 것이지 감기의 원인에 대한 대응책이 아니다. 고의 원인인 무명과 갈애를 알아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길인 팔정도를 제시하는 사성제의 치료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감기는 아직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대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의사가 아니므로 더 깊이 파고 싶지는 않고 내가 바라보는 관점을 서술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나는 감기가 들어도 약을 먹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주사 한대 맞고 약 한첩 타 먹으면 될 일을 미련하다고 눈치를 주지만 그래도 타협은 없다. 병원에 가지 않고 약을 먹지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행동방식이다. 그러한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감기’라는 현상을 철저하게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밥도 먹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은 후에 알았지만 인디언들이 그렇게 했다고 한다. 아프면 홀로 동굴에 들어가 눕는다. 부족들은 죽을 병이 아니면 그대로 놔둔다. 감기라는 대상에 집중하고 있는데 밥 먹어라 약 먹어라 병원가라 …… 끼어들면 아주 죽을 맛이다. 걱정해 주는데 왜 그러냐 할지 몰라도 달갑지가 않다. 카네기의 처세인 ‘내가 좋아하는 걸 남에게 주라’와 공자의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의미의 차이를 한 번 되새겨 보면 좋겠다.
일 년에 한 번씩은 감기에 걸리는 것 같아서 기록을 뒤져 보았다. 이 글은 사실 감기에 대한 글이기도 하지만 기록의 활용법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글짓기나 감성 에세이를 쓰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아래는 지난 5년간 감기가 시작된 날의 기록이다.
2019년 9월 25일(乙丑)
2020년 10월 31일(丁未)
2022년 3월 23일(甲戌), 9월 27일(癸未)
2023년 5월 1일(己未), 9월 28일(己丑)
월로 따지면 9(酉)월이 3번, 10(戌)월과 5(辰)월과 3(卯)월이 각각 1번씩이다. 일로 따지면 미토(未) 2번, 축토(丑) 2번, 술토(戌)가 1번이다. 앞으로 데이터는 계속해서 쌓아나가겠지만, 지금까지 데이터로만 봤을 때 특징적인 것은 9월, 그리고 날짜로는 축술미 토가 오면 감기가 발발한다는 사실이다. 갑목과 경금의 대조로 역학적인 의미 부여해 볼 수 있지만 데이터를 좀더 쌓은 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역학에서 사용하는 10천간과 12지지 또한 각각의 기(氣)를 내포하고 있다. 감기에도 氣라는 글자가 있음을 기억하면서, 해당 글자가 어떤 기를 보강하겠구나 혹은 어떤 기를 약화시키겠구나 감을 잡으면서……. 여기서는 일련의 흐름과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만 인지하고 넘어간다.
이제 “감기(感氣)“라는 한자에 주목한다. 바이러스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콧물, 코막힘, 기침, 발열 등의 현상을 보고 감기(感氣)라는 병명을 붙였다. 곳곳에 숨어 있는 이런 통찰에 감복할 따름이다. 여담이지만 상투를 틀고 턱수염을 길게 길렀던 스타일에도 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는 氣를 파동, 진동, 주파수라고 생각한다. 感은 ‘감소한다’라는 뜻이니 감기의 의미는 “진동이 감소한다”는 뜻 정도가 될 터이다. 나로서는 진동수가 감소하고 심지어는 진동이 잡히지도 않는 것을 직접 느끼기 때문에 이 정의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진동이 다시 감지되기 시작하면 감기는 회복기로에 들어선다. 평소 일상생활에서의 흐뜨러짐을 바로잡는 계기가 감기인 것 같다. 따가움, 코막힘, 콧물, 발열 등의 증세가 오면 괴롭다 피하고 싶다고만 여겨 금방 끝낼 방법만을 강구하는 것이 보통인데…… 나는 그 고통 속에서 원인을 짚어보고 진행과정을 상세히 살피고 내가 가진 ‘소’ 중에 쓸만한 놈을 적용해 본다.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 신체의 진동수를 낮추는 선천적인 시기(9월 & 축미토)와 후천적인 행동(음주, 과로 등)이 겹치면 손님은 찾아온다. 파고들 구멍을 내어주는 것이다. 아래는 ‘감기의 유래’라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어떤 왕자가 있었는데 성기가 두 개였다. 왕자가 장가갈 나이가 되자 왕은 신하들에게 성기가 둘인 처녀를 찾으라고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그런 처녀는 없었고, 결국 왕자는 죽었다. 죽어서 감기(고뿔) 귀신이 된 왕자는 생전에 채우지 못했던 욕망을 사람의 콧구멍에다 대신 풀곤 하였다. 감기에 걸리면 처음에 코가 막히고 코 막힘이 풀린 후에는 콧물이 흐르면서 숨을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은 바로 감기 귀신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https://folkency.nfm.go.kr/topic/detail/5720>
성기가 하나인 것이 정상이나 성기가 두 개인 것은 지나친 것이다. 우리도 몸을 사려야 할 시기에 지각없이 행동하고, 적당선을 넘어 음주와 과로를 하면 감기 왕자가 공격할 구멍을 하나 더 뚫어놓는 꼴일 것이다. 진동의 관점에서 보면 진동수를 떨어뜨리는 행동이나 말, 생각을 많이 하면 ‘조율의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내 기준으로는 목따가움 증상이 있기 전에 머리의 진동수가 떨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를 알아차리면 감기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없이 살다보면 놓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감기는 목구멍에 딱 달라붙어 따가움을 유발하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때에도 알아차리고 본래 진동수를 되찾으면 감기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때까지는 진동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점 또한 넘겨버리면 진동으로 해결할 방법이 요원해진다. 감기가 오기 전, 조짐이 있을 때는 헤어나오기 쉬우나 그 이후부터는 진동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어렵다. 다시 회복진동이 집힐 때까지 타이슨의 펀치를 일방적으로 맞으면서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말이 있을테다. 그러나 말 안 듣는 나 같은 족속은 알아도 꼭 다시 빠져든다는 것이 문제다. 내가 오늘 음주를 하고 스케쥴을 잡으면 내일 어찌 될지 빤히 보이는데도 거절을 못하는 것이다. (이제 좀 달라져 보려 한다. ) 빠져도 헤쳐나올 수 있는 길을 포기 못해서 인지도 모른다.
평소에는 “좌선”을 하면서 기록을 이어간다. 그러다 보면 건져지는 것들이 있다. 적극적으로 잡는 것이 아니고 잡지 않아도 내 손바닥 위에 올려지는 것들이다. 그러한 준비된 것들을 “감기”라는 비상사태가 찾아오면 하나씩 솔루션으로써 적용을 해본다. 대부분 무용지물이다. 딱 허나 건진 것이 있는데, 이 놈을 적용하면 막혔던 코가 풀리면서 입을 닫고 코로 숨을 쉴 수 있다. 그리고 콧물이 눅눅해지며 마르고 무엇보다 목의 따가움이 가라앉아 잠을 편히 잘 수 있다. 머리 깊숙한 중앙에서 지속되던 열이 두 눈 쪽으로 빠져 나온다. 이것을 ‘무비공(無鼻功)‘이라고 명명해 본다. 이미 무비공이 기록에 등장한 것은 몇 년 전임에도 이것을 감기에 적용해볼 생각을 못 했다. 우연히 감기에 적용해 빠르게 회복한 적도 있는데, 이 때에는 그 과정을 의도적으로 진행하지 않아서인지 금방 까먹었고 기록도 하지 않아서 까맣게 잊혀졌다. 지금 ‘무비공’을 언급한다고 해서 무비공을 자랑하려거나 전파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방법론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성실히 꾸준히 철저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고자 노력하는 행자에게는 또다른 이름의 ‘자기 소’로써 길 위에 나타닐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좌선’도 지켜보기로 일관하지만 ‘감기’ 또한 마찬가지이며, ‘일상’ 또한 그러하며……. 홑따옴표(‘’) 안에 무엇을 집어 넣든 아주 좋은 공부가 된다. 길이 없다 빛이 없다 한탄하지 말고 눈을 뜨지 않으려는 자신을 절벽으로 내몰아라.
첫댓글
‘기(氣)’를 ...... 조금은 ... 아시는 분이 .......... 얼마 전 ........
집에 방문하셔서.......... 제 ‘중풍’을 보고서 ..........
“身(kāya) 전체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반을 포기한 것.”이라는 ....... 알쏭달송한 말을 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 요즈음 .... 다음의 <동영상>을 열심히 보면서 ........
<불교적 관점>에서 해석해 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ROEL7az93g
PLAY
@아위자
‘동영상’의 한글제목은 <잠재의식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한다>라는 제목인데 ........
‘아위자’는 ...........
心(citta) ; =무의식.
意(manas, mano) ; =잠재의식.
識(viññāṇa) ; =意識(六識, 인식)
...............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아위자
그래서 .........
<不死의 門이나. 사념처로 대체되는 삼매>인
‘초선(paṭhamaṃ jhānaṃ)’도 ...........
해석이 ...... 독특한데요.......
@아위자
‘心[=무의식]과 意[=잠재의식]’의 기능인 ‘vitakka와 vicāra’를 <고유한 대상(ārammaṇa, =gocara와 visaya)인 ‘法(dhamma)’>에 오랫동안 고정시켜, 일단 먼저 ⓐ法眼(dhamma-cakkhu, =集하는 것은 滅하는 것)을 열고, 다음으로 ⓑ慧眼(paññā-cakkhu, =正見과 正思惟)을 얻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위자
또한 ...... 초선에 들어가는 방법도 ...........독특하게 개발 하는데요 .........
◀manasikātabbāni(意의 작용을 일으킴), 어떤 相에 대해 그 相을 작의함으로써 貪瞋癡와 관련된 不善法들이 일어나면[=작의의 集은 法의 集], 그는 그 相과는 다른 善法을 일으키는 相에 관련된 작의를 일으켜야 된다. 그러면 ‘악하고 불건전한 vitakka와 vicāra’가 버려진다. ‘불건전한 vitakka와 vicāra’가 버려지면 안으로 心[=무의식]이 확립되고 가라앉고 통일되고 집중된다.《☜‘사유과정의 스승’經에서 ; 초선에 드는 방법론, (전재성譯註 맛찌마 니까야, 1권 403페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위자
결과적으로는 .............
<vitakka와 vicāra가 있는 삼매>인 初禪에 드는 방법론은 ‘최면술’과 유사하다.........고 주장.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대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대상과 관계하는 탐진치의 제어가 문제입니다.
“비구들이여, 相( ․ 原因 ․ 因 ․ 行 ․ 緣 ․ 色 ․ 受 ․ 想 ․ 識 ․ 有爲) 때문에 不善法들(akusala-dhammā, =邪道, =八邪道)이 일어난다. 相(~有爲) 없이는 不善法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그 相(~有爲)를 버림으로써 악한 不善法들은 일어나지 않는다.”[AN. vol.1. pp.82~83]
“비구들이여, 相( ․ 原因 ․ 因 ․ 行 ․ 緣 ․ 色 ․ 受 ․ 想 ․ 識 ․ 有爲) 때문에 善法들(kusala-dhammā, = 正道, =八正道)이 일어난다. 相(~有爲) 없이는 善法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그 相(~有爲)를 앎으로써 善法들은 일어난다.”[아무렇게나 지음]